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의 매운맛을 내게 하는 성분으로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캅사이신이 암세포 안에 들어있는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絲粒體)를 파괴한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차세대 항암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영국의 BBC인터넷판이 9일 보도했다.

 

미토콘드리아는 모든 세포 안에 들어있는 핵심기관 중 하나로 여러 유기물질에 저장된 에너지를 생명활동에 필요한 형태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일을 맡고 있기 때문에 세포 안의 "발전소"로 불리고 있다.

 

영국 노팅엄대학 의과대학 교수이자 영국의학연구소(MRC) 전문가위원회 위원인 티모시 베이츠 박사는 캅사이신이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단백질과 결합, 암세포를 세포사멸(apoptosis)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하고 이는 암세포의 아킬레스건(腱)이 미토콘드리아임을 보여주는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포사멸이란 어떤 세포든 수명을 다하거나 손상이 발생하면 스스로 소멸해버리는 우리 몸의 자연적인 메커니즘으로 암세포의 특징은 이 메커니즘을 무시하고 무한증식하는 것이다.

 

베이츠 박사는 그러나 캅사이신은 암세포 주변의 건강한 정상세포에는 해를 미치지 않는다면서 그 이유는 정상세포와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는 생화학적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학전문지 <생화학-생물물리학연구정보(Biochemical and Biophysical Research Commuications)>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시험관 실험에서 인간의 폐암 세포와 가장 치료가 어려운 췌장암 세포를 캅사이신에 노출시킨 결과 이와 같이 "놀라운"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히고 이는 캅사이신이 차세대 항암제의 열쇠를 지니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제 제약회사가 신약을 하나 개발하려면 10년에 걸쳐 대략 8억달러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캅사이신과 같은 바닐로이드 분자계열에 속해 있는 물질은 이미 그 안전성이 확인된 물질이기 때문에 이러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베이츠 박사는 지적했다.

 

베이츠 박사는 캅사이신은 이미 건선과 근육긴장 치료제에 들어가고 있다고 밝히고 따라서 당장 이를 피부암의 국소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전통적으로 매운 음식을 많이 먹는 멕시코와 인도와 같은 나라들이 서방국가에서는 흔한 여러 형태의 암 발생률이 비교적 낮은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베이츠 박사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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