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곳 허가불구 19개소 중도포기…13곳 명맥만 유지
사업자들 제도개선 요구에 산업부선 여전히 묵묵부답


업계 “살릴거면 살리고, 필요 없다면 그만 끝내자”

[이투뉴스] “더 이상 보태거나 빼지 않아도 구역전기(CES)사업자 상황이 최악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정부에 주야장천 제도개선을 요청하기도 지쳤다. 진짜 필요한 사업모델이라면 최소한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주고, 효용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그만 끝내자”

CES사업 출범 당시부터 몸담아 온 업계 관계자의 이같은 하소연에는 국내 구역전기사업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03년 도입 이후 10년이 지났으나 단 한 곳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사업구조 상 전기는 한전에, 열은 지역난방공사에 치이면서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모두 32개소에서 구역전기사업 허가를 받는 등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력산업구조개편에 앞서 시범적으로 CES사업자에게 전력소매시장을 열어준 것은 물론 전기와 열을 동시에 판매하는 컨버전스 에너지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19곳이 사업을 시작도 하기 전에 변경허가를 받거나 중도에 포기해 버렸다. 어떠한 형태로 사업을 추진하든 도저히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제는 남은 10개 사업자 13개 사업장만이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모기업의 지원 없이는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국내 구역전기사업이 더 이상 자기 스스로는 회생이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는 등 사실상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상당한 시간이 흘러 포화수요가 찬 사업장마저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수렁 속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어지간한 제도개선으로도 정상적인 사업구조를 회복하기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 대성에너지가 운영 중인 대구 죽곡지구 ces사업장.

◆ 높은 원가 대비 투자비 회수 불가능한 사업구조
정부는 지난 2003년 전기사업법을 개정하면서 구역전기사업을 도입했다. 수요처 인근에 열병합을 건설, 발전소 입지난을 해소하고, 송전선로 건설비용 및 송전손실을 절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또 민간사업자의 전력시장 참여를 통한 전력계통 안정 및 경쟁도입 등도 염두에 둔 정책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첫발부터 잘 못 뗐다는 지적도 나온다. 케너텍(현 짐코)이 국내 1호 CES사업자로 선정됐으나 단순 전력재판매를 통해 차익을 따먹는 형태의 사업구조라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의무가동이라는 규제가 등장했으며, 한전의 전력공급가격도 갈수록 올라갔다.

여기에 제도도입 시기에 비해 LNG가격이 상승하면서 가격경쟁력까지 형편없이 추락해 버린 것도 악영향을 끼쳤다. 즉 높은 연료비로 인해 생산원가는 올라갔으나 제한된 판매단가로 인해 제가격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는 전기요금은 한전에, 열요금은 지역난방공사 요금을 준용해야 하는 이유가 컸다.

한전과 동일한 전력판매사업자임에도 불구 전력거래소에서 전기를 사오는 것도 제한을 받고 있다. 6∼9월은 거래소를 통해 사올 수 있으나, 1∼5월, 10∼12월은 한전을 통해서 부족전기를 받아야 하는 규제 때문이다. 결국 같은 전기판매사업자면서도 전력거래소에서 사오지 못하고 가격이 더 비싼 한전으로부터 사들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불평등한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

CES사업자는 중앙급전발전기에 포함되지 못해 용량요금(CP)을 받지 못하는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이유 중 하나다. 발전설비 투자비에 대한 고정비 회수 및 신규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CP를 받지 못하면서 투자비 회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구역전기업계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재 CES사업을 영위하는 전 사업자가 적자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사업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한난조차 삼송지구와 동남권지구 등에서 가장 많은 손실을 보고 있다. 실제 구역전기협회는 2010년 이후 작년까지 10개 CES사업자의 누적손실액이 3300억원이 넘는다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역전기사업자는 “최근 LNG복합발전소가 힘들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데, CES업체 중 사업개시 이후 손실을 보지 않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며 “우리는 중환자실에 누워 본사가 조금씩 넣어주는 링거로 겨우 연명하는 중인데 어느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국내 구역전기사업 현황(2015년 8월말 기준)

◆ 책임 떠넘기는 사이 더 곪아…대안 마련이 우선
산업부는 표면적으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CES사업을 분산전원 확대보급의 일환으로 판단, 제도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이를 분명히 명시했다. 분산형 전원의 보급 확산을 위해 구역전기사업의 경쟁력 강화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하고 있다. 핵심은 전력분야 제도개선임에도 불구 열부문을 힐끗거리고 있는 등 책임을 미루고 있다. 여기에 사업자들에게도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자기들이 스스로 선택한 사업인데다 자구노력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CES업계는 사업자 역시 책임소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 겸허히 수용한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의 투자비와 누적적자는 매몰비용으로 수용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만성적인 적자구조까지 무조건 버틸 수는 없으니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운영구조라도 만들어 달라고 강조한다.

즉 구역전기사업이 당초의 도입취지에 맞게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요구다. 세부 개선방안으로는 ▶전력예비력에 기여하는 발전가능 용량에 대한 용량요금(CP) 지급 ▶사업자가 생산한 전력 또는 부족한 전력에 대해 시장거래(전력거래소) 허용 ▶100MW 미만 연료비(천연가스) 발전용과 동일 적용 등을 꼽았다.

또 정부가 최근 들어 강조하는 있는 분산전원 활성화에도 구역전기사업이 딱 들어맞는다고 말한다. 부하근접성과 배열활용을 통한 에너지이용효율 제고, 송전망 건설회피 등 다양한 편익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차례 CES 활성화를 외쳤던 약속을 지금이라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 역시 하나 같이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늦으면 늦을수록 상처만 더 깊어지는 만큼 회생을 시킬지, 아니면 구조조정을 통한 출구전략을 모색할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산업부 역시 이같은 현실인식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먼저 나서지 않으려고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결국 CES사업자의 힘겨운 외침이 더 이상 메아리로 흩어져 방치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누군가는 총대를 메야 한다는 얘기다. 필요한 사업모델이라면 과감한 제도개선과 지원을, 그렇지 않다면 하루빨리 접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구호에만 그치는 분산전원 활성화가 아닌 행동에 옮겨야 에너지 백년대계가 똑바로 설 수 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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