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난과 도시가스사 모두 후퇴 없이 기존 주장 되풀이
우군 동원해 업종변호 일색…의미 무색한 국회 토론

[이투뉴스] 달라진 게 전혀 없었다. 지금까지의 주장이 또다시 계속됐다. 한쪽에선 그린히트 프로젝트(수도권 열배관망 구축사업) 추진의 당위성을 강조했고, 다른 쪽에선 문제점 찾기에 골몰했다. 양측 주장의 반복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한국지역난방공사와 도시가스협회 뿐만이 아니었다. 토론에 참여한 패널은 물론 플로어 역시 동원(?)됐다는 인상을 피하기 어려웠고, 발언 역시 어김없이 특정 분야의 편으로 기울었다. <관련기사 : 그린히트 프로젝트 B/C 1.13으로 최종 결론>

16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 어떻게 볼 것인가’ 정책토론회 풍경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황리에 진행됐지만, 정작 내용에선 물과 기름처럼 겉돌았다. 이해당사자 간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정책토론회라는 점에서 일견 이해가 가면서도, 일방적인 자기주장만 계속되면서 해당 의견에 귀 기울이기 쉽지 않았다. 끝없이 평행선을 달리는 레일이 연상될 정도였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제남 의원이 “양측(산업부·한난 vs 도시가스사업자)의 생각과 판단이 다르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애써 의미를 부여했지만, 인사말을 마치고 나가자마자 각자 자신들의 입장에서만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일관했다. 국회의원 한 두 명이 나서 심판자가 되기에 역부족이라는 의견이다.

예비타당성조사 결과에 대해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했음에도 불구, 정작 예비타당성 연구를 수행한 KDI(한국개발연구원)는 나오지 않았고,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할 산업통상자원부도 참석하지 않아 토론회가 한풀이 성격에 머무른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또 한난이나 도시가스업계 모두 국민과 소비자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 진면목까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았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를 떠나 신뢰회복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초 사업구상 단계부터 마찰을 빚어 이해당사자가 함께 참여한 광역망기획단을 구성하고, 예비타당성조사까지 실시했으나 접점은커녕 모두 헛수고가 되는 흐름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렵사리 얻은 예타결과에 대해 도시가스업계가 신뢰할 수 없다며 전면부정하고 나서 근본적인 접근방식부터 달리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 좌장을 맡은 김정인 중앙대 교수(사진 가운데)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그린히트 프로젝트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도시가스 수용불가 입장 vs 한난도 공세적 대응
이날 토론회에서는 그동안 수세적이던 지역난방공사가 도시가스업계 주장에 대해 강렬한 언어까지 동원하면서 사안별로 반박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예비타당성조사 결과까지 나온 상황에서 계속해서 물러서는 것은 사업추진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아래 공세적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다. 또 앞으로는 도시가스사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공사 내부 의지와 함께 산업부 의중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수도권 GHP사업 설명’에 나선 김세호 지역난방공사 광역망추진단장은 그린히트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경제성이 확보되더라도 모두 8개의 ‘사적계약’이 체결돼야만 사업추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즉 열생산업체(발전사·매립지공사)-광역망사업자(한난)-소매사업자(집단에너지 또는 도시가스사) 간 생산과 구매, 판매 등 열수급계약이 체결돼야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데, 경인운하나 4대강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투자수익을 보장하는 계약은 하나도 없다.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계약을 맺어야 만 사업추진이 가능하다. 정부 예산으로 공기업이 투자 하는 사업이 결코 아니다. 발전사와 광역망사업자, 소매사업자 간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추진하는 사업인데 왜 경제성 문제가 대두되고, 교차보조라는 지적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도시가스사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도시가스산업에 미치는 영향 역시 그리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린히트 영향을 받는 4개 도시가스(인천, 서울, 강남, 코원ES)의 판매량이 연간 1억7000만㎥ 감소하고 매출액은 1636억원 가량 줄지만 총매출액대비 비율이 3.8%에 불과하며, 영업이익 감소액수는 19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그린히트 추진 시 보일러 등 설비업자들의 생존권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개별난방이 지역난방으로 전환하더라도 보일러 감소물량이 연간 내수의 1% 남짓에 불과한 데 너무 과장된 표현”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이달 중 그린히트 프로젝트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를 확정하고, 내년 1월부터는 ‘미이용 열에너지 거래단가 산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2016년에 광역 열배광망 건설공사에 착공하는 한편 열생산자 및 열소매사업자와 열거래 단가계약도 체결할 예정이다. 이어 2017년 12월에 인천-목동 간 부분 준공 및 2018년 광역 열배관망을 종합 준공한다는 일정을 공개하는 등 사업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척점에 있는 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기획실장은 ‘수도권 GHP사업의 문제점 분석’을 통해 산업부와 한난이 추진하는 그린히트가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점투성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특히 최근 KDI가 내놓은 예비타당성조사 결과가 중간보고 때보다 오히려 개선된 수치를 내놓고 있다며 ‘짜맞추기式 연구용역’ 아니냐며 결과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가장 강조한 문제점은 중복투자였다. 이미 도시가스와 집단에너지 등 에너지공급시스템이 완비된 지역에 왜 국민혈세를 낭비하느냐며, 그린히트를 ‘중복의 중복투자’로 비유했다. 그는 “도시가스배관망이 이미 구축된 것은 물론 집단에너지 측면에서도 서울복합(당인리)과 일산복합, 마곡열병합 등을 통해 충분히 열을 공급할 수 있으며, GS파워가 마곡지구까지 열배관망 건설을 완료한 상황에서 그린히트를 추진하는 것은 제2의 경인운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미이용 열생산량이 사업계획 단계부터 시간이 흐를수록 변하고 있다며, 과대포장된 고무줄이라고 비난했다. 열수요 역시 매번 바뀌는 것은 물론 청라에너지 공급물량이 빠지자 당초 계획에 없던 한난의 강남수요를 끌어오는 등 기준도 추정량도 갈팡질팡하고 있다며 신뢰할 수 없다고 반문했다. 이외에 ▶사회적 할인율 5.5% 적용 ▶소비자잉여 통한 편익의 과다산정 ▶대기질 개선편익 삭제 ▶열공급가격 미검증 및 상승 가능성 ▶열손실률 2% 산정 등의 문제도 제기했다.

정 실장은 “초기에는 민간 참여 등 SPC(특수목적법인)를 거론하더니 어느 순간 한난이 사업추진 주체가 됐다”며 “국내 최대 열공급사업자인 한난이 도매에 이어 소매까지 장악하는 등 공적독점이 강화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버려지는 에너지를 국가적 차원에서 활용하는 것은 공감하지만 왜곡되고 부풀려진 그린히트 프로젝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방청객에서도 찬반 극명하게 갈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도 그린히트에 찬성하는 측과 사실상 반대하는 측이 기계적으로 양분됐다. 도시가스협회와 한난의 추천을 받아 토론자를 2명씩 선정한 이상 불가피한 측면도 컸다. 도시가스업계에서는 KDI 예타결과의 부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학계를 불렀고, 한난은 그린히트에 우호적인 집단에너지사업자와 소비자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먼저 박희천 인하대 교수는 그린히트의 소비자 잉여와 열손실률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소비자 잉여를 산정함에 있어 수요의 가격탄력성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열손실률에 대해서도 인천에서 서울까지 57km에 달하는 배관의 손실을 2%로 가정했지만, 에경연 등의 연구에 비춰볼 때 1차 배관손실 5%에 20%가 넘는 2차 배관손실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지역난방은 가스난방, 전기난방과 같이 값을 치른 사람만이 소비할 수 있는 사적재화”라며 “난방시장에서의 소비자 잉여와 에너지절약은 허수(실현되지 않은 수입)이며, 이를 공급편익에서 빼면 결국 그린히트가 경제성이 없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윤원철 한양대 교수 역시 그린히트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과 함께 정부에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미 동일권역에서 지역난방과 개별난방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요금과 서비스 측면에서 도시가스와 지역난방을 차별하는 것은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그린히트를 사용하는 열수용가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도시가스 난방수용가보다 저렴할 경우 일종의 교차보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민간사업자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기업이 들어와 공적보조를 통해 민간을 몰아내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책인지 묻고 싶다”며 “그린히트를 한난이 하는 것이 적합한 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역지정제 완화 내지 폐지를 통해 지역난방과 도시가스의 공정경쟁을 유도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이상진 짐코 전무는 자사가 공급하는 아파트 주민들이 광역망에 연결해달라는 진정서를 수없이 제출했다는 사례를 제시하며 그린히트는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린히트가 아니면 어느 누구도 배관망 건설에 나서지 않아 소규모 사업자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이유를 댔다. 또 중복투자 문제 역시 소비자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무는 “100MW 이하 소형 열병합발전에 연료로 쓰이는 가스요금 인하 등을 수 년 동안 요구해왔으나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결과가 그린히트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한 집단의 이익과 손해로 볼 것이 아니라 에너지절약, 온실가스 감축 등 국가적인 차원과 서민들을 생각해야 하며, 그린히트가 지금 안되면 나중에 대기업들이 뛰어 들 것”이라고 색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소비자대표 격으로 자리를 함께 한 채수천 경기도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역시 그린히트에 찬성입장을 천명했다. 기업과 기업과의 (밥그릇)싸움이 아닌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기준으로 이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도시가스 반대로 사업추진이 지연될 경우 서울과 경기 아파트연합회에서 5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하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는 “아파트 분양할 때 지역난방이 들어가는 것과 안 들어가는 것은 차이가 난다. 편의성뿐 아니라 집값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소비자나 사용자 입장에서 봤을 때 그린히트가 국가적으로 편익이 된다면 추진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16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그린히트 프로젝트, 어떻게 볼 것인가' 정책토론회 모습. 많은 관계자들이 몰리면서 토론회 시작 30분 전부터 자료가 동나고,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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