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없이 독립형 태양광으로 수익 낼수 있는 해외시장 적극 공략
해외는 '어플리케이션', 국내는 '주문형 모듈'로 차별화된 전략 구사

▲ 비제이파워가 말레이시아에서 건설한 6mw급 태양광설비 단지

[이투뉴스]정부는 제4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우리 중소·중견기업들이 협소한 국내 시장을 넘어 넓은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게끔 수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작년 9월 발표한 바 있다. 올해 해외 시설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융자금 예산만 1150억 원을 책정하는 등 지원규모도 작지 않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은 녹녹치 않다. 금융조달이나 현지 법률에 대한 이해 등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국가별 정치상황이나 정부 자금상환능력 등 뜻밖의 변수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특수한 상황을 수없이 맞닥뜨리는 해외시장에서 다양한 진출 경험이라는 무형의 지적 재산은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는 한국에너지공단·아시아개발은행(ADB)·필리핀 국가 전력청이 코브라도 섬에서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분산형 전원개발사업에서 지난 8월 사업자로 선정된 비제이파워(대표이사 김용식)가 가장 자신하는 경쟁력 중 하나다.

◆해외시장, 독립형 태양광발전이 주효

해당 사업은 ADB가 추진하는 ‘모두에게 에너지 보장(Energy For All Initiativ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력계통 연계가 어려운 도서지역에 디젤발전기와 신재생에너지를 결합한 분산형 전원을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7107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은 우리나라와 같이 전기를 대량으로 생산·송전하는 중앙 집중형 방식의 전력공급이 용이치 않다. 현재 루존·민다나오 등 주요 도서지역은 60~80%까지, 필리핀 전체로는 85%에 해당하는 지역만 송전이 되고 있다.

이번 사업을 위해 에너지공단과 ADB는 작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9개월간 전문가 6명을 파견해 필리핀 내 5개 섬을 대상으로 사업타당성 조사를 실시, 롬블론 지역의 코브라도 섬을 사업적합지로 선정했다.

코브라도 섬의 주전력원은 15kW급 디젤발진기로 발전기 운영 및 연료수송에 소요되는 비용이 높아 전력생산단가가 비싼 편이다. 실제 단가는 kWh당 1달러33센트로 지역민들은 전기요금으로 kWh당 67센트를 지불하고 차액은 정부가 보조해준다. 하지만 제한 송전으로 최대 8시간까지만 쓸 수 있고, 237가구 중 58%에 불과한 138가구만 전기가 공급된다.

지역 전력사인 로멜코사는 이번 사업을 통해 30kW급 태양광발전설비, 175kWh급 리튬배터리, 25kW급 PCS 등 설비를 구축, 지역민에게 부과하는 전기요금을 kWh당 67센트에서 25센트로 인하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태양광설비와 배터리를 조합한 독립형 태양광발전시스템을 통해 코브라도섬 전 지역민을 대상으로 24시간 전기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어업이나 대리석 가공을 주업으로 하는 지역민들은 어선 냉동고나 대리석 절단에 전기 공급이 가능해 소득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비제이파워는 과거 필리핀에서 사업을 추진한 바 있어 파트너 사를 비롯해 축적된 인적·금융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등 강점이 많다. 김 대표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코브라스 섬과 같은 조건인 섬만 233개로 이중 22개 섬만 24시간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나머지 지역은 독립형 태양광발전시스템이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 대표가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지역에 독립형 태양광발전을 진출한 까닭이다.

김 대표는 “만약 대규모 계통연계가 가능하다면 석탄이나 원자력처럼 대규모 생산을 통해 원가를 내릴 수 있는 설비가 들어서는 게 수익성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필리핀 등 여타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지역은 대규모 계통연계보다 주민들을 위한 생활 전기를 생산하는데 독립형 태양광발전시스템이 주효하다"며 "수익면에서도 월등하기 때문에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 대구 엑스코 벽면에 설치된 비제이파원의 주문형 모듈

◆해외시장 진출, 수익모델이 중요

비제이파워는 회사 설립연도인 2003년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며 해외시장 공략의 물꼬를 텄다. 1980년대 후반부터 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낙도를 기준으로 디젤발전기와 독립형 태양광발전 각각의 수익성을 비교·분석하거나 고정식 및 추적식 태양광설비에 대한 연구를 하며 안목을 키워온 김 대표는 2003년 신재생에너지설비에 대한 모니터링 사업을 시작한다.

당시 태양광은 업계 종사자가 에너지기술연구원이나 LG산전(현 LS산전) 출신 밖에 없을 정도로 생소한 에너지원이었고, 실시간 전력생산량을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자체가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전국 각지 신재생에너지 홍보관에 설치돼 있는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량 및 이산화탄소 감축량 등을 LED현황판과 음성안내로 알려주는 설비도 김 대표가 처음 착안한 아이디어라고 한다.  

초기 해외시장 진출은 민간 기업이 아닌 정부 주도로 많이 이뤄졌다. 당시 태양광에 대해 이해 폭이 넓은 김 대표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해외 시장을 눈여겨본 이유는 수익 때문이다. 정부 보조금을 받는 신재생에너지사업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자연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었고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이다. 국내 시장이 FIT(신재생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제외할 때 수익이 부족한 구조라면 해외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지론이었다. 

특히 필리핀 등 섬이나 몽골·베트남 등 중앙 집중형 방식으로 전력공급이 불가능한 특수한 지역에서 독립형 태양광발전시스템을 통해 충분한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실제 시설비용을 차치하고 디젤발전기와 달리 추가로 연료가 필요 없고 무엇보다 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지역민들의 호응이 높았다.

과거 낙도에서 진행한 연구가 해외시장 진출 초기 이 같은 인식을 가능케 했다. 이후 정부나 대기업이 해외시장 진출 시 필수로 찾는 전문가이자 사업가로 성장하면서 해외시장에서 현지 인맥이나 금융 인프라를 구하거나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는 설명. 

김 대표는 이제 프로젝트 성사를 위해 어떤 국가에 가도 발생하는 리스크가 무엇인지, 정부 내 어떤 담당자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지 등 한 눈에 알 수 있을만큼 소위 '구력'이 쌓였다고 밝혔다. 십수년 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가 가장 큰 회사의 자산이 됐다고 강조했다. 

실적을 살펴보면 작년에 건설한 1.5MW규모의 에콰도르 갈라파코스섬 태양광사업을 비롯해,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몽골, 말레이시아, 베트남, 카자흐스탄, 에티오피아, 말리에서 독립형 태양광발전시스템을 비롯해 태양광 및 풍력설비를 결합하거나 지하수 개발에 쓰는 펌프시설을 위한 전력공급설비, 태양광 충전시스템 등 태양광을 기반으로 다양한 전력공급설비를 구축했다.

김 대표는 “태양광이 온난화 방지나 미래 산업으로 가치를 지닐 뿐 수익성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한데 그렇지 않다”며 “전 세계적으로 독립형 태양광은 이미 그리드패리티에 다가섰고, 독일은 2013년부터 계통연계형 태양광발전도 경제성을 확보했다는 분석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태양광은 그리드패리티에 근접해 수익이 발생하는 분야가 차츰 늘고 있고, 2008년 대비 5분1 이하로 하락한 모듈가격도 사업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차별화된 국내외 시장 진출 전략

비제이파워는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도서지역뿐 아니라 통신 중계기나 충전시스템, 수도시설 등의 전력공급원으로 독립형 태양광발전시스템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다른 어플리케이션과 결합이 용이해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최근 아프리카 국가 말리에서 제시한 태양광설비를 통한 통신 중계기 전력공급 입찰에서도 사업자로 선정됐다.

김 대표는 “수년 전 아프리카에서 만난 부족장이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부였기 때문에 배에 있는 디젤발전기에서 전기를 충전해 쓰고 있었다”며 “전기를 쓸 수 없는 지역이라도 휴대폰이 보급된 곳이 의외로 많다. 반드시 통신 중계기가 필요한데 전력 공급을 위해 설치한 디젤발전기는 운영비가 많이 든다. 이런 곳은 독립형 태양광 발전설비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또 그간 해외시장에만 집중했으나 올해부터 주택보급사업을 비롯해 국내 태양광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국내 시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정상 궤도에 오를 시기로 점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 실적을 쌓아 해외로 진출하는 여타 업체와는 움직임을 달리한다.

특히 건물의 외간을 중시하는 현 세태를 반영해 아름다운 문양과 색이 가미된 주문형 모듈제품을 출시·생산하고 있다. 모듈공장을 가동 중이고 셀 공장도 준공을 앞두고 있다. 단순 모듈이나 셀 시장을 공략하기 보다는 경향을 반영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게 주효할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을 내리고 있다.  주문형 모듈은 현재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와 대구 엑스코에 시공돼 있다.

▲ 김용식 비제이파워 대표이사

◆여전히 어려운 중소기업 해외진출 환경

“해외시장에 나가는 노력의 절반만 해도 국내에서 똑같은 수익을 내는 게 가능할 겁니다”

김 대표의 말에서 여전히 어려운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환경이 느껴졌다. 해외시장 진출 시 가장 어려운 점으로 프로젝트 성사 기간이 길다는 것을 꼽았다.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많은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태국이나 방글라데시에서는 반정부 시위나 주무 청장이 뇌물로 구속되거나, 정권이 교체되는 등 프로젝트와 직접 상관은 없어도 사업 자체를 접어야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어느 나라나 통관이나 세관에는 부정부패가 있기 마련인데 가령 통과할 수 있는 품목임에도 통과가 안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역마다 일정 현지인을 고용하는 등 법률로 정해진 바를 따라야만 한다. 이 같은 일은 코트라에서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이외에도 말레이시아에서는 늦은 대금지불이 문제가 됐다.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통신 중계기 가동을 위해 태양광설비를 설치하는 아프리카 말리 입찰에서는 1차가 유찰됐고 작년 2차 입찰에서 우선 협상자가 됐다. 프로젝트 개발이나 말리까지 오가는 비용만 셈해도 수천 만원 이상이 들어간다.

그런데 막상 시행하려 하니 말리정부에서 책정된 예산이 갑자기 없다고 통보해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말리 대통령이 전용비행기를 사는데 썼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이제까지 체결한 MOU가 모두 성사됐으며 회사가 대기업 규모로 컷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쳤다.

김 대표는 해외 금융사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필요한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제도를 중소기업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신재생 전문기업들은 기술·능력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춰도 규모나 재무면에서 대기업에 뒤쳐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제도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설명.

재무나 기술면에서 부족한 업체까지 무조건 보증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갖춘 업체를 일정 기준에 따라 선별한 후 재무재표나 신용도를 떠나 보증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정부가 나서 제도적 보완을 해달라는 요구였다.

김 대표는 “재무능력만 따져 선입관으로 대기업만 사업자로 선정할 것이라는 걱정이 항상 있다"며 "순수 기술력과 능력만 본다면 어떤 입찰에서도 어떤 기업과도 대등하게 경쟁해 이길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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