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변·배전 검사업무 일원화 논쟁 재점화 조짐
한전-전기안전공사 물밑 신경전속 여·야도 눈길

[이투뉴스] "(전기안전공사 직원이) 현장에서 하는 '갑질'과 검사 수준을 보면 실망스러운 때가 많아요. (안전검사 일원화는) 명분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리는 건질 게 거의 없습니다." (한전 관계자), "밥그릇 욕심이라고요? 얻을 게 별로 없는 우리와 잃을 게 많은 한전을 같이 놓고 보면 곤란합니다. (한전이) 이제 좀 솔직해졌음 좋겠습니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

전력·전기설비 안전관리 기관 일원화 타당성을 놓고 정부와 국회가 한전과 전기안전공사, 공사업체 사이에서 10여년 가까이 갈피를 못잡고 있다. 관련업무를 안전관리 전담기관인 전기안전공사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일부개정 시도가 주기적으로 이뤄져 왔지만, 현행법대로 양쪽이 업무를 분리 수행하는 게 오히려 낫다는 반대측 논리의 벽을 넘지 못해 매번 논의가 유야무야 됐기 때문이다.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전력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사업용 전기설비와 일반용설비에 대한 설치·사용중 안전관리 및 점검·검사 책임은 설비종류나 규모(용량)에 따라 관리기관이 한전과 전기안전공사로 나뉘거나 공동의 몫으로 혼재돼 있어 현 제도 유지에 대한 타당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우선 전력 공급설비중 발전부문은 새 설비 사용전검사와 사용중 검사 일부를 전기안전공사가 맡고 있지만 송·변전설비는 20만볼트 이상은 전기안전공사가, 그 미만은 한전이 자체 점검 관리하고 있다. (송변전 설비중 가공 10km, 지중 1km 이상도 안전공사 사용전점검 대상이지만 미만은 제외됨) 또 배전설비도 500m 이상 전력구와 공동구만 전기안전공사가 사용전점검을 맡고 나머지 설비에 대해선 별도 규정이 없다.

상황은 설비 규모가 작은 주택이나 공장 등의 일반용 사용자 설비도 마찬가지. 예를 들어 신축건물에 처음 전기를 연결한 뒤 받아야 하는 첫 사용전검사는 수검자가 전기안전공사나 한전중 한 곳을 택할 수 있고, 사용중 정기점검은 안전공사만 가능하다. 주로 대용량 고압 공급설비에 해당하는 송전·변전·배전부문부터 소용량 저압설비에 이르기까지 일정 기준에 따라 두 기관으로 안전관리 업무가 이원화 돼 있는 셈이다.

이같은 현행 안전검사 체제를 전기안전공사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측에선 전담기관에 의한 견제와 감시가 설비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며 법개정 필요성을 지속 제기해 왔다. 송·변전·배전 사업자인 한전이 스스로 자체 점검을 벌이는 것은 '중이 제 머리를 깎는 격'이라는 것. 앞서 전기안전공사는 박철곤 전 사장 재임시절 당시 지식경제부와 교감을 갖고 안전관리 일원화를 강하게 밀어붙인 바 있다.

하지만 그런 대의명분도 이해당사자인 한전의 반박논리를 뛰어넘기엔 역부족이었다. 한전의 일원화 반대 명분은 "바꿔봐야 달라질 것이 없다"로 간명하게 정리된다. 매년 감소세를 유지하는 직접 관리설비들의 검사 불합격률과 고장률 통계를 근거로 "자체검사는 허술할 수밖에 없다"는 일원화 측 공세를 비껴섰다. 실제 한전 통계에 의하면, 최근 5년간 송·변전설비 고장건수(장애전력)는 2010년 21건(992MW)에서 2013년 16건(492MW), 2014년 14건(348MW) 순으로 줄어들고 있다. 

오히려 한전은 업무 이관에 따른 인력 및 비용상승으로 비효율이 초래될 것이라고 맞받고 있다. 한전 일선사업소 관계자는 "우수한 인력과 첨단장비를 운용하면서 세계 최저수준의 정전시간과 고장률을 유지하고 있는데 관리가 안되니 감시주체를 외부로 넘기자는 건 실정과 전체 비용증가도 따져보지 않는 생각"이라며 "밥그릇에 관심이 있는 건 우리가 아니라 그쪽(전기안전공사) 일 것"이라고 쏘아 붙였다.

반면 전기안전공사는 한전 측이 안전검사 일원화 추진의 본래 취지를 매번 기관의 이해관계 문제로 몰아가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항변이다. 공사 관계자는 "안전검사 일원화는 전문기관에 정기검사를 맡겨 관리실태를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그를 통해 전체 전력설비의 건전성을 높이자는 것"이라며 "그런 부분에 대해 우리가 사심이 없다는 것은 정부나 국회도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설비점검 주체를 놓고 양측이 신경전을 주고받는 사이 최근 산업통상위원회는 한동안 수면 아래 있던 일원화 논의에 불씨를 되살리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4월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은 일반용 전기설비 사용전검사를 전기안전공사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고,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국정감사기간 정기검사 대상을 전 송·변·배전 설비로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이와 달리 안전점검 주체보다 권한에 따른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 우선이란 지적도 나온다. 공공기관 출신 민간전문가는 "두 기관의 과거에 비춰볼 때 누가 맡게 되든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업무 조정을 떠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반드시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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