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유럽 주도로 고성능 시스템 개발 및 투자 활성화
국내, 낮은 인식으로 보급량 미미...최근 지원제도 마련 활기

▲ 세계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시장 규모 전망<국토부>

[이투뉴스]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은 건물의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고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을 지원하는 제어·관리·운영 통합시스템을 의미한다. 조명·냉난방·환기·콘센트 등 건물 내 에너지를 소모하는 설비에 센서·계측장비를 설치하고, 에너지원별 사용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수집한 에너지 정보는 소프트웨어로 관리한다.

에너지 분야 시장조사 전문기관 네비겐트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BEMS부문 매출은 올해 24억 달러에서 2024년에는 108억 달러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기업의 사물인터넷 활용이 증가하고 있고 데이터를 근거로 한 의사결정 지원도구의 수요가 늘면서 에너지절약을 위한 BEMS 활용이 촉진되는 상황이다. 감시·제어기술비용 감소로 비용 대비 효율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들수록 더욱 정교한 솔루션이 에너지효율 개선을 이끌어낼 것으로 분석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BEMS 시장은 기술뿐 아니라 정부의 건물에너지사용 규제와 에너지공급사에 대한 수요관리의무화 등 정책 추진에 따라 시장이 형성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최근 건물주의 인식 제고로 BEMS시장 확대가 탄력을 받고 있다.

BEMS 연구·개발 분야는 과거 에너지사용에 대한 시각화 및 분석에 방점이 찍혔으나 최근 수요반응(DR), 설비성능관리 등 건물관리 기능으로 옮겨가고 있다. 네비겐트 리서치에 따르면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나 관리서비스부문이 세계 BEMS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선진국 중심으로 BEMS 시스템·제도 개발 이뤄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전체 에너지소비량에서 건물이 소비하는 에너지의 비중이 40%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건물부문의 비중이 24%나 된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들은 지난 1980년대부터 BEMS 시장을 조성했다. 미국의 하니웰, 존슨 컨트롤즈, ALC이나 독일 지멘스, 슈나이더, 일본은 아즈벨, 캐나다는 델타 컨트롤스 등 다국적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다만 자동제어나 에너지성능 최적화 프로그램 등 높은 성능의 BEMS 개발은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경제여건 악화와 에너지부족에 따른 건물에너지 효율 제고 등 유지관리 비용의 절감을 원하는 수요가 늘면서 관련 기술 개발에 탄력이 붙고 있다.

우선 미국의 BEMS시장은 세계 시장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주거용 건물은 2020년까지, 상업용 건물은 2025년까지 ‘에너지 제로화 달성’을 목표를 하고 있다. 최근 10년 간 미국 에너지사용량이 산업부문에서 소폭 감소를 보였고, 미국 내 8100만여 채 건물 중 20년이 넘는 건물이 75%에 육박하는 등 건물부문 에너지 효율향상을 위한 투자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BEMS분야 자동제어 기술개발은 초기 단계 수준이다. 하지만 건물에너지 계측 및 데이터 분석 등 높은 기초기술력을 보유해 수요증가에 따라 빠른 속도로 기술력이 증진 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미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가 건물 에너지성능 및 유지 관리비용을 최적화하는 기능통합 지식시스템 구축연구(CBS)를 진행 중이다. 건물부문 에너지제도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미 에너지부(DOE)와 미 환경보호청(EPA)이 운영하고 있다.

유럽은 건물에너지 절약이나 쾌적감 향상 검증 등 다각도로 BEMS 운영을 위한 연구가 진행된 곳이다. 벨기에, 핀란드, 독일, 네덜란드, 영국, 스웨덴, 프랑스, 스위스 등을 중심으로 최적화 설계, 제어기술, 고장진단, 사후처리 기술, 통합화 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높은 수준의 BEMS를 실제 건축물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을 달성한 상태다.

일본은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 주도로 BEMS의 다양한 연구·개발·도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02년부터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한화로 5억원 이내에서 도입비용의 3분의 1을 보조한다. 특히 도입 후 3년간 에너지절약 사항 보고를 의무화했다. BEMS운용을 위한 전문 인력의 고용이 어려운 중소 건물을 묶어 중앙관제센터에서 네트워크로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 지난 2월 신설된 에너지데이터분석센터 개소식 현장

◆국내 BEMS 시장 및 제도 ‘걸음마 단계’

우리나라는 건물에너지관리에 대한 낮은 인식으로 대형건물 위주로 BEMS가 보급돼 있다. 이중 70%가 다국적 기업의 시스템을 도입한 상태다.

지난 2006년 코엑스가 최초로 BEMS를 설치한 후 연간 10억원의 에너지절감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삼성전자 서초사옥과 SK케미칼 연구소, 강원대, 신라대, 마산대 등에 보급이 이뤄졌다.

최근 시장 확대 전망에 따라 삼성SDS, LG전자, SK텔레콤, 포스코 ICT·건설, 한화 S&C, KT, GS네오텍 등 대기업들의 BEMS사업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하드웨어 관련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투자가 활발치 않아 소프트웨어 기술개발이 미흡한 수준이다. 

최근 BEMS 보급지원을 위한 제도나 법규 정비는 활기를 띄는 추세다. 정부는 2012년부터 BEMS 보급 활성화를 위한 BEMS 도입을 위해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5개 건물에 BEMS를 도입했다.

이 사업을 통해 2012년에는 신라대학교, 비씨카드 퓨처세턴, KT선릉센터 등 3억원을 투입해 BEMS를 설치했고, 2013년에는 영남대학교, 한국디자인진흥원에 2억원을 투입해 설비를 설치했다. BEMS도입을 통해 거둔 에너지 절감효과는 기존 건물 에너지소비량 대비 12.4% 정도로 집계됐다.

또 작년 2월에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BEMS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마련했다. 에너지진단 의무대상자가 BEMS를 도입하면 에너지진단주기 2회마다 1회 진단을 면제해준다. 같은 해 3월에는 조세특별제한법을 개정해 BEMS 도입비용의 3~10%까지 세금을 공제해주기로 했다. 작년 8월에는 BEMS 기술표준화를 위해 KS기본규격을 제정했다.

정부는 올해 BEMS 설치건물을 대상으로 원격 광역관리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용인 에너지공단에 에너지데이터분석센터를 개소했다. 이 곳에서 정부는 원격으로 BEMS 설치건물에 최적 운영을 위한 알람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향후 데이터 수집범위를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홈에너지관리시스템(HEMS)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각 분야별 에너지데이터 통합 모니터링을 통해 분석 범위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또 각 분야의 에너지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해 국내 에너지 소비행태를 분석하고 관련 분야에 기준 데이터를 제공하며 정부의 에너지 관련 지원 사업 등에 대한 사후관리 및 효과를 검증하는 기본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KS규격에 부합하는 BEMS표준모델을 개발하고 실제 건물에 시범 구축해 보급이 활성화됐을 시 표본으로 활용키로 했다.

최근에는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자체도 BEMS 도입을 활발해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변경 고시한 ‘건축물 및 정비사업의 환경영향평가 항목 및 심의기준’을 9월 1일 시행했다.

해당 고시는 시내 연면적 10만㎡이상 대규모 건축 및 사업면적 9만㎡이상 30만㎡이하 재개발·재건축·건물 등에 BEMS 도입을 의무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시의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은 BEMS를 의무 도입해야 하나 공동주택은 원별 에너지소비량이나 에너지생산량에 따라 도입을 검토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BEMS나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홈에너지관리시스템(HEMS) 등 EMS관련 산업에 대한 기대는 있으나 설비나 시스템에 대한 표준화된 기준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이나 미국은 EMS 설치 시 의무적으로 에너지 절감량 및 효과를 검증하는 규정이 연계돼 있다. 국내는 아직까지 관련 규정이 미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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