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서설] 순수한 우리 기술로 개발한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 원전이 사우디에 진출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서 사우디 왕립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과 ‘스마트 원전 상세 설계(PPE) 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PPE 협약은 원전 설계를 현지에 맞게 변경함과 아울러 실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내용이다.

스마트 원전은 원자력연구원이 1997년 개발을 시작해 2012년까지 3100억여원을 들여  세계 최초로 완성한 소형 모듈형 원전(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발전용량이 기존의 대형 원전에 비해 10분의 1 규모로 한 기당 건설비용이 4조~5조원이 드는 대형 원전을 지을 비용이 없거나 전력수요가 많지 않은 국가를 전략적으로 노린 수출 상품이다.

특히 스마트 원전은 진보된 설계 개념과 기술을 쉽게 접목시킴으로써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높은데다 건설공기 단축 등을 통해 대형 원자로만큼의 경제성 확보가 가능하고 중소형 원자로의 모듈화 설계로 점진적인 전력수요 증가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전력생산의 유연성을 기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아울러 해수 담수화와 지역난방, 수소생산, 석탄액화 공정열 수송 등 산업적 분야에서도 활용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3년전 자체 기술 개발에 성공한 뒤 시범발전소(실증모델)를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차질을 빚는 바람에 그동안 수출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사우디와 스마트 원전 상용화를 위한 제휴협정에 따라 사우디에 스마트 원전 2기 이상을 현지에 건설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중소형 원자로 수출에 물꼬를 튼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번 협정에 따라 한국과 사우디는 앞으로 3년간 1억3000만달러(약 1540억원)를 들여 스마트 원전의 상세 설계를 공동수행한다. 이 예산은 사우디가 1억달러, 한국이 3000만달러를 부담하며 상세 설계는 한국이 개발한 스마트 원전 설계도를 사우디 건설 환경에 맞춰 변경하는 작업으로서 설계가 끝나면 원전 건설이 시작된다.

중소형 원자로는 국토는 넓으나 인구밀도가 높지 않아 전력수요가 크지 않고 송배전 비용 비중이 큰 나라들이 선호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2050년까지 전세계의 소형 원자로 시장이 최대 1000기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또한 해수담수화용으로 약 1000억달러, 소규모 전력생산으로 2500억달러 등 모두 3500억달러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자력 6대 강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는 중소형 원자로가 원자로 내부의 제어봉과 증기발생기 등 핵심부품이 일체화되어 있어 핵 비확산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나라가 중소형 원자로 시장에서 세계로 얼마든지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사우디에 대한 스마트 원전 수출을 계기로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중소형 원전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교두보를 구축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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