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벨로루시가 12일 큰 합의를 도출했다. 러시아가 벨로루시에 수출하는 원유에 대한 수출세를 기존의 톤당 180달러에서 53달러로 크게 낮췄다. 대신 벨로루시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통과세 부과를 철회하기로 했다. 매우 반가운 일이다.
 
양국은 일단 한 발씩 물러난 모양새를 취했다. 국제적인 분쟁은 막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벨로루시는 자국을 통과하는 송유관을 폐쇄함으로써 독일 등 유럽 여러 국가로 향하는 원유 공급을 중단시켰다. 러시아는 궁여지책으로 다른 루트를 이용해 유럽으로 원유 수출을 간신히 유지해왔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의 원성은 만만치 않았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두 나라 간 기싸움은 국제적인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에 불씨를 당길 수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도 우크라이나와 천연가스 가격 문제를 두고 공급 분쟁을 일으킨 '전적'이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고 가스 가격 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 50달러이던 기존 가격을 95달러로 인상하는 데 합의하고 이 분쟁은 이틀 만에 끝났다. 에너지를 가진 자의 횡포에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이 같은 에너지전쟁 '도발'은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러시아는 2011년까지 구소련국가에 공급하는 가스가격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천명했다. 예컨대 벨로루시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 각각 100달러와 95달러에 천연가스를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가격은 256달러로 구소련국가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가격의 두 배 이상임을 그 배경으로 삼고 있다.
 
세계는 에너지 전쟁 중이라고 한다. 러시아와 벨로루시의 분쟁이 비근한 사례다. 이 같은 사례가 국지적 또는 국제적으로 전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미국도 에너지 확보를 배경에 두고 전쟁도 불사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국제적 상황에 우리나라는 어떤 대처 복안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멀리 보는 혜안을 가진 정부의 모습을 기대한다. 우리나라가 '제2의 우크라이나'와 '벨로루시'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