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9,10호기 발전제약 최소화 방안 난망
전력계통 신뢰도 고시 기준 합리화 논쟁

▲ 당진 9,10호기 건설현장 ⓒe2news db

[이투뉴스] 3조원 가까이 들여 지은 2GW급 새 석탄화력발전소가 송전선로 포화 문제에 발목이 잡혀 결국 5~6년은 애물단지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발전제약 말고는 정부 계통 관련기준을 준수할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학계의 잠정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미 시운전에 들어간 당진화력 9호기(1020MW)와 내년 상반기 상업운전 예정인 동급 10호기 얘기다.

정부가 신뢰도 고시를 유예 적용하지 않는 한 매년 수천억원대의 발전사 손실과 한전 대체 전력구입비 발생이 불가피해 향후 정책 대응을 놓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22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전력거래소·한전 전력계통 핵심 당국자들로 구성된 협의체는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수도권 근교 연수시설에서 학계 계통 전문가들을 초청한 가운데 이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당국은 전력계통 분야의 현안으로 떠오른 충남 서해안지역 발전제약 현황과 앞서 학계에 의뢰한 ‘당진화력 9,10호기 송전제약 최소화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중간 결과를 공유했다.

당진~북당진간 345kV 송전선로 건설이 발전소 준공시점과 최소 5~6년 가량 벌어져 당진화력 일부 발전기의 제약운전이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가동차질을 최소화할 방안을 발굴하는 게 해당 연구의 핵심이다.

하지만 송전선로 적기 확충이란 근본적 대책 밖의 묘수찾기는 애초 한계가 분명했다. 용역을 수행중인 학계는 이날 기존 기준 및 제도 측면과 설비투입 측면의 제약 최소화 방안을 다수 제시했으나 ▶국내 계통 관련 고시 완화가 필요하거나 ▶기술적으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고 ▶제약 저감효과가 불분명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론적으로 새로 건설된 당진 9,10호기를 포함한 6GW규모 발전단지 전체 발전력을 제때 차질없이 송전하려면 당국이 당진~신서산간 765kV 송전선로의 2회선 고장 기준을 유예 적용해 345kV 완공 때까지 이 노선 활용을 한시 허용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 된 셈이다.

이같은 대안에 대해 일찍이 정부와 전력당국은 난색을 표한 바 있다. 늘어난 발전량을 기존 당진~신서산 765kV 노선에 얹어 수송하다가 불의의 송전선로 2회선 고장이 발생하면 최소 수GW 규모의 대규모 발전량이 일시 탈락해 광역정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9.15 순환정전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장·차관은 물론 기관장과 핵심 당국자들이 물러난 경험이 있는 정부 당국입장에서 '광역정전'이란 단어는 일종의 트라우마다. 발전소 정상가동에 차질이 빚어져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지언정 기준을 유예해 줬다가 훗날 책임질 일이 생기면 곤란하다. 이 문제에 대한 그간의 논의가 관련 기준 유연 적용이 아닌 송전제약 최소화 쪽으로 선회한 배경도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같은 접근이 합리적인가에 대해선 전력계 안팎에서도 여전한 논쟁거리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765kV 2회선이 동시에 고장·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극히 낮다는데는 전문가들 역시 이견이 없다. 반면 발전제약으로 매년 유발될 비용은 한해 수천억원을 훌쩍 넘는다는 분석이다.

앞서 전력당국과 한전·발전사등이 공동 추진한 발전제약량 추정 연구용역 결과에 의하면, 당진화력 발전제약량은 올해 최대 150만kW에서 내년에는 210만kW에 이를 전망이다. 아울러 석탄화력 발전제약에 따른 전력구입비 상승 추정액은 제약량이 150만kW일 때 4699억원, 200만kW에 이르면 6532억원에 달한다.

발전사 관계자는 "송전탑 주변에 대형 지진이 발생해 첨탑이 도괴되는 경우, 항공기가 송전선로로 추락하는 경우, 테러 등에 의해 시설이 파괴되는 경우 등이 아니라면 765kV 두 회선이 동시에 끊어질 확률이 몇 %나 되겠냐. 사실상 가능성 없는 얘기들"이라면서 "이상적 기준을 만들어 안전성 중심으로 계통을 운영하는 것도 좋지만 분명한 수치로 나타나는 손실에 대한 면밀한 비교검토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당국의 보수적 신뢰도 기준 운영을 백안시만 할 것이 아니라 불가피한 정전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과 기존 전력망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갈수록 송전선로 확충은 어려워지는데 고품질·무정전 전력공급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는 과거와 변함이 없다"면서 "단기적으론 현행 신뢰도 기준이 합리적인지 들여다보면서 개선책을 찾아보고, 장기적으론 기존망의 송전량을 극대화하는 투자와 대국민 이해증진 활동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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