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드러낸 공급위주 정책…원전·송전망·가격변동성 복병
시장제도 개편은 답보, 에너지신산업은 구호만 요란

[이투뉴스] '격랑의 1년' 올 한해 전력산업을 이렇게 표현해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어느 때보다 전력분야 이슈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고 그만큼 숱한 논쟁과 갈등이 표출됐다. 연초 도화선에 첫 불을 댕긴 것은 1%에도 못 미쳤던 2014년 전력수요 증가율(0.6%)이었다. 매년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던 수요가 평행곡선을 그리자 대규모 기저발전설비 증설로 공급예비력이 크게 상승했고, 이는 곧 첨두부하 전원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 전력 수급난 시절 한때 kWh당 200원을 바라보던 전력시장가격(SMP)은 최저 70원대까지 하락해 LNG발전이나 신재생에너지 전원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고, 발전사업자들은 연일 정부를 향해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반면 한전의 영업이익은 크게 개선돼 매 분기별로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단기간에 대규모 신규 전원 증설이 이뤄지다보니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던 계통에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765kV 강원~신경기변전소 등 신규 송·변전설비 현장마다 주민갈등이 격화됐고, 당진 9,10호기처럼 발전소가 먼저 완공된 지역에선 송전선로가 부족해 발전기를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하는 사태가 현실화됐다. 향후 동해권 건설 석탄화력 발전소나 신규 원전단지도 같은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송변전설비에 대한 대국민 수용성 제고방안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궁극적으론 공급-수요지를 매칭하는 분산전원 확대가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마련은 더딘 상태다.  

해를 넘긴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국회 보고를 거쳐 진통 끝에 7월 중순 확정됐다. 영덕에 신규 원전 2기를 건설하되 사업여건이 미성숙한 석탄화력(영흥 7,8호기·동부하슬러 1,2호기) 4기를 취소하고, 40년 이상 가동된 노후화력의 친환경 대·개체를 허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과정에 두 번째 계속운전 허가를 추진했던 고리 1호기는 원전반대 여론 일부수용과 폐로산업 육성이란 명목 아래 영구폐쇄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삼척에 이어 영덕에서도 반원전 여론이 확산됐고, 급기야 지난달 원전찬반주민투표가 실시돼 1만명 이상의 주민이 원전유치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정부는 법적 근거와 효력이 없다고 선을 그으며 대규모 열복합단지 조성 등 10대 지역 발전사업을 제안했으나 민심은 여전히 냉랭하다.

한계에 봉착한 기존 변동비반영(CBP) 전력시장 제도를 달라진 환경에 맞게 손봐야 한다는 여론도 비등했다. 그러나 묘수가 떠오르지 않던 정부는 미적거렸고 발전사업자들의 혼선은 가중됐다. 이런 가운데 이용률과 SMP 하락으로 경영난에 처한 LNG사업자들은 대안으로 용량요금(CP) 현실화를 지속 요구했으나 정부는 소비자 부담과 과거 수급대란 시절 초과이익을 거론하며 때와 수단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어찌됐건 전력시장 제도개편의 향배는 향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협약 결과에 따라 큰 변동성을 띨 것으로 보인다.

연말 기후변화당사국총회를 앞두고 기후체제 대응을 위한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100조원 규모의 에너지신산업을 키워 온실가스도 줄이고 50만개의 일자리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내놨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에너지신산업특별법 제정, 전력 프로슈머 육성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정작 신산업의 주체가 될 민간 측은 시장규제 완화에 소극적인 정부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으론 배럴당 40달러를 밑돌며 바닥을 모르고 하락하고 있는 국제유가도 복병이다. 이대로 저유가가 고착화되면 유가 100달러 시절 체결한 다수의 셰일가스 직도입 계약이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래저래 불확실성만 커진 한 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