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형철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

검증 가능 실현방법 명확히 밝혀야

 

유력한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난 9일치 <한겨레>에 ‘끊어진 물길 이으면 선진국 가는 지름길, 한반도 대운하를 꿈꾸며’라는 제목의 기고를 했다. 이는 이명박 전 시장의 인기를 한껏 높여준 운하 건설 주장을 자신이 직접 나서 글로 쓰고 설명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의 주장은 지난해 6월 처음 등장했을 때와 비교해 더 다듬어지거나 구체화된 것이 없어 실망스러웠다. “한반도 대운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인프라”라거나 “국운 융성의 토대”라며 그 필요성을 신비화했고 “한강의 기적을 일궈 세계를 놀라게 했던 국민들이 마음을 열고 뜻을 합쳐” 성공시켜야 할 대업이라고 절대화했을 뿐이다. 게다가 자신의 태몽과 어릴 적의 꿈 얘기 그리고 예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부고속도 건설 비화’까지 늘어놓으면서 운하 이야기를 드라마 주몽에나 나올 법한 신화쯤으로 전락시켰다.


경부운하는 예산을 추산하기 어려운 대형 사업이고 이에 따른 영향과 피해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물류의 수요가 있는지 사업비가 얼마나 들지 회의적이다. 또한 20여개의 대형댐을 쌓고, 막대한 준설을 해 흐르던 강물을 통째로 호수들로 만들 경우의 피해도 걱정이다. 아마 부산의 매리취수장 사용이 불가능하고 수도권 유일의 팔당호도 수질오염에 노출될 것이다.


운하 용수를 대기 위해 충주댐과 팔당댐의 연간 1300억원대에 이르는 전력생산 수익을 포기해야하고 국립공원 월악산을 가로지르는 20.5㎞ 터널도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 게다가 북한에까지 운하를 연결하겠다는 한반도 대운하라니 너무 요란스럽고 무책임하다.


대통령 선거일(오는 12월19일)까지 아직도 짧지 않은 기간이 남아 있으며, 국민들이 그 때까지도 이런 무모한 사업에 관대할지 모르겠다.


이 전 시장 스스로 “꿈은 꿈으로 그칠 수도 있다. 꿈이 의미를 가지려면 실현을 위한 방법이 구체적으로 강구되어야 한다”고 했듯이, 이제 실현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스스로의 계획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 아니 경부운하에 대한 구체적 사업계획을 준비할 때까지 진지하고 성실하게 논의할 역량이 갖춰질 때까지 언론플레이를 그만두고 허황된 논쟁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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