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폭스바겐 후폭풍에 휘말린 디젤택시 정책
[특집] 폭스바겐 후폭풍에 휘말린 디젤택시 정책
  • 채제용 기자
  • 승인 2015.10.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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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성 치명타, 연비 논란, 배출가스 인증차량도 전무
도입 강행 반발…서울시 이어 대구시도 택시배정 거부
▲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이 디젤택시 도입 정책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투뉴스]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이 일파만파다. 올해 국정감사 도마에도 올랐다. 비단 폭스바겐만의 일이 아니라 아우디, 벤츠, BMW 등 모든 디젤 차량에 대한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 인터뷰 김상범 대기교통 회장>

이번 폭스바겐 사태는 자동차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디젤 차량의 성장세에 제동을 거는 것은 물론 ‘클린디젤’이라는 이름으로 친환경성을 강조해온 정유업계에도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자동차업계와 정유업계는 기술개발을 통해 디젤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휘발유와 비교해 낮은데다 질소산화물을 최소화하고, 연비도 뛰어나다는 점을 내세우며 클린디젤의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강조해왔다. 사실여부를 떠나 소비자들도 이런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모든 게 거짓임이 드러나면서 클린디젤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디젤의 배출가스 유해성이 전면적으로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국립환경과학원이 한-EU 공동 실주행 배출가스 시험 방법에 의거해 진행한 조사 결과 수입 디젤 차량 일부가 기준의 7.5~ 8.3배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6월에는 교통환경연구소가 국내 실정에 맞는 실도로 주행조건에서 자동차 배출가스 특성을 평가한 결과 유로-6 환경기준을 만족하는 디젤 차량 4대 중 3대가 허용기준보다 최대 2.8배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 관계자들이 디젤은 절대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며 어떤 처리시설로 배출가스를 줄였다 해도 결코 ‘클린’이 될 수 없는 연료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번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파문은 환경성은 물론 연비도 논란의 대상으로 이어지며, 디젤 차량을 판매하는 모든 자동차제조사에 불똥이 튀고 있다. 리콜을 통해 배출량을 기준치 이하로 조정할 경우 연비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디젤 차량의 최대 강점이었던 연비가 더 이상 장점으로 작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미 폭스바겐 디젤 차량에 대한 소송에서 연료비 보상이 요구됐으며, 벤츠와 BMW 일부 모델에서 연비를 50% 이상 부풀렸다는 해외 환경단체의 발표도 나왔다. 벨기에 브뤼셀의 환경단체인 ‘교통과 환경(T&E)’은 최근 조사결과를 통해 벤츠 승용차의 실제 주행 시 소모 연료가 기존 발표 수치보다 평균 48%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BMW 5 시리즈, 푸조 308 등도 연비 50%를 밑돌았고, 르노 메간과 폭스바겐 골프 등이 뒤를 이었다는 보고도 이어졌다. T&E 보고서는 2008년 이후 평균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수치와 연비 측정치의 약 67%가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가 60만대의 차량을 분석한 수치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역풍 맞는 디젤택시 도입정책
이 같은 디젤 차량의 환경성과 연비 문제로 정부 관련부처 및 시민환경단체, 관련업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디젤택시 보급을 강행하려는 국토교통부의 정책은 강력한 역풍을 맞게 됐다. 디젤택시 일정물량을 배정받은 지자체들이 잇따라 도입을 유보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또 다시 거대한 장벽이 생긴 것이다.

디젤택시 도입정책은 택시연료 다변화 차원에서 국토교통부가 2014년 12월 15일 여객자동차 유가보조금 지침을 개정 고시해 올해 9월부터 연간 1만대씩 리터당 345.54원의 유가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물꼬를 터, 전국 시·도별로 물량이 배정됐다.

하지만 당초 2782대를 배정받은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경제성은 물론 환경성 측면에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 아래 유보 결정을 내린데 이어 8월 대구시가 1039대의 배정물량 도입을 유보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흔들리게 됐다. 이 같은 지자체의 잇따른 도입 유보 결정에는 시민환경단체의 강력한 반발이 작용했다. 지자체 차원에서 대기환경개선사업에 수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면서, 거꾸로 배기가스가 1급 발암물질인 디젤을 연료로 하는 택시를 정부가 앞장서 보급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며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시키는 잘못된 정책이라는 반대 목소리의 당위성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환경부의 배출가스 인증도 발목을 잡고 있다. 디젤택시 도입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환경부는 정부 방침으로 도입이 최종 결정됨에 따라 대기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인증기준을 조정했다.

지난 7월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택시로 판매되는 디젤 차량은 10년 또는 19만2000㎞의 배출가스 보증을 해야 한다. 보증은 제조사가 하는 만큼 보증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디젤 차량이 택시로 사용되려면 10년 또는 19만2000㎞ 주행 후 배출가스 관련 부품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인증 받아야 하는데 아직 인증을 받은 자동차제조사가 단 한 곳도 없다. 현실적으로 디젤 차량을 택시로 사용하려해도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다.

◇우위에 선 LPG가격경쟁력
상대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LPG가격경쟁력도 디젤택시 도입이 별 의미가 없게 된 한 요인이다. 국내 수송용 LPG소비자가격은 2009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9월 기준 전국의 수송용 LPG의 평균가격은 리터당 794원으로, 10월에 또 다시 공급가격이 리터당 30원 가량 인하됨에 따라 760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비를 감안해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글로벌 에너지 환경도 이 같은 LPG가격경쟁력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제 LPG가격의 하향안정세가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하락과 북미산 셰일가스 증산의 영향으로 국제 LPG가격은 지난해 1월 이후 내림세를 보이며 2009년 이후 6년 만에 최저점을 기록하고 있다.

국제 LPG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미국 셰일가스 증산으로 LPG공급량이 크게 늘어난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세계 최대 LPG소비국인 미국은 2010년을 기점으로 LPG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했다. 미국의 LPG생산량은 2005~2006년 감소했으나 셰일가스 증산이 본격화됨에 따라 가스전을 통한 LPG 생산량이 최근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셰일가스 성분 중 LPG가 5~25%를 차지하고, 메탄 70~90%, 에탄 5%의 비중이다. 잉여로 생산되는 LPG물량의 상당량은 북미·남미지역으로 수출하고 있으나 해당지역의 수요 증가는 제한적이어서 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출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2014년 LPG수출량은 전년대비 61% 증가한 1억9487만 배럴로, 이는 전년대비 7380만 배럴 증가한 규모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IHS의 올해 5월 보고서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 감소에 따라 국제원유 가격은 소폭 상승하고, LPG는 미국의 LPG재고 상승으로 생산량 증가폭이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이나, 중장기적으로는 셰일가스 증산이 지속돼 미국 LPG가격은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가격 기준으로 LPG가격은 휘발유 대비 약 67%, 경유대비 78% 수준으로 원유와 LNG를 100% 수입하는 우리로서는 국가 경제적으로 LPG차량 사용을 확대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결론인 셈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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