“아젠다 선점 등 국제협력의 중심될 터”

아시아에서 세 번째 IGU 의장국…위상과 역할 순기능
이젠 ‘오일 & 가스’ 아닌 ‘가스 & 신재생에너지’ 타당
천연가스 르네상스 시대 준비하며 경쟁력 향상에 비중


[이투뉴스] “국제회의 참석은 물론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의 현황파악과 그리고 회장직에 앞서 3년간 부회장으로서 의장국인 미국과 사무국인 프랑스 간의 네트워크 형성 및 차기 논의 과제 등을 검토하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국제가스연맹(IGU) 집행이사회에서 차기 회장 승계자로 승인받은 송재호 경동도시가스 부회장(49)은 지난 6월 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연차총회에서 정식 의결을 거쳐 IGU 부회장 취임과 함께 2018년부터 3년 임기의 차기 회장으로 최종 선임됐다. 이에 따라 2018년까지 IGU 부회장직을 수행한 후 2021년 대구에서 개최되는 제28차 세계가스총회(WGC 2021) 개최까지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국제가스연맹은 가스산업과 관련한 국제기구 필요성에 따라 1931년 출범한 국제기구이다. 천연가스 산업의 기술적·경제적 발전을 도모하고 국제회의 개최, 에너지 관련 기관 간 협력과 정보 교환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91개국 144개 대표 기업과 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회원국의 가스 거래량이 전 세계 거래량의 98%를 차지한다. 글로벌 석유시장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있다면, 천연가스 시장에는 IGU가 있는 셈이다.

국제가스연맹 차기 회장으로 최종 확정된 후 석달 가까이 지나는 동안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냈을 그에게 아시아에서 일본, 말레이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IGU 회장직을 맡은 의미를 물었다.

“회장국 선정에 대륙별 안배 원칙도 작용했겠지만, 한국이 회장국이 됐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말레시아가 IGU 회장을 배출했습니다. 일본은 경제 대국이자 가스 소비국으로서, 말레이시아는 가스 생산국으로서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우리가 회장국이 된 것은 국내 천연가스 산업의 위상제고에 순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송 회장은 우리나라 가스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발언권이 확대될 것이라며 IGU 의장국으로서 아젠다 선점 등을 통해 국제협력의 중심에 서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동안 공기업과 정부가 주축이 되어 참여했던 국제 천연가스 모임에 민간기업의 CEO가 차기 IGU 회장을 맡아 회원국들을 이끌어 나가면서 세계 에너지산업의 중심에 한국의 역할과 목소리가 커질 수 있는 기회가 온 셈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맡은 IGU 회장인 만큼 개인적으로도 큰 명예라는 점에서 2018년부터 시작되는 3년의 임기 동안 이뤄내고 싶은 아젠다가 있을 것 같았다.

“앞으로 천연가스 르네상스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차기 회장으로서 가스 소비국인 우리나라 가스산업의 위상을 높이고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배전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SK E&S, GS칼텍스, 포스코에너지 등 국내 기업들과 민간협의체를 구성해 천연가스산업 위상 제고와 경쟁력 향상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세계 천연가스시장은 생산국 위주였습니다. 민간협의체를 통해 해외 가스 개발·도입, 트레이딩 등의 애로사항과 여러 의견들을 듣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가스공사와도 잘 협의해 의장국 권한으로서 도착지 제한 규정 완화, 아시안 프리미엄 개선 등 가스 소비국 위주의 아젠다를 설정하고 이슈화 하는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물론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과도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내는데도 힘쓸 것입니다”

IGU 산하에는 있는 13개 분과에 국내기업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분과에서 다루는 다양한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송 회장은 IGU의 화두는 천연가스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은행,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등 국제기구와 협력해 전 세계의 천연가스 미공급 국가와 저개발 국가에 천연가스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천연가스 글로벌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셰일가스 붐이 일면서 이른바 천연가스 황금시대를 맞아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가 열린다고 기대감이 큽니다. 에너지원 간 경쟁이 치열한 속에서 천연가스산업 발전의 기대치를 어디까지 보고 있으신지.

▶많은 전문가들이 앞으로는 원유보다 천연가스의 시대라고 합니다. 5년에서 10년 뒤면 ‘골든에이지 오브 가스’라고 불리는 천연가스의 르네상스가 열린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등으로 대표되는 문제들의 현실적인 대안이 천연가스라는 것도 누구나 인정하고 있습니다.

-천연가스 르네상스 시대 도래라는 기대에도 불구 일각에서는 천연가스도 결국 화석연료의 하나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발전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옵니다. 국내의 경우에도 천연가스산업 전망이 장밋빛만은 아닌 듯합니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9년의 전력믹스는 피크기여도 기준으론 석탄 32.2%, 원전 28.5%, LNG 24.7%로, 6차 계획과 비교해 원전이 1.1%P 증가하는 반면 천연가스는 0.4%P 증가에 그칩니다. 도시가스산업도 정체기를 대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지금까지는 탐사·생산 관점에서의 ‘오일 & 가스’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미래지향적이고 환경·마케팅 차원에서 ‘가스 & 신재생에너지’로 불러야 할 것입니다. 천연가스가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며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번 세계가스총회 기간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과 가진 미팅에서도 이러한 저의 의견에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그는 천연가스를 남자, 신재생에너지를 여자로 표현했습니다. 아울러 ‘가스 & 신재생에너지’를 ‘이성적인 결혼’으로 표현했습니다. 미래에너지원인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게 천연가스라는 말이죠.

‘가스 & 신재생에너지’로 가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다만 아전인수격으로 천연가스만 내세우면 안 된다는 것이 IEA 사무총장의 조언이었습니다. 천연가스도 어차피 석유연료이기 때문입니다. 청정성만 내세우지 말고 경쟁력과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시아 프리미엄처럼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에서 개선돼야 할 과제가 많은 것으로 압니다. 국제가스연맹의 수장으로서 개혁과 변화를 추구하다보면 자칫 화합과 협력을 저해할 소지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무엇보다 국익에 우선을 두고, 회원국과 한국 그리고 정부와 한국가스공사 간에 정보교류와 국제가스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가교역할에 힘을 쏟도록 하겠습니다.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에서 통용되는 아시안 프리미엄을 없애야 합니다. 아시아 국가들은 가스를 수입할 때 웃돈을 얹어주고 있습니다. 극동 아시아 지역은 주요 소비국이면서도 가격 형성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데 이 같은 불합리한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관행을 없앤다면 결국 수입국인 한국의 천연가스산업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앞으로 중국과 일본 그리고 인도 등 주변국들과도 긴밀한 협조체제를 갖춰 나갈 것이며, 그 준비 작업을 하나씩 해나갈 생각입니다. 첫 단계로 우선 국내에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한 협의체를 내년 안으로 구성해 이곳을 통해 다양한 정보와 의견 그리고 국익을 위해 필요한 아젠다를 만들고 관철시켜 나가려 합니다. 또 전문연구기관 내 우수한 인력들을 자문위원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2021년 세계가스총회(WGC)가 우리나라에서 열립니다. 세 번째 도전 만에 유치에 성공한 만큼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큽니다. 세계가스총회는 어떤 행사이고, 우리는 어떤 성과를 거둘 것을 기대할 수 있는지.

▶우리나라는 세 번의 도전 끝에 지난해 대구에 세계가스총회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고 IGU 의장국이 됐습니다. IGU는 3년마다 WGC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WGC는 전세계 90여개국, 6000여명이 참석하는 가스산업계의 최대행사 입니다. WGC는 가스텍, LNG컨퍼런스와 함께 세계 3대 가스산업 행사 중 하나로, 그 규모와 정통성을 인정받아 ‘가스산업계의 올림픽’이라고 불립니다.

이 회의에는 각국 정부의 에너지장관, 업계 CEO, 관련 전문가 등이 참가해 기조연설과 세션발표를 하고 1만5000여명이 참관하는 전시회와 산업시찰, 사교행사 등도 병행 개최됩니다.
한국은 WGC 개최를 통해 국내에서 가스관련 세계적 이슈를 다룸으로써 세계 동향 파악은 물론 고급정보를 한발 앞서 접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전시회 개최를 통해 국내 기업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국내외 기업 간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봅니다.

- 세계가스총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해야할 것이 많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최되는 최대 가스행사인 만큼 준비할 게 정말 많습니다. 행사 준비를 위한 작업에서부터 향후 회장으로서 다양한 국제회의를 위해 준비해야 할 아젠다 등의 과제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그리고 1만 여명에 달하는 각국 손님들을 위한 숙박 등 여러 편익시설들이 부족한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행정적 지원도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WHO]

▲ 지난 6월 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igu 연차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확정된 송재호 대표가 앞으로의 포부를 밝히고 있다.

송재호 국제가스연맹(IGU) 차기 회장은 현재 IGU 부회장으로 ㈜경동 대표이사 회장 겸 경동도시가스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고 있다.

1967년 서울 출신으로 서강대학교 경영학 석사와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경영대학원 MBA를 받았다.

1992년 한국장기신용은행을 시작으로 2000~2002년 미국 경영전략 컨설팅 회사인 부즈 앨런 해밀턴에서 전문 컨설턴트, 2002~2003년 모니터 그룹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를 지냈다.

2003년 국내로 돌아와 경동도시가스 기획이사와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며 2014년에는 대한석탄협회 회장직을 수행했다.

이와 함께 2006년부터 현재까지 울산대학교 겸임교수를 맡고 있고, 2010년부터는 울산상공회의소 부회장을 맡아 지역경제 발전에도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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