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과잉설비가 아니라 정산시스템의 문제다
[칼럼] 과잉설비가 아니라 정산시스템의 문제다
  • 노동석
  • 승인 2015.10.1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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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투뉴스 칼럼 / 노동석] “정부가 과잉설비를 유발하여 가스발전사가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가스발전소는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다”, “전력수급 위기 때에 가스발전 투자를 유도했으니 최소한 투자비 회수를 보장해줘야 한다” 요즘 흔히 듣는 얘기다. 나름의 기준과 경험의 결과를 반영한 말이다. 그러나 정확하지 못한 표현들이다. 정확하지 않은 말은 오해를 부르고, 확산하고 정설로 굳어진다. 하나씩 꼼꼼히 따져 보자.

현 상황에서 가스발전사가 손해를 입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모든 가스발전소가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이상하게도 효율이 높아 성과가 좋아야 되는 최근 준공된 발전소에서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 발전사 마다 입장이 다르다는 거다. 손해액이 막대하다는 것은 과장이다. 회사가 문 닫을 정도는 아니다. 오류는 가스발전사 손해의 원인이 ‘정부가 과잉설비를 유발하여’라는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으려면 과잉설비에 대한 기준이 제시되고 지금이 과잉설비 상황이라는 것이 입증되어야 한다. 전력은 모든 순간에 수요와 공급이 정확히 일치해야 하고 아직은 경제적인 저장수단이 없다는 특성을 가진 상품이다. 그런데 수요예측과 수요관리, 발전소와 송전선 건설, 신재생발전과 분산형전원 목표 달성은 매우 불확실하다. 한마디로 전력산업은 불확실성이 대단히 높은 산업이 됐다. 전력산업에서 계획예비율이 점차 높아져야 하는 이유다.

예비력을 어느 정도 가져야 적정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예비력의 적정수준은 상수로 정해지지 않는다. 예비력은 기준에 따라 단기와 장기, 실적과 계획, 운영과 대기 등으로 구분된다. 실적예비력에서 실적은 이미 과거이므로 불확실성은 없다. 그렇다면 실적예비율은 ‘0’에 근접해야 사업을 잘한 것이 되고 ‘0’에서 멀어질수록 사업을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실적예비력이 ‘0’에서 멀어지면 불필요하게 공급설비를 많이 보유한 것이니 과잉설비를 보유했다 라고 쉽게 말하게 된다. 예비율의 적정수준은 전원구성의 비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70년대말 석유발전소 밖에 없었던 우리는 석유파동 이후 탈석유전원 정책 선택이 당연했다. 수명연한이 많이 남은 석유발전소를 그대로 보유한 채 원자력과 석탄발전소를 대량으로 추진하였다. 그러다 보니 80년대 중반 실적예비력은 82%까지 높아졌었다. 당시에도 과잉설비 논란이 시끄러웠지만 그럼에도 값싼 기저전원이 확대되자 전기요금은 대폭 내려갔다. 2011년 순환단전을 경험했던 시기의 실적예비율은 5% 내외였다. 이후 5차례의 전기요금 인상이 있었다. 지금은 예비율이 회복되어 16% 수준이다. 예비력이 높아졌음에도 한전의 예상이익은 급증하고 있고 전기요금은 인하압력을 받고 있다. 금년 여름 한시적인 누진제 완화 형태의 요금인하가 공연히 발생한 일이 아니다. 예비율이 낮아지는 시기에는 전기요금의 인상요인이 발생하고 반대로 예비율이 높아지는 시기엔 전기요금의 인하요인이 발생하는 것은 예비율 수준과 공급비용 간에 상관관계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력을 공급하는 전원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느냐가 오히려 공급비용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이다. 2014년 가스발전 설비비중은 28%가 넘는다. 부하율이 70% 중후반인 상황에서 현재의 가스설비비중은 적정수준을 크게 벗어난 것이다. 최근 한전의 과대이익 예상은 국제 연료가격의 하락과 기저전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절대수준으로 보아도 예비율 16%는 그다지 높은 것이 아니다. 예비율 16%가 높지 않다면 과잉설비가 아니고 과잉설비가 아닌 것을 정부가 유도했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CBP 시장에서 정산구조는 용량요금(CP), 전력량요금(SMP), 그리고 약간의 계통보조서비스 요금이다. 계통보조서비스는 소액이므로 발전기의 수익은 용량요금과 전력량요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력량요금은 한계수요를 공급하는 발전기의 변동비인 SMP를 기준하고 전원별로 조정계수를 적용하거나 또는 그대로 SMP를 지급한다. 따라서 급전에 참여한 발전기들은 최소한 한계설비의 변동비 보다는 변동비가 낮다. 따라서 ‘가스발전기는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다’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면 가스발전기가 손해를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CBP 시장에서 CP는 한계설비의 고정비로 설계된다. 현재는 표준 가스터빈발전기의 투자비를 기준으로 기준 용량요금을 정하고 있다. 복합발전 방식을 택하고 있는 가스발전기들은 가스터빈발전기 보다는 투자비가 많으므로 지금의 CP로는 고정비 회수가 될 수 없다. 그동안 가스발전기는 전력량요금에서 남은 것으로 고정비 부족분과 이익을 낼 수 있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이용률이 높아 전력량요금에서 남는 이익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이용률은 가스발전기가 손해를 볼 수 있는 수준 이하로 까지 떨어지고 있다. 기저전원의 비중이 늘어나는 한편 전력수요 증가세의 부진으로 요즈음 가스발전소의 이용률은 급락세를 타고 있다. 2013년 66%에서 2014년 50%로, 금년에는 더욱 낮아지고 있는데 지금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평균 가스발전 이용률은 35% 내외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전력수급 위기 때에 가스발전 투자를 유도했다’는 말도 틀린 말이다. 지금까지 발전사업은 큰돈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망하지 않고, 현금장사이며, 사업의 경험을 통하여 수출에 참여할 수도 있는’ 대단히 매력적인 사업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즉, 할 수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하고 싶은 사업이었다. 예비율이 적정 수준에서 유지되는 한 전력사업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동안 발전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업자들의 경쟁은 매우 뜨거웠다.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높은 경쟁률을 뚫었어야 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발전사업 투자를 유도할 이유가 있는가? 정부가 가스발전 투자를 유도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CBP 정산시스템의 원칙으로 돌아가 보자. 한계설비의 고정비는 CP로 회수돼야 하고 변동비는 SMP로 지불되어야 한다. 현재 SMP는 제대로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CP는 그렇지 못하다. 적정수준의 예비율 상황이라면 첨두전원의 고정비는 회수돼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 이유가 ‘잘못된 투자유도’나 ‘과잉설비의 보유 유발’이기 때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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