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가 카스피해를 거쳐 중앙아시아, 터키, 유럽으로 이어지는 야심찬 천연 가스관 건립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바르탄 오스카니안 아르메니아 외무장관은 9일 아르메니아가 이 사업을 통한 혜택을 보려 한다고 밝혔다고 아르메니아 현지 언론이 전했다.


카스피해 지역 자원 수출을 위한 이 같은 사업 구상은 미국에 의해 1990년대 말에 추진됐지만, 지정학 및 경제적 이유로 한번도 본격 착수되지 못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이 유럽측의 러시아산(産) 가스에 대한 점증하는 의존도를 낮추려는 장기적 전략에 따라 이 사업을 지난해 6월 승인한 상황에서, 아르메니아도 '한 몫' 끼어들어 가스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EU는 3300km나 되는 가스관 건립 사업이 2008년 시작돼 2011년에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이 가스관은 아제르바이잔과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의 가스를 운송하고 연간 최대 운송량은 300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오스카니안 장관은 58억달러가 투입되는 이 사업이 장기적으로 아르메니아의 에너지원을 더욱 다양화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본다며 "아르메니아는 사업 관여를 시도할 것"이라고 의중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아직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전혀 취해지지 않고 있지만 관련국들과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치공화국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아르메니아의 사업참여를 극렬히 반대할 것이란 점.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아제르 영내에 있지만 아르메니아인들이 주민 대다수를 구성하고, 아르메니아의 지원을 받고 있다. 나고르노-카라바흐가 1991년 12월 독립을 선포한 뒤, 아제르와 아르메니아 간에 대규모 무력충돌이 발생, 3만여명이 사망했다.

 

또 다른 문제로는, 아르메니아가 사업 참여를 원하는 이 가스관이 조만간 아제르의 가스를 그루지야와 터키로 실어 나르기 위해 최근 건설된 가스관과 거의 틀림없이 연결될 수 있다는 것. 이는 이 가스관이 아르메니아를 우회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아르메니아는 카스피해 가스관보다는 규모가 훨씬 작은 가스관을 통해 인접국 이란으로부터 가스를 공급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르메니아와 이란측은 양국 간 가스관의 아르메니아쪽 공사 구간이 거의 마무리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란의 한 고위 관리는 최근 "언제라도" 아르메니아에 가스공급을 개시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오스카니안 장관은 아르메니아-이란 간 40km 거리의 가스관이 물리적 공사는 끝났지만 기술적인 시험을 거쳐야 할 필요가 있다는 고집을 접지 않고 있다. 이는 카스피해 가스관 건립 사업 참여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입장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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