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의

요즈음은 세상이 부동산이라는 축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폭등을 앞장서서 이끌고 있는 강남의 아파트들은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몇 억씩 오르내린다는 말같지 않은 소식들이 매일 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한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한 구석에는 변변한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하고 추위에 떠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석유 살 돈이 아까워 예고없이 몰아닥친 강추위에 홑이불과 전기장판 하나에 몸을 의지하는 ‘행복동’은 엄연히 현실로 존재한다. 그래서 환경정의는 현재 원주와 인천에서 난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의 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집수리 사업을 통해 새로운 직업군을 창출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30가구 정도로 조촐히 시작한 사업이지만 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자활후견기관의 집수리 자활공동체들은 그 발전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가난해서 더 추운 것이 아냐

난방문제는 추운 겨울철 저소득층에게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다.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제대로 된 단열을 갖추지 못한 대부분의 저소득층 주택은 다른 주택에 비해 훨씬 많은 난방비용을 필요로 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05 에너지총조사 자료에 의하면 월소득이 55만원 이하인 가구의 경우 소득에서 에너지비용(광열비)이 차지하는 비중은 25.9%에 이른다. 소득의 약 1/4을 에너지비용으로 지출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월소득 300만원 이상인 가구의 경우는 소득대비 에너지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다. 어림잡아 계산해보아도 단순한 상대적 비중의 차이가 아니다. 실질적으로 저소득층이 다른 계층에 비해 더 많은 돈을 에너지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온 것은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구조적 문제에 그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가격 구조의 문제와 에너지 공급망의 지역간 보급률의 격차가 에너지 사용을 둘러싼 사회적 불평등의 중요한 이유다.
소득계층별 에너지 소비 유형을 살펴보면 저소득층은 연탄, 등유 등을 주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원은 중산층 이상이 사용하는 도시가스, 지역난방에 비해 가격이 높게 책정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소득층과 중산층 이상의 연간 난방비를 비교하면 같은 수준의 열량을 얻기 위해 쓰이는 비용이 저소득층이 훨씬 많음을 알 수 있다. 저소득층이 많이 사용하는 등유의 경우 연간 난방비가 141만원에 달하지만, 도시 중산층 이상이 사용하는 도시가스의 경우는 연간 72만원에 불과하다.
비용이 저렴한 도시가스를 사용하려 해도 지역의 저소득층에게는 그 기회가 닿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 도시가스 보급률을 살펴보면 수도권의 경우 86%에 달하지만, 비수도권의 경우는 50%에 불과해 비싼 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요인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저소득층의 추위와 힘겨운 겨울나기가 단순히 개인의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구조적인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에너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제 에너지 문제는 단순한 산업정책이나 환경문제만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부분을 포함한 복지영역까지 이어진 복합적인 문제다.

 

▲인천·원주 ‘따뜻한 마을 만들기’

‘따뜻한 마을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저소득층 주택 에너지 효율화 집수리 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들의 주택을 대상으로 주택 단열을 중심으로 벽체의 균열을 보강하고 열손실이 심한 창문과 문 교체, 외부 바람막이 설치, 절전형 조명 교체, 보일러 교체를 진행해 저소득층 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사업이다. 현재 원주와 인천지역에서 30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이 사업의 평가를 통해 적극적인 확대를 제안할 예정이다.


▲전국 도시가스 보급 현황

도시지역인 인천과 농촌지역인 원주의 대상가구 현황은 너무나 많이 달랐다. 현재 주택의 에너지 효율성을 진단하기 위해 진행한 환기량 측정과 적외선카메라 촬영을 통한 단열 취약지점 측정자료는 이러한 차이점을 뚜렷이 보여준다. 실내온도 측정에서 원주는 6~24℃ 분포를 나타냈고, 인천은 15~25℃의 분포를 보여줬다.
원주의 경우 일반 단독주택이거나 집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열악한 가구들이 많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된다.
많은 가구들이 독거노인이나 홀부모 가정이다보니 주택의 상태가 열악한 경우가 많고, 난방비에 대한 부담으로 전기장판을 사용하거나 난방을 최소화하고 있어 건강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몇몇 가구는 단순한 에너지 효율화 집수리가 아닌 집 전체의 개축이나 재건축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공사 비용의 부담으로 수리를 진행하지 못한 가구들도 있었다.
집수리를 진행하는 참여자는 현재 11명이고, 그 중 자신도 수급자인 경우와 차상위계층, 자활특례자들로 구성돼 있고 수급자를 벗어난 사람들도 2005년까지는 기초생활수급자였던 사람들이 많다. 적은 수입이지만 정기적인 월소득을 갖게 되면서 수급자에서 벗어났지만 다른 일반적인 기업들과 똑같은 세금을 내고 있어 공동체적 목적을 실행하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등의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모든 가구들의 공사가 마무리되고 집수리후 에너지 진단을 통해서 에너지 효율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측정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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