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바이러스로 악성 종양을 감염시켜 파괴하는 새로운 암 퇴치법에 대한 임상시험이 영국에서 실시된다.

 

옥스퍼드대학 유전자요법 교수인 레오나드 세이머는 이미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에서 바이러스 치료법의 효과를 확인했다며 올 하반기 인체 임상시험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가디언 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이 임상시험이 성공을 거둘 경우, 바이러스요법은 암환자의 신체를 극도로 쇠약하게 하는 기존 항암치료법의 부작용을 피하면서 방사선요법, 화학요법과 함께 세 번째 항암 표준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영국의 유명한 유전학자 중 하나로 꼽히는 세이머 교수는 건강한 조직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암세포를 죽이는 바이러스요법을 여러 해 동안 연구해 왔다.

 

암세포를 죽이는 바이러스요법은 암세포가 인체의 면역체계를 국지적으로 억압한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세이머 교수는 "만일 바이러스가 종양에 다가갈 수 있으면,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는 면역체계가 없는 종양은 바이러스가 서식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가 된다"며 "이것이 암의 취약점인 아킬레스 건"이라고 말했다.

 

암에 도달하는 바이러스는 소량으로 충분하다. 세이머 교수는 "바이러스는 각각의 암세포에서 수백만개씩 복제되고, 그 세포는 파열한다. 바이러스들은 인접 암세포들을 감염시키고, 그 과정을 계속 되풀이한다"고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과거 다른 과학자들도 바이러스요법을 연구해왔지만, 바이러스가 도중에 인체 면역체계의 방해로 소멸되지 않고 어떻게 혈류를 통해 암세포까지 무사히 도착하느냐라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고민해왔다.

 

세이머 교수는 바이러스 주위에 폴리머 코팅을 씌워 화학적인 변형을 가함으로써 바이러스가 인체 면역체계의 감시망에 걸리지 않고 암세포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스텔스 바이러스를 개발했다. 스텔스 바이러스가 암세포를 감염시킨 후 새로 복제되는 바이러스는 화학적인 변형이 없는 정상적인 바이러스다.

 

폴리머 교수는 첫 번째 임상시험에서 감기 비슷한 병을 유발하는 아데노바이러스와 우두를 유발하는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실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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