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도 한림대학교 환경생명공학과 교수

열분해 자체의 역사는 선사시대 이집트의 목재 건류에 까지 거슬러 올라가나, 고형폐기물을 열분해해 에너지 자원을 회수하고자 하는 기본 개념은 1950년대 말 내지 1960년대 초에 등장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이미 소각 기술은 상당히 발전됐고 환경규제가 엄격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각에 대한 거부 반응이 적었다.


그러므로 구태여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분해를 개발할 인센티브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 오일 쇼크를 발단으로 일본을 비롯한 구미에서 각종 대체 연료 기술 개발이 진행됐으며, 석탄의 가스화에 대한 연구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가스화란 저산소, 고온의 수증기 또는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연료가스를 생성하는 기술로서 고온 반응이다. 엄밀한 의미에서는 무산소 반응인 열분해와는 다르나 고부가가치 부산물을 생성하며 열반응이라는 유사점을 지니고 있다.


본격적인 폐기물 열분해기술의 개발은 1970년대에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됐다.


당시에는 환경친화적인 기술로서 폐기물 열분해기술을 개발한다기 보다는 폐기물로부터 고부가가치의 부산물을 생산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소위 Garrett 공정과 Landgard 공정이 1970년대 미국에서 추진됐던 폐기물 열분해 기술이나, 에너지 회수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패했다.


이외에도 유럽의 Torrax 공정, Purox 공정 등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개발됐으나 그리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따라서 열풍처럼 몰아치던 폐기물 열분해 기술의 개발이 1980년대부터는 주춤해지면서 방향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의 열분해 공정 개발은 열분해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전문 분야로 압축되기 시작하였다.


첫째, 발열량이 매우 높아 산소 소모량이 많고 불완전 연소 가능성이 높은 폐플라스틱류, 고무, 폐유 등의 처리에 열분해가 적용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물질의 부산물은 질도 탁월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둘째, 금속의 회수, 특히 값비싼 비철금속이나 귀금속의 회수 목적으로 열분해가 적용되고 있다. 셋째, 방사성물질이나 할로겐 화합물 등 이차오염의 가능성이 높은 폐기물을 처리하는데도 적용되고 있으며 넷째, 유해폐기물 처리에도 적용되고 있다.


1990년대에는 환경규제가 엄격해지면서 폐기물 소각의 문제점이 대두되기 시작했으며, 특히 소각 도중에 다이옥신의 발생은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환경친화적인 공정으로서 열분해기술에 대해 다시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고, 최근 일본에서는 생활폐기물의 열분해 용융시설이 설치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생활폐기물의 열분해 용융시설을 발주했고 독일, 일본의 기술 지원을 받아 대기업 건설회사에서 설치 중에 있다. 아직까지 가동한 상태는 아니나 그 성공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여태까지는 폐기물의 열분해를 에너지 및 자원을 회수할 수 있는 재활용 기술로서 접근했으나,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열분해를 환경친화적 기술로서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각광받기 시작하고 있다.


한편 국내의 폐기물 열분해 기술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특히 선진국과 비교해 많이 낙후돼 있으며, 향후 열분해는 폐기물 처리를 위한 선진 신기술로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열분해 기술의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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