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자원환경경제학박사 /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자원환경경제학박사
[이투뉴스 칼럼 / 허은녕] 작금의 에너지환경부문 국제환경은 우리나라에 전혀 호의적이지 않다. 국제유가가 하락하였다고 하나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확실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고, 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반대 여론은 여전히 드세다. 미국 에너지 업계가 기술혁신에 성공하여 셰일가스 대박을 터트렸지만 한국은 아직 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생각보다 부진한 재생에너지 기술개발 속도는 인내심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에너지협의회(World Energy Council)는 2014년 보고서에서 회원국 127개국 중 한국이 에너지안보 지수에서 103위를, 환경지속성 지수에서 85위를 기록하였다고 밝혔다. 같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경제, 사회, 정치부문이 각각 9위, 26위 및 37위에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에너지 부문의 취약성을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대응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세계 최하위권 국가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더하여 올해 말로 바짝 다가온 온실가스 감축계획의 국제협상은 그 동안 우리나라가 영유해 왔던 에너지공급구조의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실로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에너지 및 환경 부문 이슈들이 여기저기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IPCC 6대 의장에 이회성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이 당선되었다는 소식은 이러한 상황에 나름대로의 희망을 가지게 한다. 단순히 국제기구 수장에 한국사람이 당선되었다는 것을 넘어서서, 에너지환경부문에서 한국의 국제적인 위치와 그 동안의 노력이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취임사에서 언급한 ‘세계 공통 탄소배출가격체계 구축’ 이나 ‘개도국 참여 증대’ 등의 내용들은 나름대로 앞으로의 방향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제개발 경험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돌파구 역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는 대목은 부존자원이 부족하였던 우리나라가 인재양성과 기술개발로 경제성장을 이루었음을 고려할 때, 에너지환경 문제 역시 기술개발과 인재양성의 문제가 중요함을 시사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사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에너지 공급 망 및 환경관련 기반시설이 가장 잘 되어 있는 나라에 속한다. 현재 에너지환경시설의 운영효율은 세계 최고이며, 이는 대부분 1-2차 석유위기때 정부가 과감하게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사업에 투자한 덕분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고급인재양성이나 기술개발 투자가 줄어들었으며, 전기, 화공, 기계, 자원, 원자력 등 에너지 분야의 전문고급인력의 배출 수는 1980년대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에너지 산업 역시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국제적으로 경쟁하기 보다는 공공사업 영역에서 안주하면서 안전하게 사업을 영위하여 왔다.

이번 정부의 에너지신산업은 바로 이러한 반성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잘한다고 알려져 있는 정보통신기술과 과학기술을 에너지 분야에 접목하고, 이를 민간 기업이 사업할 수 있도록 해 주자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절약 부문의 경우 낮은 요금제도로 인한 장벽을 고치지 않고서도 산업을 만들어내기 위한 친환경타운 및 제로에너지하우스 등의 시도가 눈에 띈다. 열과 전기를 모두 다루기에 전기요금의 문제를 넘어서며, 단위별 에너지 운영의 부분도 함께 다루고 있어, 기존의 제조업 개념을 넘어서서 운영서비스업 형태의 산업을 육성하며, 동시에 관련 제조업도 함께 육성하게 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한편, 전력부문은 기존의 민영화나 분할 이슈를 넘어서는 새로운 망 구축이 중심에 있다. 바로 스마트그리드와 마이크로그리드 이다. 전력의 소비와 공급을 정보통신망처럼 가능하게 해주기에,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대부분 지방 중소기업들이 직접 시공하는 경우가 많아 고용효과가 높다. 이를 고려하여 태양광 리스 제도 등 국민이 보다 쉽게 재생에너지를 집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제도 역시 눈에 띤다. 

국제 에너지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는 사실 공기업 구조조정과 국정감사라는 쓰나미에 파묻혀 실질적인 에너지환경 분야의 발전정책은 수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에너지자원을 95~99%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가 해외자원개발사업 등 에너지안보 관련 예산을 배정하지 않는 것이나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책정하고 있는 것은 에너지환경 분야에서 기술개발과 인재양성의 효과가 없어지게 만드는 주요 이유이다. 전문가를 기르지 않으니 알짜배기 에너지 사업을 골라내는 안목과 전문성은 그야말로 눈 씻고 찾아보아도 찾기 어렵고 기술개발을 하지 않으니 수입만 늘고 있는게 현실이다. 

IPCC 의장 선출과 함께 에너지환경 부문에서의 인재양성과 기술개발로 새로운 에너지산업 육성에 도전하여야 한다. 기술개발과 인재양성을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신산업은 석유, 가스 등 에너지원과 같은 지정학적인 제약이 없으니 한번 도전해 볼만 한 영역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안보와 환경지속성 지수 역시 상위권으로 올릴 수 있도록 국민과 정부가 힘을 합쳐 나아가면 한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