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로 사업성 악화…사전검증 및 정책 지원 필요

▲ 태안igcc 플랜트 전경 ⓒ서부발전

[이투뉴스] 신기후체제 시대는 예상보다 빠르게 각국 전력산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우리나라는 경제성 중심의 전력믹스를 온실가스를 우선 고려하는 저탄소형으로 전환하는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올해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1)에서 2020년 이후 새 목표가 확정되면 향후 최다 탄소배출원인 발전부문에 가해질 압박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 될 수도 있다.

변화를 감지한 전력업계는 절치부심하고 있다. 특히 전통 석탄화력 비중이 높은 발전사들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설비 노후도는 심화되고 있는데 성장판이 막힌 전력수요로 상당기간 발전소 신증설이 제한적일 전망이어서다. 여기에 예상보다 더딘 저탄소 발전기술의 진화속도도 미래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 발전연료 전환 등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선 발전사들의 도전기를 엿봤다.

첫발짝 대딛은 IGCC, 녹록지 않은 현실
지난달 종합시운전에 들어간 태안IGCC는 교토의정서 이후 기후변화 협상 논의가 불확실한 시절부터 정부가 참여해 상용화를 주도한 국내 대표 청정석탄화력 실증플랜트다. 정부와 서부발전·두산중공업 등이 1조4334억원을 투자해 2011년 11월 착공했고, 내년 3월부터 실증운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설비용량은 380MW로 2013년 준공된 618MW급 미국 애드워드포트 플랜트와 올해말 가동예정인 524MW급 켐퍼카운티 플랜트에 이어 규모면에선 세계 3위, 발전효율면에선 세계 최고수준(42%)을 목표로 건립되고 있다.

IGCC는 석탄연료를 보일러에서 직접 연소시키는 기존 석탄화력과 달리 석탄을 고온·고압으로 가스화시켜 합성천연가스를 만든 뒤 이 연료로 복합발전기를 가동하는 방식을 쓴다. 저열량탄을 사용할 수 있고 온실가스 저감 및 포집이 용이한데다 합성천연가스(SNG), 석탄액화(CTL), 석탄가스연료전지(IGFC) 등 다양한 연계기술로 확대할 수 있어 청정석탄 활용기술 가운데 잠재력과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와 민간은 이번 태안IGCC 실증 운전을 통해 외산기술에 의존한 IGCC 설계기술 자립과 한국형 표준모델 개발을 동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실증플랜트는 네덜란드 쉘사의 가스화기 기술을 도입했지만 후속호기는 핵심 설비기술의 90%를 국산화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실용화 단계로 첫 발을 내딛는 IGCC의 사업환경은 수년새 크게 달려졌다. 외부적으론 셰일가스 개발과 국제유가 하락으로 경쟁대상인 전통 가스발전 원가가 크게 하락했고, 내부적으론 기저발전 대거 확충으로 전력시장가격(SMP)과 신재생공급인증서(REC) 운영수익이 급감했다. 또

 IGCC에 적용되는 REC 가중치는 0.25에 불과한데다 발전사 의무공급량의 10%를 넘지 않도록 상한이 있고 이행비용보전도 불가능한 상태다. 태안IGCC의 경우 건설비가 기존 석탄화력 대비 2배 이상 비싸 발전원가가 kWh당 115~155원으로 높은데 80원 안팎의 SMP와 REC가중치 0.25로는 도저히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IGCC 후단 발전설비인 복합발전은 온도변화에 따라 효율이 크게 떨어져 실제 운영효율은 설계 목표효율을 한참 밑돌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증단계의 발전효율과 발전원가를 감안하면 효율을 높여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얻는 초초임계압(USC) 상용화 기술보다 경쟁력이 열위에 놓인다는 게 국내 연구진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반면 IGCC 기술만의 우수한 환경성과 연계 파생기술의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실증단계의 성과만으로 이 기술의 미래가치를 예단하는 것도 바람직한 접근은 아니라는 게 석탄발전 업계의 지적이다. 서부발전에 따르면, 태안IGCC는 태안 7,8호기 대비 SOx(황산화물), NOx(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물질을 각각 96%, 78%, 58% 수준으로 낮출 수 있고 CO₂는 종전보다 최대 11% 감축 가능하다.

또 후속호기 건설 시 발전단가를 현재보다 30% 가량 절감할 수 있고 석유화학연료나 SNG, IGFC 등 다양한 연계 파생기술 개발로 고부가가치 신수종 산업 창출과 원천기술 확보로 해외진출도 엿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용택 서부발전 차장은 “IGCC는 CCS 연계가 핵심으로 IGCC에 CO₂를 분리하는 CCS(탄소포집저장기술)을 적용하면 기존 석탄화력보다 단가경쟁력이 더 높다는 분석이 있다”며 “단기적으론 IGCC용 석탄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면세와 REC가중치 상향조정 등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오매스 전소발전 사업도 우여곡절
서부발전이 태안IGCC를 착공하던 2011년말 공교롭게 동서발전은 강원도 동해시 동해화력본부에서 30MW당시 국내 최대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착공했다. 공사비 1238억원을 들여 2013년 7월 준공된 이 발전소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대응을 목적으로 발전자회사가 건설한 첫 순환유동층(CFBC) 보일러 형식의 바이오매스 전소 발전소이기도 하다.

기존 바이오매스 발전소들이 발전연료를 해외 우드팰릿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국내 바이오매스 산업 육성을 위해 국내산 우드칩만을 사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이 발전소의 특징이자 자랑이다. 현재 우드칩은 제조업체나 목재재활용협회 회원사, 삼척시 인근 자체 우드칩 공장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산림 임지잔재는 수거비용이 과다하고 수분이 높아 별도의 건조가 필요하므로 채산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바이오매스만을 연료로 쓰는 첫 전소발전소였던만큼 설비안정화와 이용률 정상화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연료공급사들이 납품한 우드칩에 못이나 철사 등의 철재류와 장석류 등 이물질이 유입돼 발전설비를 손상시켰고, 그럴 때마다 기기 보수·정비를 위해 최장 한달이나 발전소를 세워야 했다. 이후 동서발전은 공급사의 품질관리와 연료검수를 통해 이 문제를 개선했다.

▲ 동해바이오매스 발전소 직원이 고온염화부식이 발생한 튜브를 교체하고 있다.

연료 품질을 해결하자 이번엔 과열기 튜브 등의 내부설비가 말썽을 일으켰다. 연료에 포함된 염소성분에 의해 과열기 튜브가 염화부식을 일으켜 여기저기서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동해바이오발전소는 올초 오버홀 정비 때 과열기 튜브를 신품 개선 튜브로 전량 교체하고 고온부식을 최소화하기 위해 운전온도를 종전 510℃에서 450℃로 낮추는 운영개선을 시도했다. 또 연료공급 계통 분진으로 인한 고장 정지를 줄이기 위해 컨베이버 벨트를 밀폐형으로 교체했다.

이같은 설비안정화 노력을 통해 발전소 이용률은 가동 첫해 63%에서 올해 72%로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동서발전은 전소발전소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바이오매스 발전소 추가 건설 운영에 나서 38MW+52Gcal/h 규모의 석문 바이오매스 발전소와 40MW급 전남 고흥 목질계 바이오매스 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바이오매스 발전은 저유가 시나리오가 계속될 경우 SMP 하락으로 경제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소발전소는 가중치가 높아 사업경제성 확보가 비교적 용이하지만 사업자 과다경쟁으로 연료조달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안정적 공급방안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동해바이오매스 발전소 조감도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