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가 각국의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정부와 기업, 가계가 모두 강박적일 정도로 에너지 절약에 나서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7일 보도했다.

 

건축가인 기무라 기미노부는 유가가 올랐지만 그리 큰 곤란을 느끼지 않는다. 그의 요즘 월 에너지 비용은 1년전보다 오히려 적다. 에너지 비용이 줄어든 한가지 이유는 가정용 연료전지때문이다.

집앞에 놓여있는 서류함 크기의 소음이 크지 않은 이 장치는 수소를 전기로 바꿔주고 찬물을 더운물로 데워준다. 유지비는 보통 가전제품 유지비용보다 적게 든다. 연료전지는 지금은 일본에서만 구할 수 있다.

기무라는 이밖에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비좁은 그의 집에는 에너지고효율 제품이 많다. 냉장고와 부엌 카운터에 놓을 만큼 소형인 접시세척기는 문이 열려 있으면 경보음이 울린다.

어떤 집에서는 사람에게만 열이 가도록 방향을 조절해주는 센서가 달린 히터를 이용하거나 가계의 에너지 사용을 추적하는 "에너지 내비게이터"를 이용하기도 한다.

기무라는 목욕하고 난 더운 물을 세탁기에 이용하고 야채가게에 갈 때 자전거를 타는 등 4인가족이 연료비용을 줄이기 위한 작은 노력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연구소 에너지 전문가인 이쿠마 히토시는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 기업, 가계가 강박적일 정도로 에너지 절약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일본은 선진국중에서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고유가 시대에 가장 잘대비하고 있는 국가로 일본을 꼽는다.

이들은 또 일본이 다른 나라에 줄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배럴당 50달러가 넘는 시대에 만능해결책은 없다는 사실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기무라의 예에서 보듯 일본의 에너지 절약은 첨단 기술에서부터 단순한 일상생활에서의 절약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요인의 결합을 통해 이뤄진다. 예를 들어 겨울에는 방 하나에만 난방을 하고 가족 전체가 그방에 모이는 식이다.

 

일본의 인구와 경제는 미국의 40% 정도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04년 일본의 에너지 소비는 미국의 4분의 1도 안됐다. 이 해 일본의 1인당 에너지소비는 석유기준 280만t으로 미국의 1인당 540만t보다 훨씬 적었다. 또다른 에너지 절약 모범국인 독일의 1인당 소비는 320만t이었다. 가계의 전기사용량과 같은 다른 기준에서도 일본은 여타국에 보다 훨씬 적다.

 

일본의 강박적인 에너지 절약 집착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자원빈국의 불안에서 비롯된 것이다. 에너지 대외의존의 위험은 1970년대 에너지 위기때 분명하게 드러났다.

 

석유가와 전기값을 국제수준보다 높게 인상해 가계와 기업의 절약을 강요하는 정부 정책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금과 가격통제로 일본의 현행 유가는 갤런당 5.20달러 수준이다. 이는 시장지향적인 미국의 2배 수준이다.

 

정부는 이렇게 거둬들인 세금을 태양에너지와 가정용 연료전지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 분야에서 선두를 유지하는데 쓴다. 예를 들어 가정용 연료전지 1개당 5만1000달러의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기무라는 이 덕분에 작년에 생산비보다 훨씬 싼 9000달러에 가정용 연료전지를 구입했다.

 

시간당 1㎾를 발전하는 이 연료전지는 기무라가 쓰는 전기의 절반 정도를 공급하며 전기요금도 그만큼 줄여준다.

 

이 장치는 천연가스를 수소로 바꿔주며 연료전지는 수소를 전기발전에 이용한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열은 물을 데우는데 사용된다.

 

2005년 4월 총리관저에 첫번째 연료전지 2개가 설치됐다. 통상산업성에 따르면 이후 1300개가 팔렸다. 통산성은 판매량이 늘어나면 2010년께는 생산비가 5000달러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높은 에너지가격은 에너지 절약형 세척기와 TV, 고연비 자동차, 하이브리드차 등 모든 종류의 에너지저소비 제품 개발을 촉진하는 강력한 요인이 된다.

 

통산성 에너지정책 자문위원인 와코대학 경제학교수인 이와마 고이치는 "일본은 다른 곳의 2배수준의 에너지 가격에서 살아남는 법을 깨우쳤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겨울에 스웨터와 조끼를 입어 실내 온도를 낮추는 웜비즈 운동을 통해 에너지 절약문화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통산성은 소비자들에게 에너지 효율등급에 관심을 갖도록 함으로써 제조업체가 에너지 효율 향상에 나서도록 만들고 있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