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형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상근부회장

▲ 박창형 상근부회장
[이투뉴스] 2020년 이후 적용될 신 기후체제 출범을 위한 제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지난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됐다.

신 기후체제는 20년 이상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주요 선진국들도 작년 말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이 적극 동참키로 하는 등 합의로 반전되면서 높은 참여를 보이고 있다. 기존 국제규약과 달리 개발도상국도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는 등 에너지를 비롯한 전 산업 분야에 큰 파장이 예고된다.

특히 이번 회의는 140여명의 정상이 참여한 것만 보아도 그 중요성이 방증된다.
 
박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지난해 온실가스 농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 망설일 시간이 없다”며 “한국은 제조업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데도 BAU 대비 37% 감축이란 야심찬 목표를 제출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에너지 신산업을 통해 100조원의 신시장과 5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렇게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지구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강도 높은 이행을 촉구하며 선도적인 역할에 앞장섰다. 하지만 우리의 실상과 여건을 감안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BAU 대비 37% 감축 목표는 우리 산업계에 너무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제조업을 근간으로 한 수출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데, 산업에서 제조업 비중 뿐 아니라 제조업의 에너지 비중이 세계 1위이기 때문에 과도한 온실가스 감축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제조업 기반이 한 번 무너지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회생은 불가능하다. 이를 방어하기 위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내세우는 이행 수단은 마땅치 않다. 주력 수단으로 전원믹스를 통해 원전이 70% 이상 기여토록 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지구환경 보호라는 상반된 가치와 명분을 지닌 원전이 통할지 미지수다.

또 37% 중 11.3%는 해외 감축분으로 인정받을 계획이지만 너무 모호하고 국제적으로 논의 자체가 진행된 적 없는 불투명한 의사다.

왜냐하면 자국 국토에서 감축 노력보다 돈으로 해외에서 때우려는 비난이 나올 수 있고 투자 부담도 야기되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점은 한국의 초라한 신재생에너지 성적표다. 선진국으로 포진된 OECD 34개국 중 총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단연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그냥 꼴찌도 아닌 차상위 국가와 큰 격차를 보이는 창피한 꼴찌다. 한국의 비중은 1% 초반 대에 머물고 있어 외국의 경우와 사뭇 다르다. 정부가 발표하는 3.5%는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인정하지 않는 우리만의 주장에 불과하다.

신재생에너지를 선도했던 EU의 경우 평균 10% 이상을 유지하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고, 미국·중국·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도 신재생에너지 시장 확대에 혈안이 돼있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EU 28개국은 불과 5년 후인 2020년까지 비중을 20%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세우는 등 강제 이행을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치 못할 경우 회원국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했다. 중국도 2020년까지 15%, 일본이나 미국도 10% 이상 목표를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보다 훨씬 먼 2035년까지 11%에 불과하다.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과 시장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IEA에서 작년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에서 에너지 효율이 대다수 점유하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가 추월하고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신 기후체제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더 확대되는 전기가 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 같은 시대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국내 신재생에너지가 부진한 것은 원전이나 석탄화력 발전과 같이 값싼 에너지를 너무 편애하는 기조와 선진국보다 2~2.5배나 저렴한 전력요금에 원인이 있다.

화석연료보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신재생에너지는 어느 나라든 발전차액지원제도(FIT)나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도입하는 등 정부 보조가 수반된다. 우리는 신재생에너지가 비싸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홀대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환경당국이 육상풍력·조력 등 주요 신재생에너지원의 보급 확대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풍력인 경우 유수한 대기업 중심으로 투자를 감행해 기대에 찼으나 과도한 환경규제로 10여개 이상 기업이 포기하면서 10조원 이상의 막대한 피해를 보는 등 풍력산업 자체가 좌초되기 일보 직전이다.

세계적으로 풍력은 태양광과 함께 양축으로 매년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미 2011년 세계 신재생에너지 투자액은 원전이나 화석연료 발전 투자액을 추월했다. 환경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최대 국정과제를 내세우면서 친환경 청정에너지를 도산시키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는 모순을 연출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유효하고 강력한 무기이자 수단인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내 위상이 이 지경이다.
과연 국제회의에서 대부분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신산업으로 이 상황을 타개하자는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먹힐 수 있을까?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보고 마치 자격도 없으면서 의욕만 넘친다고 비웃지나 않을지 걱정된다.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확대를 위해 파격적인 의식 전환과 정책이 절실하다. 값싼 에너지만을 선호하는 전문가나 세력들의 반성을 촉구하며 후대에 물려줄 올바르고 건전한 에너지 방향을 재정립하는 것은 우리의 책무이자 소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용기 있는 지적과 고언을 귀담아 듣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창형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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