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40여년간 유지돼온 한·미 원자력협정이 원전 5대 강국에 오른 우리나라 실정에 일부 맞도록 개정됐다.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달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새로운 한·미 원자력협정 외교각서를 주고받았다.

새 협정은 양국간 원자력 협력의 틀과 원칙을 규정한 전문과 세부 사항을 담은 21개 조항 본문, 협정의 구체적 이행 및 고위급 위원회 설치 관련 내용인 2개의 합의의사록으로 구성됐다. 이번 협정 개정은 만족스럽지는 않으나 과거 미국에 의한 일방적 통제 체제를 상호 권한행사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전환한 것이 특징.

즉 그동안 금지돼온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원전 연료용 우라늄 농축의 길을 열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700톤씩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를 임시저장만 해왔고 원전 연료 역시 해외에서 수입해 왔다. 그러나 조건부인데다 허용폭도 미미하지만 앞으로는 사용후 핵연료의 독성을 낮춰 연료로 재활용하고 저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

또한 그동안 수입에만 의존했던 진단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고 수출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원전연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20% 미만 장래 저농축 절차와 기준에 따른 추진경로를 마련했고 연료시장에 수급불균형이 발생할 경우 상호 비상공급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특히 원전수출에서 걸리적 거리는 부분도 많이 해소됐다. 미국측은 미국산 핵물질이나 원자력 장비 및 부품을 별도 허가 없이 제3국에 재이전할 수 있도록 장기 동의했으며 양국간 관련 정보교류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과거에는 미국산 원전 장비 및 부품을 제3국에 이전할 때마다 미국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

양국은 새 협정 발효를 계기로 양국간 차관급 고위위원회를 신설하기로 처음 합의했다. 고위위원회는 ▶사용후 핵연료 관리 ▶원전연료 안정적 공급 ▶원전수출 증진 ▶핵안보 등에 관한 논의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번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과정에서도 드러났지만 미국은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는데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을 감안해 우리가 핵무기 개발에는 전혀 의지가 없다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원자력 기술개발 과정의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국제적 신뢰를 얻어야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는 물론 농축 등의 과정에서 미국의 협력을 확보할 수 있다.

새 협정은 유효기간이 20년으로 과거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 유연성이 확보되었지만 상설되는 고위위원회를 통해서 신뢰를 확보하고 적극적인 대미 설득에 나섬으로써 이번 협정 개정을 계기로 우리의 원자력발전소 수출 등을 늘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 등 국가들은 원자력을 줄이고 있지만 중국 등 개발도상국들은 아직도 원자력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