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패스트푸드점·네일아트 등…고객니즈 차별화 영업장 늘어
대형화되는 거대 주유소들…자영 주유소 규모의 한계 지적도

[이투뉴스] 주유소는 어렵다. 고로 주유소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경영난’을 부르짖으며 정부의 대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주유소가 날로 진화하는 세상에 발맞추기는 힘들어졌다. 스스로 변하고 성장해야 할 시기를 맞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기존 주유소 공간을 패스트푸드점, 카페, 편의점 등과 결합한 복합 주유소가 점차 늘고 있다. 경영난 속 떠오르는 이색 주유소들은 고객의 니즈와 편의가 무엇인지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물론 패스트푸드 매장 등을 포함한 대형 주유소들은 대부분 정유사 직영주유소로, 골목 상권 주유소들이 감히 엄두를 내기 힘든 규모의 한계를 지닌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영 주유소라고 해서 하염없이 한숨만 쉴 수는 없는 법.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이길 수 있듯이, 이제는 다른 주유소의 성공비결을 벤치마킹해 내 것으로 만드는 기지를 발휘해야 할 때다.(편집자 주)

◆ 인천 송도의 양대산맥, ‘국제도시주유소’ vs ‘행복주유소’

▲ gs칼텍스 송도국제도시주유소 전경. 맥도날드, 세차장 등과 함께 복합 주유소로 운영 중이다.
인천 송도에는 주유소가 귀하다. 바로 GS칼텍스의 국제도시주유소와 SK네트웍스의 행복주유소 2곳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2005년 3월 인천 송도에 아파트가 입주한 후 9년 만에 송도국제도시주유소가 이곳에 첫 입성하고, 행복주유소가 그 뒤를 이어 올해 2월 둥지를 틀었다.

정유사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들 주유소는 마치 이란성 쌍둥이처럼 다른 듯 닮아 있다. 패스트푸드 매장과 세차장, 차량정비 시스템을 갖춘 이들은 인천 송도의 양대산맥으로 그 일대를 평정하고 있다. 요즘 어느 동네를 가도 넘쳐나는 카페를 송도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덕분에 복합 주유소의 패스트푸드점이 주유와 세차 고객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의 발걸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송도의 휴식공간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국제도시주유소의 경우 송도에 주유소가 입점되기까지 주민들의 반발로 번번히 무산돼 오다, 꾸준한 인구 증가와 주유소 수요 증가에 따라 입점 검토가 재추진돼 결국 송도의 첫 주유소로 테이프를 끊게된 것. 그 전까지 주민들은 인근 지역 주유소까지 수 킬로미터를 이동해 주유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 김승진 송도국제도시주유소 대표.
우여곡절 끝 입점된 송도국제도시주유소의 운영은 김승진 대표가 맡았다. 김 대표는 3년 전 GS칼텍스를 퇴사할 때까지 주유소 유외사업과 수익화사업을 담당해 온 GS칼텍스 출신 유외사업 전문가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drive-thru, 이하 DT: 차를 탄 채로 이동하면서 주문하고 제품을 받는 패스트푸드 서비스) 매장을 들여와 본격화시킨 장본인으로, 지금은 주유소 운영자로 변신해 자신이 도입했던 유외사업매장을 관리하고 있다.

GS칼텍스 근무 당시 할리스커피와 탐앤탐스커피 등 주유소 커피 전문점,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 등 다양한 수익화사업을 주도했던 김 대표는 주유소와 패스트푸드점의 조합은 서로에게 윈윈작용을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2012년 유외사업으로 맥도날드 매장 5곳을 오픈했을 당시 200~250만원이었던 일 매출이 지금은 80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며 “맥도날드에 들렀다 주유소를 발견하거나, 주유소를 왔다가 맥도날드를 알게 되면서 매출 급증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유외사업뿐만 아니라 ‘직원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성을 제일 염두해 채용한다는 그는 직원관리는 꼼꼼히 하되, 매월 월차 제공과 근로자 근무시간 준수, 설날이나 추석같은 명절 휴무 보장 등을 통해 직원들의 복지를 최대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주유소들이 경영난으로 인해 주 1회 휴무조차 쉽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직원들의 입장을 고려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을 엿볼 수 있다.

▲ 이명도 송도행복주유소 대표.

이명도 SK네트웍스 송도행복주유소 대표는 직영주유소 운영만 20년이 다 돼가는 베테랑 운영자다. 1987년 SK대리점 입사가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기름밥’을 먹고 산다는 이 대표는 행복주유소가 1년이 채 되지 않아 성공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고개를 저었다.

월 주유량이 3300드럼, 세차는 월 3000~4000대정도 이뤄지고 있는 행복주유소는 4명 직원과 운영하는 만큼 조금은 버거운 살림이다. 이 대표는 개업 당시 직원 6명으로 시작했으나 인건비 문제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대표의 주유소 운영 노하우는 세차에 있다. 5~6년전만 해도 5만원 이상 주유시 무료로 제공했던 세차 서비스로 당시 SK네트웍스는 50억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를 정식 상품으로 전환 후 50억원 흑자를 기록하면서 ‘버블아이’라는 세차 브랜드로 타 정유사와 차별화를 둔 것이 매출 상승의 주 요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새로 도입된 ‘유류막 코팅’ 서비스는 3000원의 비용으로 비오는 날 와이퍼를 사용하지 않아도 운전에 큰 무리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이 대표는 시속 50~60킬로미터로 달릴 경우 유리창의 물방울이 날아갈 정도로 코팅효과가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새 차 구입시 유류막 코팅 기능을 포함하게 되면 30~40만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할 때 ‘버블아이’의 새로운 차별화 전략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천이 고향인 그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송도의 가능성을 보고 행복주유소를 맡아 7개월간 노력한 결과 당초 예상보다 빨리 안정적인 매출을 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홈플러스와 현대아울렛이 각각 올해와 내년 3월 오픈을 앞두고 있어 그때가 되면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버거킹과 주유소의 상생 프로모션 중 지난 8월까지 진행했던 ‘5만원 이상 주유 시 버거킹 커피 무료 쿠폰 증정 이벤트’가 고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주변에 카페나 편의점을 찾기 힘들다 보니 고객들의 인기가 특히 눈에 띄었다는 것. 하루 300장의 쿠폰이 물밀듯이 들어왔던 만큼 프로모션이 종료된 현재까지도 고객들의 요청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 sk네트웍스의 송도행복주유소 전경. 버거킹, 버블아이 등과 함께 복합 주유소 운영되고 있다.

◆ 복합 주유소의 단짝, 왜 패스트푸드점인가
복합 주유소의 유외사업 아이템 중 가장 익숙한 업종이 패스트푸드점이다. DT서비스를 처음 도입한 맥도날드를 비롯해 버거킹, 롯데리아, KFC 등과 최근에는 카페 스타벅스와 엔제리너스도 DT 서비스를 도입, 점차 확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매장에 체류할 시간이 부족한 바쁜 현대인의 생활방식, 식사와 주유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주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주5일제로 인해 주말에 교외로 빠져나가는 나들이객들의 생활도 DT서비스가 파고들 수 있는 이유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차량이 잠시 정차했다가 곧바로 떠나는 DT 매장을 통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넓은 주차장 부지를 확보하지 않고도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 고객뿐만 아니라 운전자 고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진 송도국제도시주유소 대표는 “GS칼텍스 근무 시절 다양한 유외사업을 추진해봤으나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모든 유외사업이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당시 GS칼텍스가 유외사업으로 추진했던 조이마트(편의점)를 예로 들며 유외사업의 한계점을 언급했다.

GS칼텍스의 경우 전국 주유소가 3000곳 정도이지만 여유공간이나 상권 등을 고려해 유외사업을 할 수 있는 주유소는 실제로 200여곳에 지나지 않는다. 편의점을 일률적으로 입점시킨다 해도 200여곳만 해당되기 때문에 프랜차이즈로서 브랜드파워를 형성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CU 편의점의 경우 전국 9000곳 정도의 매장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편의점의 주유소 유외사업은 규모의 경제에 있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패스트푸드점이 복합주유소의 단골 시설로 꼽히는 또 다른 이유는 초기투자비용이 일반 매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들면서도 매출은 크게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유외사업으로 운영되는 패스트푸드점은 정유사 측이 건물을 지어 임대하는 방식으로, 패스트푸드점은 건물 내 인테리어 비용만 부담하고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또 한 번 계약시 15~20년에 걸친 장기 계약을 체결하다보니 일반 패스트푸드 매장에 비해 저비용으로 주유 고객들로 인해 안정적 매출확보가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주유소 유외사업은 패스트푸드점’이라는 일종의 공식이 생기는 분위기다. SK죽전셀프주유소의 경우 주유소 캐노피 위로 건물을 지어 패스트푸드점을 입점시켜 관심과 호응을 받고 있다. 이 주유소는 아파트와 아울렛 매장으로 조성된 인근의 입지환경을 십분 활용해 패스트푸드점과의 복합화를 추진, 인근 주민 및 원거리 유동객 모두를 고객으로 흡수한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죽전셀프주유소 관계자는 “복합주유소 전환 초기에는 기름을 넣기위해 주유소를 방문한 고객들이 호기심에 패스트푸드 매장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주유와 식사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찾는 고객 비율이 40% 가까이 증가했다”며 “기존대비 수익성도 개선돼 복합주유소에 관심있는 주유소 운영인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의 셀프주유소 싸이클점 역시 맥도날드 입점 주유소로 호평을 받고 있다. 2012년 10월 약 200석 규모의 맥도날드가 입점한 이 주유소는 외식프랜차이즈 업체가 단독매장보다 개발 비용을 낮출 수 있고 DT매장 개발이 용이해 주유소 입점을 선호하는 것을 활용한 사례로 분석된다.

◆ 네일아트·휴게음식점 등 복합화 품목 다양화
그러나 복합주유소의 유외사업은 패스트푸드점에만 그치지 않는다. 여성 운전자를 고려한 네일아트 서비스나 휴게음식점 운영으로 좀 더 고객에 친근하게 다가가는 주유소도 있다.

SK Q엔느주유소 방배점은 여성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계 최초의 여성 친화 주유소다. 파우더룸을 갖추는 등 인테리어부터 서비스까지 모두 여성에 초점을 맞춘 이곳은 네일케어 샵을 운영 중이다.

▲ 현대오일뱅크의 셀프주유소 사당점에 입점한 휴게음식점 '궁'에서는 음료·햄버거·닭강정을 판매하고 있다.
차량 점검을 하거나 세차 시 잠깐의 시간을 보다 유용하게 보낼 수 있는 틈새전략을 선보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비 넥타이에 중절모를 쓴 남자 직원이 주유에서부터 차량 정비와 타이어 공기압 체크, 워셔액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현대오일뱅크의 셀프주유소 사당점은 휴게음식점 ‘궁’을 운영해 음료, 햄버거, 닭강정 등을 판매하며 주유와 세차 고객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들도 불러 모은다. 현대오일뱅크는 음식점을 통해 임대 수익을 얻고, 음식점은 주유 고객에게 음료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매출 증대를 올리며 시너지 효과를 올리고 있다.

◆ 자영주유소 규모의 한계…현실 장벽 ‘높다’ 지적도
그러나 이같은 주유소의 변신에도 쓴 웃음을 짓는 이들이 있다. 바로 자영 주유소 운영자들이다. 패스트푸드점, 카페 등 고비용이 투자돼야 하는 현실에서 복합 주유소로의 전환은 한낮 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주유소의 한 관계자는 “경영난이 심각해 직원을 줄이다 못해 사장 1인이 홀로 주유소를 지키는 경우도 허다한데 복합 주유소 전환은 꿈도 못 꿀 얘기”라며 “결국 대기업인 정유사들이나 가능한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주유소는 과거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인식됐으나 공급 과잉과 경영난이 반복되면서 이제는 처절한 생존경쟁만이 남아 있는 상태다. 점점 부익부빈익빈현상이 뚜렷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알뜰주유소의 등장으로 주유소 시장의 가격경쟁은 이제 전쟁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마진에서 10~20원 이익을 줄이는 수준이 아닌 제 살 깎아먹기 식의 과당경쟁이 이어지면서 고객은 많아져도 이익은 늘지 않는 ‘속 빈 강정’이 돼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도 송도행복주유소 대표는 “현물거래와 출혈경쟁으로 주유소 시장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만큼 유류가격으로 경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제 살 깎아먹기식인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오히려 다른 주유소와 차별화된 서비스에 치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수수료로 운영되는 직영 주유소는 노마진의 최저가 경쟁을 당할 묘책이 없다”며 “주유소도 이제는 멀리 내다보고 운영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외관 시설만이 아닌 친절한 서비스도 주유소의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소개한 SK Q엔느주유소의 경우 네일케어 샵 운영 등 차별화 된 시설도 특징이지만, 운전 중 때로 무시당하기도 하는 여성 운전자에게 ‘대접’받는 듯한 느낌을 전해주는 것 또한 그들만의 차별화 전략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유소는 집이나 직장 근처에서 멀지 않은 곳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같은 서비스 전략이 고정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으로 활용가능하다고 관계자들은 강조한다.

이처럼 주유소는 지금 외적·내적인 진화를 거듭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어려움 또한 직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 변신을 시도하는 주유소가 경영난 타개의 묘수를 발견한다면, 이는 주유소 시장의 발전이자 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주유소시장이 격변기를 지나 보다 안정화된 시장으로 변모할 수 있을지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