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요즘 인기를 끄는 대중가요의 한 소절이 머릿 속을 맴도는 이유는 가을이 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10월의 중순을 넘어서고 올해가 4분의 1이 채 남지 않은 지금, 곧 1년을 돌아봐야 할 시점에서 마음까지 스산해지니 갑자기 많은 생각이 든다.

사회 전반에 힘들지 않은 곳이 얼마나 있겠느냐만 에너지업계 역시 갈수록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석유와 자원업계는 계속되는 저유가와 해외자원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때문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석유업계는 저유가 상황과 국내 석유유통 안정화 틈새에서 생존전략을 찾느라 고심하는 눈치다. 이 때문에 ‘따로 또 같이’ 지내는 정유사와 주유소는 혼합판매정책을 두고 한동안 불편한 기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알뜰주유소업계는 올해 의욕적으로 추진한 화물복지카드 시행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남모를 고민에 빠져있는 분위기다.

자원업계는 말해 뭣하랴. 성공불융자 내년도 예산은 0원,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종합국감에서 자원공기업 구조조정 TF 마련을 고심하겠다고 밝히는 등 냉랭한 살얼음판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자님 죄송해요. 차라리 출입처를 옮기시는 게 좋을 지도 몰라요. 저희는 점점 힘들어져서….”라는 한 자원공기업  관계자의 말은 자원개발 분야의 어두운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고 안타깝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피부에 와닿는 사안에만 민감하고 그 외에는 무관심한 국민의 이중성에 서운함이 커진다. 기름값, 전기요금처럼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사안에는 ‘소비자 알권리’를 내세우지만, 그 외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성’이라는 테두리 안에 가둬놓지 않는가.

기자는 최근 동해-1 가스전을 탐방하면서 가스전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하는 지인들의 반응에 적잖이 당황한 바 있다. 물론 그들의 의견을 우리 사회 전체 시각으로 일반화하는데는 무리가 있으나, 평범한 소시민이라는 기준으로 봤을 때 큰 차이는 없을 거라 여겨진다. 주변 사람들 중 단 한 명도 11년이 된 가스전에 대해 알지 못하는 걸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에너지’는 관련 종사자에게만 중요할 뿐 일반인에게는 관심 밖이다. 실상은 에너지 없는 생활은 공기 없는 삶처럼 상상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우리나라 에너지소비가 세계 8위인 점을 비춰볼 때 인식과 소비가 비례하는 것도 아닌 듯하다. 에너지업계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은 이렇듯 무관심 속에 방치된 탓도 적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생존’이라는 단어가 점점 식상해지는 업계에 희망은 없는 걸까. 석유공사에서 20년 넘게 몸담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일전에 “공사에 근무하는 동안 항상 맑은 날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며 “그래도 한 고비, 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건 언젠가 다시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 덕분”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그래서 말하고 싶다. 다시 맑은 날이 오지 않겠느냐고. 지금은 생존을 부르짖고 있지만 언젠가 나아지는 날도 올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행복하자고, 더이상 아프지 말자고. 스산한 가을날의 공허한 울림일지라도…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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