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명지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며칠 전 운전을 하고 가다 직진해야 할 길을 딴 생각하느라 좌회전을 하고 말았다. 잠시후면 고속화도로라 일단 들어서면 마냥 먼 길을 돌아와야 할 판이다. 평소 다니던 길이라 여기서 빠져나가는 길이 없다고 아는 터라 꼼짝없이 먼 길 가야하는구나 하고 속으로 ‘망했네’ 하다가 옆에 음식점이 보이기에 무조건 음식점 쪽으로 차를 돌렸다.


그런데 보니 음식점 옆으로 조그마한 길이 있어 어찌되나 따라 나가보니 내가 원래 가려했던 길로 나가는 지름길이 아니던가. 내가 길을 잘못 들어서지 않았다면 영영 모를 길일 것이다.


필자는 20여년의 연구인생을 통해 이러한 것이 바로 연구라고 느낀다.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가다 실패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오히려 우연히 획기적인 진척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 것이 연구이다. 퀴리의 X-레이 발견도, 최근의 비아그라의 발견도 의도하지 않았던 다른 방향에서 얻어진 소중한 결과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반드시 전제로 있어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연구비 투자와 연구자의 피와 땀이다.


최근 전력분야에 IT기술을 융합해 미래의 국가 성장동력을 창출하고자하는 전력IT 사업이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력분야 역사상 가장 많은 연구비가 투자되고 있고 정부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있어 많은 전력인들에게 의욕과 희망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전력IT의 미래는 전력분야만이 아니라 온 전기인의 미래가 될 것임을 알기에 전력분야의 산학연이 힘을 합쳐 열심히 뛰고있다.


그런데 한편에는 우려의 눈길 또는 비판적 시각을 가진 분들도 있다. 아마도 전력을 아끼는 마음에서 일게다.

그런데 필자는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믿으며 또한 지금은 그럴 시점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연구란 투자하면 투자할수록 결과가 나오게 돼있다. 안 나오는 것은 그만한 투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전력분야에는 너무도 적은 연구투자가 있어왔다. 현대문명이 전기에너지에 의해 지탱되고 있으며 우리 삶은 전기없이는 영위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력기술에 대한 투자는 너무도 적었다. 이제야 비로소 부끄럽지 않은 규모의 연구비가 투입되고 있다.


전력IT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우리 모두가 한 목소리로 응원하고 격려할 때이다. 그래야 경기장의 선수들이 결승점을 향해 온 힘을 다하여 경주할 것이다.


실패란 연구과정에 의당 있기 마련이며 어쩌면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조그만 하나의 실수 또는 실패가 있다하더라도 그것이 더 큰 결과를 일구어낼 것이라는 신뢰를 보내자.

 

다만 훈수 두는 입장에서 잘못된 수는 고쳐주고 좋은 수가 보이면 알려주자. 전력인들은 이제 한전 전기의 질이 세계적이라는 실속없는 공허한 외침에 안주하지 말고 우리기술로 만든 고부가가치 전력IT 기술 및 제품으로 직접적인 경제적 부를 창출하여 어려운 경제 속에 있는 대한민국 국민을 먹여 살리는데 일조를 하도록 해야 한다.


연구비투자는 이뤄졌고 이제 남은 것은 전력IT 선수들의 피와 땀이다. 그리고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의 응원과 격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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