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곰배령은 쉬고 싶다한다
[칼럼] 곰배령은 쉬고 싶다한다
  • 서정수
  • 승인 2015.11.0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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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수 박사 /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서정수 박사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이투뉴스 칼럼 / 서정수] ‘천상의 화원’ 곰배령이 몸살을 앓고 있다.

강원도 인제군과 양양군에 걸쳐 있는 점봉산(1,424m) 정상에서 남동향 해발 1164m에 자리잡고 있는 초원이 바로 곰배령이다.

몇해 전 어느 종편방송에서 강원도의 아름다운 외딴 산골을 배경으로 할아버지, 딸, 손녀 등 가족간의 원망과 상처, 화해의 따스한 시선으로 그린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1987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고시된 이곳에 2010년부터 시작된 생태안내프로그램 운영결과 채 5년이 지나지 않는 세월에 곰배령 생태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점봉산의 식물상은 1984년도 한국자연보존협회 종합학술조사 당시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식물의 약 20%에 해당되는 종이 분포하고 있었으며 법으로 정한 종들은 물론 남과 북의 경계에 살고 있는 종들의 집단 분포지로 밝혀진 바 있다.

모데미풀, 금강초롱, 금강애기나리 등 한국특산식물은 물론 울릉도에만 살고 있다고 알려진 섬말나리도 이곳에 분포한다고 밝혔다.

식물 외에도 천연기념물인 산양, 하늘다람쥐 등의 포유류와 차디차고 맑은 산간계류에 사는 금강모치를 포함한 13종의 한국특산종 어류와 법정보호종인 열목어 서식도 확인됐다.

이는 최소 3-4백년 동안 인간간섭이 배제된 안정된 생태계가 유지된 결과로, 한 언론에서는 ‘이곳만은 지키자’ 라는 시리즈의 첫 편으로 소개한 곳이기도 하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차량 통행이 어려워 방동리 범바위골 부근에 차를 세워두고 서너 시간씩 걸려 오르던 천혜의 오지였고, 지금의 강선마을 입구 길옆에는 산토끼꽃도 그리 많았었는데...이제는 영영 찾아보기 어려운 꽃이 된지 오래되어 더 아쉬움이 든다.

1996년부터 시작된 진동리 양수발전소 건설이 단초가 되어 도로가 확포장되고 유입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곳의 자연생태계 훼손은 예견되었던 일이었다.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은 점봉산 일부지역이 설악산국립공원으로 편입되었기에 다행이라 여겼는데 그 역시 허사일 뿐 몇 남지 않은 숨은 자연의 보고(寶庫)가 훼손의 참상을 맞는 것 같다.

‘곰배령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탐방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내 산림생태계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생태안내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일반인들에게 숲체험 및 생태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산림생태계 건강성 확보 및 산림유전자원보호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자 한다’는 애초의 취지와 운영목적은 충분히 이해된다.

또 이곳은 국립공원구역이라 충분한 보전관리가 가능한 지역으로 안심됐으나 그 기대는 산산이 무너지고 말았다.

사전 곰배령 생태계 보전을 위한 세심한 관리 원칙이 부재한 탓에 최초 하루 백명의 출입 인원을 6배로 확대 운영했다니 그 근거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뿐이다.

단순한 탐방 노선에 미칠 인간간섭에 대한 사전영향 예측을 전혀 못한 결과, 답압(踏壓)에 의한 폐해가 나타났다고 보인다.

다시 말하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간 자리에는 풀 한포기 나지 못하며, 지상으로 돌출된 나무 뿌리부분도 건강성을 잃어 고사되며, 연차적으로 꽃 없는 곳에 곤충이 없고, 곤충을 먹이로 하는 새들 역시 줄어드는 생물다양성 감소로 종국에는 먹이사슬이 파괴된 불안정한 생태계로 자연성을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모데미풀도 없고, 오색딱다구리도 보이지 않는 그 곳에 어려운 예약을 거쳐 누가 또 가고 싶을까 분명 망설여질 것 같다.

이즈음 곰배령도 쉬어야만 기력이 회복될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전면적인 생태계 보전관리 방안대책을 재점검하고 곰배령의 원래 모습을 되찾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수목원, 식물원에도 인원제한을 포함한 탐방예약제를 운영하는 기관들이 행여 자연생태계를 담보로 선심성으로 운영한 결과는 아닌지 의심케 된다.

책임 공방은 뒤로 하고라도 현지 국립공원 관리 기관도 적극적 자세로 탐방문화 개선에 노력해야만 한다. 부처간 관리논쟁에 휘말릴 이유를 애써 외면하려는 옹졸함을 보여서는 존재 가치가 외면 받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느껴야 한다.

강원도 인제군과 양구군에 걸쳐 있는 대암산(1,314m)에는 우리나라 고층습원인 용늪(1,280m)이 있다. 1966년 비무장지대 조사시 발견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층습원이다.

이곳의 자연성을 보전하기 위해 1973년 천연보호구역으로 문화재청이, 1989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환경부가, 1997년 국내 제1호로 람사르협약에 등록, 1999년 습지보호지역으로 환경부가 지정한 곳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동식물의 종류와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고, 한정적으로 개방돼 운영 중이지만 철저한 관리가 동반된 결과로 곰배령의 경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곳인 것 같다.

이 가을 산야에서는 형형색색의 단풍 속에 정숙하고, 깊고, 오묘한 자연의 얼개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 무리지어 고성방가하고, 흐트러진 음식물 쓰레기 잔재를 남기고, 금강모치 노니는 물가에 오염물을 투척하는 탐방객의 존재는 우리를 너무도 우울하게 한다.

과다한 탐방객이 문제라면 적정 수용능력을 고려한 출입제한을 심도있게 재검토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휴식년제 도입으로 자연성을 회복시키는 특단의 조치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

문득, 불가(佛家)의 수행중 동안거(冬安居), 하안거(夏安居)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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