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규 산업부 전기위원회 위원장"종합적이고 거시적인 개선 로드맵 만들어야"

▲ 오태규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 위원장

[이투뉴스] 오태규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 위원장<사진>은 “현재 전력산업은 수급안정, 해외 에너지가격 하향 안정화, 전기사업의 수익성 개선 등으로 9.15 사태 이후 가정 안정적 모습이지만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 전력시장은 이대로 좋은가’라는 성찰로 시작해 시장이 전력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도록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지난 5일 전기연구원 의왕분원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력시장 개선을 위한 로드맵을 새롭게 가다듬어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되 현재 시장에서 대두되는 가스발전 이용률 하락 등의 미시적 문제에 대해선 지혜를 모아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향후 전력수요 성장률 둔화로 효율성 개선압박이 가시화 될 전망인데, 임기응변식 대응보다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의 발전방안을 만들고 시장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에 한층 속도를 내야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속도를 내려면 새로운 제도는 일몰제를 도입해야 하고, 그렇게 되려면 장기로드맵이 있어야 한다”고도 부연했다.

오 위원장은 한시간 반 남짓한 이날 인터뷰에서 시종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인터뷰어를 선제적으로 컨트롤하면서 전체 맥락까지 꼼꼼히 챙겼다. 다년간 각종 자문위원회에서 의장 역할을 맡아온 관록이 뭍어났다. 그는 인터뷰 직전 “피해간다고 생각되면 언제든 핵심을 찌르라”라고 했고, 인터뷰중엔 “같은 말이라도 세련되고 수미일관이 있어야 한다”며 용어선택에 신중을 기했다.  

인터뷰는 에두르지 않고 핵심부터 짚었다. 오 위원장은 당면 현안인 송전선로 갈등과 관련해 달라진 사업환경에 걸맞은 달라진 접근과 해법마련을 주문했다. 전력산업 발달로 전기공급이 보편화되면 공공서비스에 대한 편의성보다 불편이나 불만이 표출되는 게 자연스런 현상이고 선진국 역시 같은 길을 거쳐 갔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경제정책을 경제전문가가 얘기한다고 납득되겠나. 전력 역시 사업자나 전문가들의 일방적 주장이나 설득만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전기에 대한 국민 이해도를 높이는 동시에 신규 전력설비를 최소화하는 기술적 노력, 합리적인 전력계통 신뢰도 관리 및 계통 고도화, 신규 송전 프로젝트에 선정·추진의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기술적·제도적 해법의 숨은가치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기존 전력망에 FACT(송배전 계통 전압 안정도를 높여 전송량을 늘려주는 기기)나 HVDC(초고압직류송전)를 확대 적용하면 그만큼 새 송전설비를 최소화 할 수 있고, 기존 신뢰도 기준을 합리적으로 관리해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이를 전문가들은 전력계통 고도화라 부른다.

오 위원장은 계통 신뢰도 기준 합리화에 대해 “결국 신뢰도 기준이 설비보강의 가이드라인이 된다. 그런데 기준만 높게 만들어 놓으면 정전은 다소 줄지만 사회적비용은 엄청나게 발생한다. 전력산업의 요체는 경제성과 신뢰성”이라면서 “설비투자와 정전비용간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를 잘 검토해 사회적 후생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신뢰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미래 수요에 대비한 투명한 신규 송전 프로젝트 추진프로세스 정립 필요성도 제기했다. 오 위원장은 “밀양사태의 발단은 경과지 선정의 투명성이고, 갈등은 의사결정 과정이 비합리적이었기 때문”이라며 “이런 의사결정을 사업자나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주장해 수용시키는 것은 더 이상 안된다. 모두를 볼 수 있는 중립적이고 객관적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앞서 산업부는 현재 전력거래소, 한전, 발전사 등으로 분산돼 있는 계통 신뢰도 관리를 총괄 관리·감독할 컨트롤타워 성격의 독립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2012년부터 북미전력신뢰도기구(NERC)를 모델로 한 가칭 전력계통감독원 신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옥상옥(屋上屋)' 논란 등을 휩싸여 아직 국회 문턱(전기사업법 개정)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오 위원장은 전력거래소가 계통감시 기능을 이미 수행중인데 굳이 새 조직이 필요하냐는 지적이 있다고 하자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지만 독립성과 중립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가장 좋은 형태는 인사 및 예산독립성을 보장하는 가운데 사명감과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들에게 전권을 주는 것”이라며 “그런 형태가 사실은 가장 비용 효율적”이라고 일축했다.  

전력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전력수요의 둔화로 촉발될 것이란 견해를 내놨다. 수요성장 둔화로 전력산업의 효율성 개선 압박이 가시화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도쿄전력이나 미국 대형 전력사들이 성장 둔화와 함께 이미 겪은 공통된 과정으로 우리 역시 호시절이 머잖아 끝나 그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단언이다.  

오 위원장은 “산업의 효율성을 달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력시장의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현재 수요반응시장이나 정부승인차액거래제 등과 같은 시장 활성화 제도가 있지만 효과가 제한적이고 느린 측면이 있다. 제도 일몰제로 좀 더 속도를 내야하고, 그렇게 되려면 무엇보다 장기적인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차제에 전력계통감독원을 가칭 전력감독원으로 기능과 위상을 격상시켜 전력계통 감독과 전력시장 감시기능을 부여하고 전기위원회 심의 기능을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고도 성장기를 지나 선진국형 안정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전력산업이 국부창출에 지속기여하려면 산업의 성장동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성장동력은 기존 양적성장이 아닌 질적성장이 돼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오 위원장이 꼽은 핵심 성장동력은 정부 에너지신산업에 포함된 신재생에너지와 ESS(에너지저장장치), 마이크그로그리드 등이다.

오 위원장은 “이들 아이템중 핵심은 신재생에너지인데 시장이 없어 보조금사업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루 빨리 자생력을 갖게 하려면 가장 큰 어려움인 계통접속이 해결돼야 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향후 정부 정책은 신재생의 계통접속을 촉진하는 쪽으로 가야하고, 그렇게 되면 계통계획도 그쪽에 맞춰 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향후 전력시장의 지형변화 속도는 급진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오 위원장은 “시기를 단정할 순 없지만 시장은 어느 순간 가파르게 성장하고 변화할 것”이라며 “이웃 일본의 전력시장 자유화를 주목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론 그런 변화의 영향이 현해탄을 건너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He is … ]  1951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전주고,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전기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전기연구소(현 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출발해 전력계통연구부장, 유연송전연구팀장, 전기연구원 전력연구단장, 전기시험연구소장, 전력시장연구그룹 그룹장 등을 지냈다.

전력시장 구조개편 당시 도매시장 설계 책임자로 활약했고 한국형 전력망 운영시스템(K-EMS) 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다. 한전 송전망이용규정협의회 위원장, 전력거래소 규칙개정위원회 위원, 산업부 전기위원회 정책평가위원회 위원장, 전력계통신뢰도 전문위원회 위원장 등 각종 위원회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다 2013년 6월 차관급인 전기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했다. 33년째 전력분야에서 활약중인 중진으로, 선이 굵고 공평무사하며 철두철미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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