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는 우리 생활 일부, 자원빈국 인식 탈피해야"
지나간 정책 변화와 흐름 알면 시행착오 줄여

[이투뉴스] 우리 생활에 밀접한 석유, 석유가 없는 세상은 이제 상상하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석유를 사용하게 된 것일까. 그 의문을 풀어줄 책이 탄생했다. 바로 ‘석유 135년, 이 땅에서의 기록’(이하 ‘석유 135년’)이 그것이다.

책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과거 석유정책을 담당했던 여영섭 산업통상자원부 운영지원과 재무팀장의 노고가 빛을 발했다. 석유산업과를 떠난지 1년 반이 지난 지금 그는 왜 책을 출간하게 됐을까. 석유담당 공무원에서 작가로 변신한 여영섭 팀장을 만나봤다.

▲ '석유 135년, 이 땅에서의 기록'을 출간한 여영섭 산업부 운영지원과 재무팀장.
“석유는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분인 만큼 자원빈국이라는 인식에 머물러선 안된다고 봅니다”

에너지·자원빈국이라는 우리나라가 더 이상 ‘빈국’이라는 인식에 머물러선 안된다고 강조하는 여 팀장. 그는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약 2년 8개월 간 산업부 석유산업과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하며 석유산업 정책을 담당했다.

당시 석유업계 관계자들과 정책에 대해 많은 고민과 논의를 나눈 그는 항상 되풀이되는 업계의 문제점과 갈등, 정책을 접하면서 왜 비슷한 문제들이 반복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그 점을 풀기 위해 과거 정책들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시대별 정책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100년이 넘은 국내 석유의 역사를 되짚어보게 됐다.

출간을 준비한 것은 2011년부터였지만, 자료 수집과 취합, 정리 등 준비를 거치면서 예상보다 시간이 흘러 부서이동까지 하게 됐다는 여 팀장은 당초 계획보다 늦어진 출간을 멈출 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석유담당 업무를 통해 업계 관계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책에 대한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과거 정책의 변화와 흐름을 알아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후에 다른 사람이 업무를 맡더라도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오늘의 결실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여 팀장은 “우리나라에 석유가 도입된 이래 시장과 제도의 변화과정을 시대별로 정리했고 각 시대는 사건을 중심으로 정리하되, 그에 대한 해석은 가급적 피했다”고 저작배경을 설명했다. 독자들로 하여금 상황과 사건을 보고 각자 판단할 수 있도록 한 의도인 것이다.

그의 설명대로 ‘석유 135년’에는 저자의 주관적인 해석이 철저히 배제돼 있다. 이는 각자의 시각과 입장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 복잡한 석유시장의 색깔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결과다.

50년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힘들다’고 외치는 석유업계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각 입장들이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힌 시장이다. 그 특징은 여 팀장이 출간을 준비하는 내내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점이었다.

▲ 책 앞표지. 이 책을 통해 국내 도입 이후 석유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석유는 시장을 통해 유통이 이뤄지고 각자의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경쟁이 당연하다”며 “과열경쟁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경쟁 자체를 문제로 보긴 힘들며, 정부 개입이 시장을 실패로 이끌었다는 논란은 국민이 판단할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고 밝혔다. 석유와 같이 생활에 밀접하고 필수적인 품목은 국민이 느끼는 민감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우리 생활 깊이 들어와 있지만 1880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후 경제개발계획 시기에 주도적인 정책으로 발전하기까지, 석유는 우리의 가슴아픈 역사와 함께했다.

일제강점기, 미군정기, 한미석유협정기를 거치며 싹을 틔우다 꺾이기를 반복한 석유정책은 1963년 대한석유공사법 시기에 반전을 맞이해 그 때부터 본격적인 발전과 시장확대를 이어왔다.

여 팀장은 “우리나라 석유정책의 줄기는 수급과 가격관리”라며 “1963년 대한석유공사 정유공장이 세워져 이듬해 가동을 시작하면서 국내 석유정책이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유조달부문은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에야 자주적으로 이뤄졌으나 대한석유공사 가동으로 인해 미국의 원조에서 벗어나 스스로 석유제품 수급을 할 수 있게 된 점은 커다란 의미”라고 덧붙였다.

석유정책은 해방 직후부터 이어져온 정유공장 건설 노력이 준공단계에 들어섰다가 6.25전쟁으로 수포로 돌아가고, 휴전 후에도 원조경제하의 여건에서 자금조달이 되지 않아 실패를 겪었다. 그러한 어려움 끝에 경제개발계획이 본격 추진되면서 결실을 이루게 된 것이다. 조금 더 일찍 주체적으로 발전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시장이 형성됐을지 모를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여 팀장은 “기후변화문제 등으로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을 부정할 수 없지만 화석연료는 여전히 우리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에너지원”이라며 “그 만큼 많은 고민과 접근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재생에너지가 비용과 효과 측면에서 아직 화석연료를 대체하지 못하는 만큼 사회적 합의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시간 준비한 끝에 내놓은 결과물지만 부족한 점은 감출 수가 없다”며 “언젠가 준비가 된다면 국민이 석유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중적인 책을 쓰고 싶다”고 전했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