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업계 공청회 열고 “제2의 아라뱃길 사업” 포문
각계 대표 패널도 자료왜곡·정책 관성 등 허구 한목소리

▲ 공청회장을 가득 메운 200여명의 참석자들이 주제발표자 및 패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정희용 도시가스협회 기획실장, 박희천 인하대학교 교수, 정시영 서강대 교수, 윤원철 한양대 교수, 강희정 건국대 교수, 문쾌출 전국보일러설비협회 회장,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

[이투뉴스] 수도권 열배관망 사업인 ‘그린히트 프로젝트’의 실상과 허구를 지적하면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공청회가 열려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이미 사업 추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만큼 각계 각층의 반발이 해당 프로젝트 방향타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미활용 열에너지 활용이라는 당초 목적에서 벗어나 짜맞추기식 경제성 분석은 물론 국가경제적 중복투자, 공적 독점의 강화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 제2의 아라뱃길 사업이 될 소지가 높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번 공청회가 일거에 해결책을 찾을 순 없으나 논란의 쟁점을 공론화시키는 포문을 열었다는데 의미를 두는 이유다. 정책과제로 진행된 KDI의 2차 연구결과 보고서 작업이 진행 중인 해당 프로젝트는 곧 예비타당성조사 최종발표 후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의 이해와 개선과제라는 주제의 공청회가 한국도시가스협회(회장 이만득) 주최로 2일 리베라호텔에서 소비자단체, 학계, 관련업계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 발표 때마다 바뀌는 열수요 전망치.
이날 공청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도시가스협회 기획실장인 정희용 박사에 따르면 그린히트 프로젝트는 광역망 열수요가 당초 연간 282만Gcal에서 159만Gcal로 크게 줄면서 경제성이 미흡할 것으로 판단되자 편익 부풀리기 등 짜맞추기식 경제성 분석을 제시해 실상을 왜곡했다. 발표 때마다 수요 전망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2013년 12월 13일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사업성 확보를 위한 최소 난방 수요량을 연간 300만Gcal로 제시한 것과도 크게 다르다는 설명이다.

▲ 해외 각국의 열손실률 비교
또한 이론적 계산식에 의거 열 손실률을 2%로 반영하고, 검증되지 않은 광역망 열 공급가격을 제시하는 등 사업의 경제성을 왜곡했으며 광역망 공급 시 국가적으로 막대한 중복투자가 발생해 기존 인프라의 손실이 초래된다는 주장이다. 광역망이 건설되는 지역은 이미 기존 집단에너지 사업자간 자체 연계망이 구축되어 있으며, 도시가스 배관망도 완비된 지역으로 한정된 수요에 과잉투자 및 중복투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광역망을 통한 도시가스 시장의 잠식은 가스관련 기기제조·자재 및 시공분야의 동반 침체를 가져와 관련업계의 손실은 물론, 해당분야 종사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 또 신규로 건설될 서울복합화력 및 마곡집단에너지시설이 가동에 들어가면 열 배관 광역망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 서울복합화력 여유물량만으로 광역망 물량의 87%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간섭을 최소화해 시장 기능이 충실히 작동될 수 있는 여건 조성도 필요하다. 이미 양주열병합발전과 노원·서부발전과 청라에너지, 중부발전, GS파워와 SH 등 상당수 사업자와 사업모델이 상호 연계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별, 사업자별 자발적 열연계가 가능토록 하는 분산형 시스템으로 정책방향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아울러 국내 최대 열공급사업자로 2013년 기준 나머지 30개 사업자의 합보다 많은 5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난이 광역망 사업까지 독점할 경우 공적 독점 확대 및 공정경쟁을 저해한다. 경쟁조성을 위해 한난의 신규사업을 제한한다는 정부의 선진화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산업부는 2008년 공공기관 선진화 방침으로 한난의 시장점유율이 50%이하가 될 때 까지 신규사업 참여를 제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 허상에 대한 정확한 시각 정립과 함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됐다. 버려지는 열의 활용, 공기업을 통한 투자확대와 고용창출 확대 및 중소규모 집단에너지사업자의 경영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고도로 포장된 사업으로 실제 서인천지역 발전소의 열병합화를 통한 지역난방 공급 및 한난의 사업확장 프로젝트에 불과하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경제성 의문, 유관산업의 폐해, 인프라 중복투자, 공적 독점의 강화 등 국가적 리스크를 감안해 아라뱃길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해당 프로젝트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에너지산업 환경변화에 걸 맞는 제도개선도 요구됐다. 정부 간섭의 최소화, 시장을 왜곡시키는 지역지정제 폐지에 따른 경쟁시장 촉진, 지역별 특성에 맞은 자발적 열연계를 통한 합리적 시장 조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명의 주제발표자로 나선 박희천 인하대학교 교수는 ‘공공재와 소비자잉여’ 라는 테마를 통해 그린히트 프로젝트의 지역난방은 사적재이기 때문에 이의 사업성 평가에서 지역난방의 소비자 잉여를 열 공급편익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익적 국책사업이 아니며 이를 통해 공급되는 지역난방은 필수재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히 현재 지역난방은 다른 난방연료와 마찬가지로 가격을 10% 올리기도 어려운 실정으로, 프로젝트 사업계획서가 추정한 소비자 지출 대비 소비자 잉여의 비율인 71%는 터무니없다고 비난했다. 소비자 잉여를 포함시킨다는 것은 이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없다는 반증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지역난방이 전력보다 더 필수재가 아니며, 재생전력만큼 친환경적일 수 없다는 점에서 지역난방에 대한 지불의사금액은 재생전력보다 낮을 수밖에 없어 소비자 잉여 내지 소비자의 지불의사가 어떠한 경우에도 소비자 지출인 전력 판매대금의 5~10%를 상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사업계획서가 제시하고 있는 71%는 과다하며, 이를 사업성 평가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다.

또 KDI의 예비타당성조사 중간결과대로라면 판매수입은 공급비용의 36.2%밖에 되지 않고 공급비용의 63.8%인 나머지는 현금화될 수 없는 것으로 정부가 세금으로 보전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린히트 프로젝트의 경제성·사업성은 전혀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와 함께 민간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난방시장에서의 소비자 잉여는 허수로, 소비자 잉여를 사업성 평가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정부의 보조금지급을 통해 지역난방을 보급하겠다는 논리라면서, 이는 정부가 자유경제질서를 훼손하고 열 시장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소비자 잉여를 공급편익에 포함시키는 편법을 동원해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경우 제2의 아라뱃길 사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100만명 생존 흔들고, 9만명 고용창출?
강희정 건국대 교수가 좌장으로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도 각계를 대표해 나온 토론자들은 한 목소리로 그린히트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정시영 서강대 교수는 열역학을 전공한 학자답게 그린히트 프로젝트에서 거론된 미이용 열이 과연 버려지는 열이냐는 근본적인 문제를 따졌다. 추기열이 버려지는 열이라는 생각부터가 출발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추기열은 버려지는 열이 절대 아니며 전기로 생산할 수 있는 부분을 대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프로젝트 논의 자체가 무리로,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윤원철 한양대 경제학 교수는 그린히트 프로젝트가 미이용 열을 활용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우며 그럴 듯하게 포장하고 있으나 열 수용가와 도시가스 소비자의 교차보조 등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편적 공익 사업을 펼쳐야하는 공기업이 수행하는 프로젝트로 타당한가라는 의문을 제시하며 수익성은 과대포장하고, 비용은 과소포장하는 등 4대강 사업이나 아라뱃길 사업처럼 정책 관성에서 나오는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한 국가경제적 차원에서 소비자 편익이 난다면서 사업의 타당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보고서에서 제시된 소비자잉여는 전혀 소비자에게 편익으로 오지 않는다면서 공익적 보편성 서비스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한난의 입장에서 지속적 사업 확대를 위한 전형적 공기업의 비효율적 행태를 그대로 드러낸 사업이라고 꼬집었다.

유관업계를 대표한 문쾌출 전국보일러설비협회 회장은 정부가 프로젝트를 통해 9만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둔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일선 현장에서 종사하는 사업자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보일러 등 난방시설을 개선하는 사업자가 전국에 5만여명으로, 사업체마다 종사자를 4명씩만 잡아도 20여만명이고, 가족을 포함하면 100만명에 달하는데 이들의 생존을 담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100만명의 생존을 흔들고 9만명의 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박근혜정부가 말하는 새로운 고용창출이냐는 비난이다.

또한 세계 최고수준의 보일러 기술력으로 세계 각국에 우리 제품을 수출하고 있고, 이미 수도권에 설치된 보일러 물량만 600여만대로 전국 1350만대 중 절반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가스기기 제조업체와 설비시공업자의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면서 영세소상공인의 밥줄을 끊는 프로젝트의 심각성을 정부가 제대로 아는지 답답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소비자단체를 대표해 나온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그린히트 프로젝트는 공공재와 사적재의 교묘한 부조합이라며 공익성이라는 포장만 했을 뿐 수혜자와 비용부담자가 구분되지 않는 불확실성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발주자의 입맛에 맞게 결론을 도출해내는 연구기관의 폐해가 이번 연구용역 진행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며 연구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동고하저의 수요패턴으로 인한 저장설비 확충의 국가적 손실이 큰 만큼 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LNG복합발전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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