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액화유로 에너지안보 확립"

최근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국제 에너지시장에서 석탄액화(CTL, Coal to Liquid) 기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합성석유라고도 불리는 석탄액화유는 현재 전 세계가 기술개발과 공장 건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예로 원유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중국에서는 상용 석탄액화공장 건설을 누구보다도 앞서 추진하고 있다.
석탄액화 기술은 석탄직접액화기술과 석탄간접액화기술로 나뉜다. 직접액화는 고온ㆍ고압 상태에서 용매를 사용해 석유를 얻는 방법이며 간접액화는 석탄과 물과 산소에 반응시켜 가스화한 후 촉매를 사용해 석유를 만드는 일이다. 세계적으로는 일단 간접액화 방식이 주로 적용되고 있다. 직접액화 방식보다는 효율성에서 떨어지지만 경제성과 환경오염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실 석탄으로부터 액체연료를 제조하는 대규모 석탄액화공장은 독일 및 영국에서 1930년대에 가동돼 2차 세계대전 수행에 필요한 연료를 공급한 바 있다. 독일의 경우 1945년에 9개의 간접액화공장과 18개의 직접액화공장이 가동돼 연간 약 400만톤의 휘발유를 생산, 소비의 90%를 충족한 바 있다. 전후 중동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돼 저가의 원유가 풍부하게 공급되면서 석탄액화공장의 조업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외하고는 중단됐다. 또 저가의 원유로 인해 연구 개발 노력도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매장량이 풍부하고 고르게 분포된 석탄이 석유 공급 부족을 보완하는 새로운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국ㆍ중국ㆍ필리핀ㆍ인도ㆍ뉴질랜드ㆍ호주 등 많은 나라가 석탄액화 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수행하거나 실제 계약 단계에 있다. 이렇듯 세계는 지금 석탄액화유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을 이미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최대 석유소비국인 미국이 가장 적극적이다. 상용화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뒤쳐졌지만 미국은 간접액화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는 달리 직접액화와 간접액화 방식 둘 다 채택, 활용하고 있다. 특히 직접액화방식은 자체 기술력을 이미 확보했다. 미국은 석탄액화 사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05년 에너지법안을 제정했으며 사업자에게 세금혜택과 융자 등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6개 주에서 석탄액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주로 대규모 탄전지대가 있는 주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와이오밍주는 DKRW 에너지사가 오는 2010년 하루 3만배럴 규모의 석탄액화유를 생산할 계획으로 27억달러 규모의 석탄액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시시피주도 렌텍(Rentech)사가 7억5000만달러 규모의 석탄액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애리조나주는 헤드워터(Headwaters)사와 호피 트라이브(Hopi Tribe)사간의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하루 1만배럴 가량의 합성석유와 전기를 생산키로 했다. 노스다코타주 역시 헤드워터사와 그레이트 리버(Great River)에너지사 및 석탄회사 등 3자간 MOU를 체결, 하루 1만~5만배럴 규모의 석탄액화유를 생산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오하이오주는 바드(Baad)에너지사가 쉘(Shell)사의 가스화 및 F-T 공정을 이용, 하루 3만5000배럴의 석탄액화유와 300M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복합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펜실베이니아주는 WMPI사가 6억달러 규모로 폐석탄을 액체연료와 전기로 전환하는 복합공장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미 광업협회 루크 포포비치 대변인은 "석탄액화유 생산량을 늘릴 경우 석유 수입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차세대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하기 이전 중간 단계로서 시도해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프랭크 클레멘테 교수도 "석탄액화는 수송용 에너지 확보의 유일한 대안"이라며 힘을 실었다.

중국은 2020년까지 연 2억1000배럴의 석탄합성석유 생산을 목표로 정부가 나서 석탄액화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날마다 늘어만 가는 석유수요로 인해 수급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석탄액화에 성공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솔(Sasol)사의 기술을 도입을 검토 중에 있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천연가스액화(GTL, Gas to Liquid) 기술을 보유한 로열더치쉘 등과도 기술이전 및 합작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상용생산을 목표로 지난 2002년 첫 착공에 들어간 석탄액화 공장은 중국 북구 네이멍구 자치구에 위치해 있다. 연간 700만배럴의 석탄액화유를 생산할 이곳의 특징은 석탄직접액화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 세계에서는 유일한 직접액화공장인 이곳은 중국 최대 석탄업체인 선화 그룹이 33억달러를 투자했다. 중국은 본격적으로 2010년 직접액화방식을 통한 연간 3500만배럴의 석탄액화유 생산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간접액화방식을 통한 연간 1억7500만배럴의 석탄액화유를 확보해 총 2억1000만배럴의 석탄액화유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기술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중국은 현재 3개의 석탄액화연구소 및 실험로를 운영중이다. 특히 전문연구소인 상하이 석탄액화연구소는 선화그룹과 상하이화위안그룹, 상하이전기그룹 등 3곳이 1억위안 이상 공동 출자해 운영중이다.

중국과 함께 자원외교를 펼치고 있는 인도는 석탄액화 사업을 위해 코울 인디아(Coal India)사와 오일인디아(Oil India)사가 각각 벤처회사를 설립했다. 세계 4위권의 석탄 매장량을 자랑하는 인도는 이 회사들을 중심으로 연간 350만톤의 저급 석탄을 액체연료로 전화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솔사와 기술이전 및 합작생산을 협상 중이다.

뉴질랜드는 자국 내 가장 큰 석탄회사인 솔리드 에너지 뉴질랜드(Solid Energy New Zealand)사가 6억8000만달러 규모의 석탄액화 사업 타당성 조사를 수행 중이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정헌 합성석유연구센터장은 "뉴질랜드는 자국 내 저급 석탄을 활용한다는 복안"이라며 "유가가 배럴당 35~40달러선이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 역시 에너지 전문회사인 린크(Linc) 에너지사가 땅 속에서 석탄을 가스화하는 기술(UCG)과 렌텍사의 석탄액화기술을 조합, 하루 1만7000배럴 규모의 석탄액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필리핀도 미국 HTIG사에 의뢰해 현재 석탄액화 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통해 하루 3만배럴 규모의 직접액화방식과 같은 규모의 간접액화방식이 조합된 하이브리드형 석탄액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인도네시아는 수마트라섬 남부에 약 8억달러를 들여 석탄을 액화연료로 가공하는 석탄액화생산공장을 건설해 2011년부터 하루 2만배럴의 석탄액화연료의 생산을 개시, 향후 하루 70만배럴까지 생산을 늘릴 예정이다. 산유국으로 석유를 수출하고 있는 러시아도 자국의 석탄을 석유로 전환하기 위해 사솔사에 협력을 요청했으며, GE 에너지사 관계자에 의하면 대만에서도 석탄액화공장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가 석탄액화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석탄이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정헌 센터장은 "향후 수급에 대한 불안 때문에 자국 내 석탄으로부터 액체연료를 생산해 에너지안보를 확립하고자 한다"면서 "높은 가격의 원유 수입을 대체하는 등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라는 판단 하에 전세계가 석탄액화기술 확보에 혈안"이라고 말했다. 또 "석탄액화유는 기존의 차량과 배급체계를 이용하므로 당장 적용이 가능하다"며 "따라서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석탄르네상스 주도하는 석탄액화
"석탄으로 만든 기름이 차량의 연료될 날 멀지 않았다"


40대 이후 장년층은 석탄에 얽힌 아스라한 추억이 있다. 초ㆍ중ㆍ고 시절 석탄 난로에 도시락을 올려 데워 먹었던 기억…당번이 돌아오면 석탄을 창고에서 배급받아 난로에 넣었던 기억도 새롭다. 하지만 석탄은 공해와 저효율로 우리 주변에서 사라졌다. 오늘날 석탄은 화력발전소 등 극히 일부 사용처에서 볼 수 있을 뿐이다.

이렇듯 찬밥 신세를 최근 면치 못했던 석탄이 화려하게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오늘날 '석탄액화' 기술은 이러한 석탄의 부활을 돕고 있는 일등공신이다. 이 기술은 석탄을 합성가스로 만든 뒤 정제하고 액화시켜 기름제품으로 바꾸는 것이다. 가스화나 액화는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이용된 것으로 고난이도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저유가 시대에는 경제성을 상실했다가 원유가가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서면서 경제성을 갖게 됐다. 성동원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석탄액화의 폴리제너레이션이라는 공정은 석탄 이용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력ㆍ액체연료ㆍ석탄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여러 공정을 조합한 것으로 현재 미국 등을 중심으로 개발 중에 있다"고 설명하고 "환경오염이 적어 차세대 미래석탄화학의 핵심공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탄으로 만든 기름이 차량의 연료나 난방용으로 판매될 날이 멀지 않았다.

그렇다면 석탄액화를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석탄직접액화기술과 석탄간접액화기술, 이 두 기술을 통해 석탄액화를 생산할 수 있다.
석탄직접액화기술은 400~470℃의 고온과 100~300기압의 고압에서 석탄을 용매에 녹이고 녹은 석탄에 촉매와 수소를 공급, 분해해 증류할 수 있는 액체연료를 만드는 것이다. 이 공정은 열효율이 60~70%로 매우 높다. 특히 회분과 수분을 제외한 석탄 유기성분의 70% 이상을 액체로 전환할 수 있다. 이 석탄액화유는 보일러 연료 등의 용도로는 특별한 처리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액화유를 수송연료로 사용하려면 정유공장에서 사용되는 고품질화처리가 필요하다. 정유공장의 원료에 액화유를 섞어서 처리가 가능하다.
반면 석탄의 간접액화기술은 우선 석탄을 수증기 및 산소와 반응시켜 가스화시키고 가스화 생성물의 수소와 일산화탄소 비율을 조정, 황화합물을 제거한 합성가스를 촉매 상에서 탄화수소화합물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반응조건과 촉매의 종류에 따라 만들어지는 생성물도 각각 다르다. 현재 조업 중인 대형 석탄간접액화공정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솔(Sasol) 공정이 있다. Sasol에서는 휘발유, 디젤유, 다양한 석유화학기초연료 및 왁스 등을 제조하고 있다.
간접액화기술의 핵심은 합성가스를 탄화수소화합물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천연가스를 수증기 또는 산소와 반응해도 마찬가지로 합성가스가 만들어지므로 천연가스를 액체연료로 전환하는 GTL 기술로 개발된 모빌사의 MTG 공정과 쉘(Shell)사의 SMDS공정을 석탄액화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인터뷰>

"에너지전환은 보다 많은 에너지원을 이용 가능케 합니다"

김재호 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전환연구부장

 


"에너지전환은 단순히 물질의 변화를 위한 조작을 의미하기보다는 소비자 또는 국민의 보건환경에 기여할 수 있도록 깨끗한 형태의 에너지로 바꿔주는 개념을 말합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김재호 에너지전환연구부장은 석탄을 가스화해 합성석유를 제조하는 석탄액화 가스화해 합성석유를 제조하는 석탄액화(CTL)기술이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석탄가스화복합발전 기술은 모두 에너지전환에 속한다며 이같이 개념을 설명했다.

오늘날 에너지전환이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은 에너지이용기술이 궁극적으로 저비용ㆍ고효율ㆍ환경친화적인 기술개발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너지전환기술은 최근 고유가와 지구온난화를 대비한 기술로써 에너지 다변화를 위해 전략상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김부장은 "그동안 우리가 이용하기 못했던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석탄액화기술과 같은 에너지전환기술"이라며 에너지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렇듯 그동안 쓸 수 없었던 에너지를 깨끗한 형태의 에너지로 바꾸는 방안 등을 연구, 국산 기술개발에 온 열정을 쏟고 있는 곳이 대전에 위치한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에너지전환연구부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에너지의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과 청정에너지 이용기술 개발을 목표로 연구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석탄 등의 고체연료에서 청정가스 개발 분야 ▲석탄 또는 천연가스로부터 합성석유개발 분야 ▲폐기물 연료화 이용기술개발 분야 ▲유독배기가스 및 미세입자 제거기술 분야 ▲온실가스제거와 관련된 기술 분야 등 다소 생소하지만 향후 에너지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 중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까지 에너지전환기술은 원유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연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분야였다. 아울러 화학공학적 반응 및 촉매기술과 더불어 많은 초기 투자비가 소요되는 시스템개발기술이 복합적으로 요구되는 분야인 만큼 주변 여건에 많은 영향을 받아왔다.
김부장은 "현재까지 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해 왔지만 아쉽게도 중단없는 지속적인 기술개발이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기술개발과정에서 정부의 재정지원과 개발기술 적용시 국가 관련 시설이나 장비 등에 우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가산점제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과거 국책비용 1조원 이상 투입한 IT분야 등을 모두 성공했던 것을 상기하고 정부의 꾸준한 투자와 관심도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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