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가격표시제가 겉돌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의 선택에 보다 많은 폭을 부여하기 위해 고시로서 주유소들이 가격표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곳보다 높은 값을 받는 주유소들이 현행 가격표시제 고시를 교묘하게 악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본지 8일자 보도)


일반적으로 기름 값이 싼 주유소는 최저가라는 사실을 부각시키기 위해 대형 현수막이나 별도의 표시판을 이용해 운전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반면에 판매가가 비싼 주유소는 도로에서 쉽게 알아볼수 없는 곳에 가격표시판을 두는 방법으로 고객의 눈을 속이고 있다.


때문에 주유하기 위해 주유소에 들렀다가 턱없이 비싼 가격표시를 보고 당황해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고 일단 주유소에 들어갔다가 기름을 주입하지 않고 그냥 돌아나온다면 뒷덜미가 가렵다. 혹시 욕이나 얻어먹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다소 값이 높더라도 주유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할수 있다.


주유소 가격표시제는 실시요령에서 “가격표시 의무자(주유소 등)는 소비자가 사업소의 입구에서 용이하게 식별할 수 있는 사업소 내의 장소에 가격표시판을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주유소들이 애매한 고시규정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판매가가 높은 일부 주유소의 경우 일부러 가격표시 입간판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공지함으로써 산자부의 고시를 교묘하게 피하고 있다. 결국은 산자부의 가격표시 고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밖에 할수 없다.


문제는 고시의 애매성에서 일반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는 꼴이다. 정부의 각종 법령이나 고시 등은 간결하면서도 명확성이 중요하다. 이렇게도 해석이 가능하고 저렇게도 풀어낼수 있는 방식이어서는 안된다. 이현령 비현령 식 규정은 공무원의 재량권만 넓혀주기 때문이다.


현행 고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판매가격이 비싼 주유소를 두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할인가격을 일반가격보다 크게 표시하거나 정상가격보다 위에 표시하는 행위 및 글자 모양이나 색깔을 다르게 표시하는 경우에만 고시를 위반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실증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산자부는 이처럼 자의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고시의 실시요령을 현실에 맞게 바꾸어야 한다. 주유소 가격표시 고시 역시 국민에게 실제로 봉사하는 방식으로 지향하는 목표에 걸맞게 개정작업을 벌일 것을 촉구한다.


입으로만 국민을 위한 서비스 행정이라고 외치고 혁신을 운운해 봤자 국민이 피부로 느끼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많은 국민이 제도가 잘못되었다고 한다면 명실상부하게 고쳐 나가는 것이 공직자로서 바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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