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봉석 동국대학교 법대 교수

최근 산자부는 산업용 전력요금에 대한 금년도 인상폭을 4%로 확정·발표한 바 있다.
인상폭이 기대에 못 미친 점, 인상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점은 다소 미흡하다고 보지만 어쨌거나 여러 이해관계의 장벽을 뚫고 요금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의지를 보였다는 데는 환영 받을만 하다. 왜냐하면 지난 3년간 산업용 전력요금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산업계와 일부부처의 반발로 재대로 현실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많은 반대가 있었을 것이고, 이에 대한 산자부의 단호한 결의가 없었다면 지난번과 똑같은 문어다리 정책으로 전락됐을 가능성이 컸을 거라는 데서 그렇다.


산업용요금은 지난 30년간 주택용과 일반용 요금에서 교차보조의 형태로 지원받아 왔으며 지난해 기준 연간 보조액은 6700억원에 달한다. 다시 말하면 이것은 전액 가구주체인 국민과 IT 등 지식기반산업, 고부가 서비스 분야의 전기요금에서 더 거둬서 산업계를 지원한 것이다.


사실 산자부는 이미 2002년 전기요금체계 개편방안시 각계의 의견을 청취한 후 2006년까지 10%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산업계의 반발로 실제 인상률은 4.9%에 불과하였으며, 이 대목이 바로 업계의 반발과 로비력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현재 산업용전력 사용비중은 전체의 52.6%에 달하며 반면 요금은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있다. 작년 기준, 주택용 전기요금의 판매단가는(110.82원), 일반용(95.24원)으로 산업용 60.25원 대비 많게는 두배 가까이 더 비싸게 지불해 왔다. 더 큰 문제는 공급원가(61.24원) 이하로 산업용전기요금의 가격(60.25원)이 책정돼 있었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자본사회에서 원가 이하의 상품거래가 가능한가. 전력이 무슨 옷매장의 떨이 제품도 아니고 말이다. 개개 국민 전체가 조금씩 요금부담을 해 몇 안 되는 거대 전력소비자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동안은 그렇게 했더라도 천만 이상의 국민에게 엔분의 일이었기에 별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산업용 전력요금이 정상화 돼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가정, 상업용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이 아니라 에너지 다소비자인 산업계가 에너지절약 등의 문제를 어떻게 받아 들일 것인가에 대한 문제와 더 밀접히 관련돼 있다. 어찌 보면, 지난 30년 동안 국민들이 보태주는 전력요금으로 거대 기업의 대외 경쟁력에 도움을 받아 왔다면, 이제는 최소한 국민에 대한 국가에 대해 그 고마움을 갚을 줄 알아야 한다. 어떤 기업가는 ‘우리가 전력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데 그만큼 싸게 해줘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그래 단순히 시장논리에서만 보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수많은 라면 회사가 있고 소비자가 어느 회사의 라면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와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것이다. 이것은 한정된 자원의 문제이고, 사용하면 할수록 반환경적인 역할을 더욱 많이 하는 것이 되며, 앞으로는 사용하면 할수록 환경비용이 더 증가되는 일종의 공익자원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산업계가 국민 또는 국가에 보답하는 유일한 길은 먼저 전력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가전체의 전력사용량과 발전소 추가건설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탬이 돼야 한다. 생산설비를 조건 없이 효율설비로 바꿔 나가야 할 것이며, 환경친화적인 자체 발전소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재생가능에너지도 기업건물 이곳 저곳에 설치해 가능하면 자가소비율을 높여나가야 한다.
다음으로 그동안 국민이 도와준 에너지비용을 환경비용, 에너지저소득층 등 사회에 환원해 나가야 한다. 받은 만큼 배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논리적 비약이긴 하지만 지난 30년간 저소득층이 산업계 전력요금을 충당해 주느라 때로는 단전까지 됐다고 생각해 보자. 그래, 국민들은 그렇게 해 왔으므로 산업계도 그에 상응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계가 전력요금 인상에 반발한다면, 차라리 공익적 영역에 집행되는 전력기금에라도 더 지불하라. 그래서 전력기금이 진정 기금으로서의 공익적 역할을 할수 있도록 차라리 도움을 줘라.


금번 전기요금 인상 관련해 중요한 것은 올 한해 만의 정책으로 추진할 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인상계획을 밝히고 산업계가 이에 대비하도록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하겠다. 지난 92년처럼 3년에서 5년정도의 인상률을 미리 제시하라. 그래서 산업계도 효율향상 등 요금상승에 준하는 자구책을 마련할 것이다. 그리고 장기 인상계획 수립시 산업계 요금이 교차보조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교차보조는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오히려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가정과 상업부문의 요금이 산업계 요금보다 낮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통해 공공재를 아껴 사용하는 자가 그만큼 비용분담을 적게 하는 함께 사는 사회로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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