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경영난을 호소하며 급기야 폐업을 위한 출구전략을 마련해 달라는 석유유통업계 호소가 반복되고 있다. 이들의 하소연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유독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유통분야가 마찬가지지만 석유업계 역시 중심에는 소비자인 국민이 있다. 당연히 정책도 국민에 초점을 맞춰 움직여야 하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 이따금 그 과정에 정책 흐름이 공급자인 사업자들의 이익과 반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분노의 화살은 곧장 정부를 겨냥한다.

정부 역시 나름의 고충을 호소한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과거 드라마 명대사가 떠오른다. 예외없이 모두가 힘든 현실이 그저 답답할 뿐이다.

‘가짜석유’는 그 뿌리를 뽑아내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불치병 같이 나아지는 듯하다가도 언제그랬냐는 듯 다시 고개를 내민다. 

그런데 업계는 가짜석유 때문에 고통을 받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가짜석유 덕분에 고충을 외부에 드러낼 수 있다. 바로 폐업 지원 요구가 후자의 경우다. 내가 운영하던 사업장 문을 닫을 때 정부 예산으로 비용을 지원해 달라는 것이다.

이때 업계는 폐업할 돈이 없어 방치된 영업장이 가짜석유 유통의 온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돈도 여유도 없으니 정부가 대신 해달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 사업장이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해악이 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압박한다. 

정부도 여간 찜찜하지 않다. 세금으로 폐업을 지원하자니 명분이 안되고, 그대로 두자니 방치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잘라 말한다.

어질러 놓은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도 아니고, 나름 힘든 사연도 있겠지만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얼마 전 열렸던 가짜석유 근절 간담회에서 누군가는 “‘폐업지원 해달라’는 말이 자료집 첫 페이지에서부터 빠짐없이 계속되는데 꼭 ‘예수 믿으세요’라는 말처럼 보이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듣는 기자도 그 말에 웃었지만, 실은 너무나 씁쓸한 말이었다.

사업주들이라고 왜 힘들지 않겠는가. 과거 돈 좀 만져본 사람이라야 시작할 수 있던 ‘기름장사’는 이제 계속 유지하기도, 손을 떼버리기도 힘든 '처치곤란'이 돼버린 것을. 삶의 여유를 찾기 쉽지 않은,  찌들어버린 무표정한 그들의 얼굴에서 일상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소위 ‘동네 유지’나 돼야 할 수 있었던 석유업은 옛말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업계의 딱한 사정을 감안해도, 사업주가 시작한 개인 사업을 정리하는데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그 호소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내 손으로 열었던 가게 문을 마지막에 내가 닫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대한민국 자영업자 중 어느 누구도 예외는 없다.

그런데 유독 석유업계 사업주들은 마지막 문 만큼은 정부가 닫아주길 바란다. 국민 세금 열심히 걷어 겨우 셔터맨이나 하려고 있는 정부는 아닐 텐데 말이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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