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등 많은 재고로 거래량 거의 없고 배출권 가격도 폭락
주요국 감축목표 달성가능수준…한국만 지나치게 도전적

[이투뉴스] 현재 EU와 우리나라 등 일부 국가에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되고 있지만, 거래가 거의 없을뿐더러 배출권 가격까지 떨어져 온실가스 감축노력이나 감축기술 개발에 대한 동기부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현재까지 UN에 자발적 기여방안(INDCs)을 제출한 나라 중 EU와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가가 의욕적인 목표를 내놓지 못한 반면 우리나라만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했다는 의견이 또 제기됐다. 얼마 전 BNEF(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가 내놓은 분석자료와 사실상 일치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이사장 변종립)은 14∼15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2015 신기후체제, 새로운 전략과 기후 신산업 전망’이라는 주제로 ‘기후 WEEK 2015’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문재도 산업부 제2차관과 김종훈 국회의원을 비롯해 학계, 산업계 등 500여명이 참석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신기후체제 협상과 기후신산업 등에 대한 논의를 벌였다.

아울러 올해 기후위크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및 온실가스 감축 유공자에 대한 포상과 함께 BASF, 포스코, SK 하이닉스, 동서발전 등이 참가한 가운데 업종별 감축이슈 및 감축 우수사례 발표 등이 이뤄졌다.

▲ 14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기후위크 2015에서 변종립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EU, 배출권 20억톤 재고·가격도 5유로까지 폭락
박찬종 국제배출권거래협회(IETA) 이사는 ‘국제 탄소시장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특별강연을 통해 세계적으로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배출권 재고가 크게 증가하고 배출권 가격도 폭락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역시 배출권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등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그는 “EU ETS의 배출권 재고가 1년 할당량 수준인 20억톤이나 되고 가격도 도입초기 17∼20유로에서 현재는 5∼7유로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감축노력이나 기술개발 모든 측면에서 전혀 효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이사는 “EU의 배출권거래제가 정상화되기 위해선 시장에 쌓여 있는 재고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가 큰 관건”이라며 “단기대책으로 백로딩(유상할당분 중 일부 경매 연기)을 통해 9억톤을 연기했으며, 장기대책으로는 MSR(시장 재고물량 자동조정 매커니즘)을 추진, 2015년말 입법완료하고 2019년 시행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국제 탄소시장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UN의 저탄소 지속가능성장목표 채택 등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으며, 미국-중국 정상 공동대응 선언, 신기후체제 협상(COP21) 진전 등 다양한 변화요인이 있는 만큼 긍정적이란 평가를 내놨다.

우선 EU의 경우 2019년부터 시행되는 MSR을 통해 배출권 재고정리와 가격 정상화가 어느 정도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더욱 강화된 감축목표를 이미 발표했으며, 상쇄배출권 제한도 완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북미도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 8월 CPP(청정발전계획)를 확정, 이 제도가 향후 미국의 배출권거래제 형태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캐나다 역시 이를 도입하는 주가 늘어나는 등 활성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2개성과 5개 대도시에서 시범운영 중인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2017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키로 발표함에 따라 향후 연간 60억톤에 달하는 세계 최대 배출권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표류중인 수만은 중국 CDM(청정개발체제)사업을 옵셋으로 흡수할 것으로 기대했다.

◆ 에경연 “우리나라의 명확한 감축목표는 25.7%”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정책연구본부장은 ‘전세계 INDCs 제출 현황과 한국 감축목표의 시사점’ 주제발표를 통해 현재 UN에 자발적 기여방안을 제출한 주요국의 감축목표를 평가하고, 우리나라 감축목표와 비교했다.

우선 2030년까지 40%(1990년 대비 절대량 기준)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EU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배출량 및 배출집약도 변화추세보다 위쪽에 있어 감축목표 달성에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즉 최근 EU의 온실가스 감소추세를 볼 때 충분히 달성가능한 수준으로, 의욕적 목표로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의미다.

2025년까지 26∼28%를 감축할 계획인 미국도 감축목표가 온실가스 배출량 변화추세보다 위쪽에 있어 목표달성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또한 달성가능한 감축목표를 잡았으며, 의욕적 목표는 아니라는 평가다.

또 중국(2030년까지 원단위 기준 -60∼-65%)과 일본(2030년까지 -26%)의 감축목표 역시 충분히 달성가능하며, 의욕적 목표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중국의 경우 원단위 목표가 변화 추세보다 더 아래쪽에 있어 추가적인 개선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설정한 감축목표(2030년 BAU대비 -37%) 달성을 위해선 온실가스 배출증가세를 억제하고 빠른 시일 내에 감소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는 등 획기적인 감축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앞서 평가한 주요국가와 달리 너무 도전적인 목표를 세워 달성가능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에경연의 이같은 분석은 BNEF가 "한국이 여타 국가보다 훨씬 도전적인 감축목표를 세웠다"는 분석과 비슷하다. BNEF는 각국 감축목표를 동일한 기준(2030년 기준 BAU)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이 -28%로 가장 많은 감축목표를 내놓은 반면 미국(-8%)과 일본(-3%) 등은 이보다 훨씬 낮은 목표를 제시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심지어 EU는 5%, 중국 9%, 러시아 53%로 플러스 목표로 나와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임재규 본부장은 “우리 정부의 감축목표는 공론화 과정에서 논의됐던 4개 시나리오를 상회하는 의욕적인 수준으로 국제사회에 온실가스 감축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면서도 현실적인 달성가능성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른 각도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감축목표는 해외를 통한 달성목표 11.3%를 뺀 25.7%로 볼 수도 있다”며 “국제시장을 활용한 목표치는 아직 협상이 어찌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큰 요소”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도 산업부 차관은 축사에서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와 주력업종의 높은 에너지효율 수준을 고려할 때 국내 산업계의 추가 감축여력이 크지 않아 37%라는 감축목표 설정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더 이상 우리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감축하자는 감상주의도, 우리는 못한다는 저항적 소극주의도 지양해야 한다”며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과 건설적인 논의를 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 개회식 직후 이어진 기후변화 대응 및 온실가스 감축 유공자에 대한 포상을 마치고 문재도 차관(사진 가운데)과 수상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