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가스 가격 추이·전원계획 불확실성 상존
LNG직도입 발전사들 업황 변화에 바짝 긴장

[이투뉴스] 지난해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수입한 천연가스(LNG)는 약 3780만톤, 한화로 약 35조원어치다. 이 가운데 한국가스공사는 민간기업의 자가수요용 물량을 제외한 전체의 96%, 3633만톤을 들여와 이중 3517만톤을 도시가스용이나 발전용으로 공급했다. 발전용 비중이 전체 물량의 절반(48%)에 달하고, 민간사 도입량 중 상당량이 발전용임을 감안해 단순 계산하면 한해 17조~18조원 상당의 LNG가 전력생산에 쓰이는 셈이다.

내달말 제12차 천연가스 장기수급계획(2015~2029년, 이하 ‘12차 계획’) 수립을 앞두고 최근 정부와 가스공사, 발전사들은 이렇게 막대한 비용이 드는 중장기 발전용 LNG수급을 어떻게 전망하고 수급계획을 세워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외부적으론 셰일가스 공급확대와 저유가 기조 지속, 내부적으론 급감하는 LNG발전량과 불확실한 온실가스 대응 전력수급 정책 등이 안팎으로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어서다.

국제시장에서의 LNG 장기수급계약은 실제 도입까지 최소 5년이 걸려 에너지정세 변화 및 가격변동성에 취약하다. 선행계획인 7차 전력수급계획만 들여다보고 이 계획에 종속된 LNG수급계획을 짰다가는 ‘눈뜬 장님’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2013년 정부는 11차 천연가스 수급계획을 만들면서 기저발전 증가 영향으로 2027년까지 발전용 LNG수요가 연평균 5.5%씩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30일 발전·가스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가스공사 주도로 수립되고 있는 12차 계획(발전용 부문)은 ▶전력수요 전망과 목표수요 예측의 불확실성 ▶신규 원전 건설 및 운영허가 만료 도래 원전 계속운전 ▶올해말 ‘Post-2020’ 체제가 초래할 석탄·LNG·신재생 경쟁력 변화 ▶민간 주도 LNG 직도입 물량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

“전력부문이 다 정리하지 못한 문제를 가스부문이 떠안고 있다”는 일각의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표면적으로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은 선행 전력계획을 뒷받침하는 도입계획 성격이 강하다. LNG 비중전망과 이용률 예측값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 필요물량을 산출만 하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간단치 않다. 전원계획 수요전망 오차나 전력믹스 전망의 불확실성을 간과해 LNG수요를 과소·과대 예측하면 향후 모자라거나 남는 물량이 그대로 비용으로 전가되는 구조다. 

전원계획의 불확실성에 부담을 느끼는 측은 가스공사나 발전사업자나 매한가지. 현재 LNG복합이나 열병합발전소를 운영중인 5개 발전자회사와 포스코에너지·GS EPS·GS파워·MPC율촌·평택에너지서비스·포천파워·에스파워·동두천드림파워 등의 민간발전사, 지역난방공사·인천공항에너지·인천종합에너지·대륜발전 등의 집단에너지사업자는 가스공사와 최장 2034년까지 장기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그런데 가스공사는 앞서 해외 가스전 회사와 20년 이상의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사정으로 계약물량을 들여오지 않더라도 대금을 지불하는 이른바 ‘Take or Pay’ 계약을 맺고 있다. 가스공사가 각 발전사와 연간 약정물량을 정해 일정량을 벗어난 초과 및 부족분에 부과금을 물리는 배경이다. 작년 기준 양자간 약정물량은 실제 판매량(1699만톤)보다 많은 1963만톤에 이르고, 톤당 부과금은 3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열병합업계 한 관계자는 “정책을 하는 분들은 LNG발전이 주는 게 뭐가 문제냐 하지만 LNG수급계약 상의 이런 문제들을 알고 있으면서 아무도 얘기하지 않을 뿐”이라며 “향후 수년내 직도입 물량이 대거 늘어나 발전소 급전순위에 큰 변화가 생기고 기존 약정물량 소화에 차질이 발생하면 국내 발전용 LNG수급은 한층 복잡한 형태의 수급불균형 문제를 겪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 관계자는 "원전 가동률이 상승하고 기저발전이 늘어 작년부터 발전용 LNG수요가 감소하고 있는데, 수급계획에 그런 부분들도 반영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수급영향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경우(Take or Pay)까지는 가지 않을 거라고 본다. 결국은 새 발전설비 수요가 창출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고 그나마 집단에너지는 예외적이므로 일부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용률 급락에 더불어 이처럼 다양한 정책 변수와 맞딱뜨린 발전사들의 혼란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중부발전을 비롯해 SK E&S, GS EPS 등은 이미 수년전부터 LNG 직도입을 추진,  공급계약을 체결했거나 올해부터 물량 반입을 시작했다. 하지만 갈수록 LNG발전사업의 사업성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국제유가 폭락에 따른 직도입 물량의 경쟁력 불확실성으로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발전업계에 의하면 SK E&S의 경우 미국 프리포트 LNG사로부터 연간 220만톤의 셰일가스 도입선을 확보했고 최근에는 싱가포르 판매법인을 통해 쉐브론사와 호주산 LNG 400만톤 직수입 계약을 체결했다. SK E&S는 이들 공급선에서 연간 200만톤의 LNG를 들여와 2017년 완공예정인 보령LNG터미널에 비축한 뒤 향후 위례에너지서비스나 장문복합(PMP), 여주LNG복합발전소에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최근 SK E&S는 GS에너지와 공동 투자해 건설중인 보령터미널 LNG탱크 1기분을 제3자에 임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주복합의 완공시기가 송전선로 문제로 늦춰진데다 국내 전력시장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는 게 이유지만, 실제는 저유가 기조속에 전통가스 대비 원가경쟁력 확보가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라는 게 국제 트레이딩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이밖에 일찍이 LNG직도입 사업에 뛰어들어 작년말부터 국내서 스위스 비톨사 물량을 소화하고 있는 중부발전은 판매자시장(Seller's Market) 당시 최근 직도입 계약가보다 높은 가격에 체결한 계약 탓에 언제 가격역전이 일어날까 노심초사중이며, GS는 이런 위험요인을 감안해 실계약을 상당시간 보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물론 이같은 원가경쟁력 확보 노력이 위험 못지 않게 여전히 큰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발전사 한 관계자는 "원전이라든지 온실가스 감축 이행을 위한 석탄화력 축소, 신재생에너지 확충 제한 등의 문제로 장기 LNG 발전수요가 예측보다 상승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면서 "LNG 도입선을 다양화하고 관련 전·후방 산업 진출 기회까지 엿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직도입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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