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기후변화는 테러리즘의 증가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다”

파리 테러가 발생한 다음 날 열린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유력 주자인 힐러리 후보를 공격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시청자들이 그다지 반응이 없자 CIA(중앙정보국)까지 끌어들였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바로 행동하지 않으면 “물 부족, 농경지 및 식량 부족 등으로 인한 온갖 종류의 국제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경고다.

많은 이들이 기후변화와 테러와의 상관관계에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심지어 기후변화 가설을 ‘장삿속’으로 폄하하는 세력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믿어 달라 말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베이징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반년 후에 뉴욕에 태풍이 온다는 ‘나비효과’에 비하면 샌더스 상원의원의 주장도 나름 이해가 간다. 상당수 과학자들도 기후변화가 미치는 안보효과에 대해 동의한다.

수많은 환경론자들이 말하는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일주일’이 드디어 시작됐다. 30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파리 당사국총회(COP21)를 일컫는 말이다. 이 외에도 수식어가 다양하다. 어떤 이는 ‘지구의 운명을 가를∼’이라고 하고 누구는 ‘지구를 살리는 또는 지구를 지키는 파리총회’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환경단체에서 주로 밀었으나, 이제 개그맨의 유행어처럼 대세가 됐다.

우리나라 정부 대표단은 27일 출국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29일 파리총회 참석을 위해 서울을 떠났다. 그 중요성을 말해주듯이 파리총회에는 세계 100여개 국가의 정상이 참석할 전망이다. EU 정상 대부분을 비롯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각국 지도자가 망라돼 있다. 역사상으로도 이처럼 주요국가 수반이 한 자리에 모인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평가다.

전망도 밝다. 이미 150개 가까운 나라가 자발적 기여방안(INDCs)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파리총회에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2020년 이후의 新기후체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토의정서가 휴지조각이 된 이후 미적거리던 것에서 탈피, 새로운 룰을 만들기 일보직전에 온 셈이다. 특히 시작은 미약하지만, 향후 ‘후퇴금지 원칙’이 큰 힘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도 크다.

물론 껍데기뿐인 ‘정치적 합의’에 그칠 공산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국이 제출한 INDC가 충실한 감축계획이 아닌 흉내에 그쳤다는 분석이 우세한데다 과연 INDC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제각각이라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큰 틀만 정해놓고 2020년까지 추가협상을 하는 형태로 총회를 마무리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어떤 일이든지 단번에 만족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파리총회는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일주일이 될 자격이 충분하고, 그런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들이 아닌, 후손들에게도 이 아름다운 지구를 물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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