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요금 제도개선으로 경영상황 개선…전력부문은 오히려 추락

[이투뉴스] 소수의 대형사업자를 제외하고 대다수가 적자 늪에서 헤매던 국내 집단에너지업계가 올해 열요금 제도개선과 본격적인 열연계 등으로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아직 적잖은 매물이 남아 있는 등 산업 전체적으로 불황에서 탈피했다는 해석은 이른 감이 있지만 상황이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는 시그널은 곳곳에서 잡힌다.

하지만 예비율 급상승 등 전력시장 환경변화로 전력부문에서 만큼은 오히려 골이 깊어지고 있다. SMP(전력거래가격)가 끝없이 내려가는데다 급전지시는 줄어 열제약운전으로 인한 손실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별도의 ‘열병합발전 전력거래계약제’ 추진 등 제도개선에 골몰하고 있지만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전력당국과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시장도 분주히 움직였다.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이 평생의 숙원인 서울에너지공사로의 전환을 이뤄내는가 하면 사업자 선정이 완료된 기존 사업권 중 여러 곳의 주인이 바뀌었다. 사업자 간 배관망 연계 등을 통해 열원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도  더욱 가속화된 한 해였다. 또 ‘지열시스템(난방)+지역난방(급탕)’이 도입되는가 하면 최근에는 도시가스 없이 ‘지역난방+전기취사’를 채택한 아파트단지가 등장하는 등 난방 및 취사 에너지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 3년여 만에 제도개선 완료…시장 움직임도 분주 
올해 집단에너지업계는 우여곡절 끝에 열요금 제도개선을 마무리, 극도의 어려움을 겪던 신규 사업자에게 최소한의 생존수단을 마련해줬다는 평가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요금을 기준으로 삼던 것에서 벗어나 ‘총괄요금상한제(한난요금+10%)’를 도입했고, 요금조정 시기도 도시가스와 연동시키는 방향으로 바꿨다. 이를 통해 열부문의 경우 어느정도 숨통은 트였으나 아일랜드형 소규모 사업자의 경쟁력 확보에는 턱없이 모자랐다는 지적이다.

30여년 가깝게 주인 없이 위탁형식으로 떠돌아 다니던 서울시 집단에너지사업조직(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의 독립·전환을 위해 서울에너지공사를 설립키로 최종 확정한 것도 중대한 변화요인으로 꼽힌다. 서울에너지공사 설립은 지방정부 최초로 원전하나줄이기 추진 등 에너지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박원순 서울시장의 결단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수년 간 집단에너지사업에 불황의 그늘이 덮이면서 회사 여러 곳의 팔리고, 사업권이 넘어간 곳도 적잖다. 삼천리가 사업권을 가지고 있던 평택 고덕국제신도시를 한난에 넘겼고, SK E&S(하남에너지서비스)도 송파 문정지구를 양도했다. 이밖에 한진중공업이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 지분매각에 나서는가 하면 대전열병합도 호주계 투자은행인 맥쿼리로 넘어갔다.

GS그룹의 약진도 한 해 내내 수많은 얘깃거리를 양산했다. 먼저 GS에너지가 인천종합에너지를 인수한 이후에도 청라에너지와 여수그린에너지에도 지분을 참여하는 등 집단에너지 확대에 나섰다. 또 산업단지가 주력인 GS E&R은 포천열병합발전 설립을 통해 덩치를 키웠다. GS파워 역시 안양열병합 변경허가를 통해 900MW급으로 2배 넘게 늘렸으며, 열연계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배출권거래제를 둘러싼 논란도 집단에너지를 울고 웃게 만들었다. 집단에너지에 발전·에너지업종과 동일하게 배출권을 부여, 사업자들의 집단반발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이후 산업단지를 포함한 모든 집단에너지업계가 산업부와 공동대응에 나서 환경부로부터 열병합발전의 특수성을 고려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내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산업부 집단에너지 정책방향 수정여부 주목
지난해부터 산업부와 지역난방공사가 함께 추진한 그린히트 프로젝트(수도권 광역 열배관망 구축사업)는 올해 들어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난과 도시가스업계 의견이 확연히 갈리자 광역망기획단을 구성하고 KDI로부터 예비타당성조사까지 시행했지만,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특히 쉽게 조정될 분위기가 아니어서 과거의 지역난방-도시가스 간 대결구도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SMP 하락과 급전지시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는 전력부문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쏟아졌다. 업계는 열제약운전 증가 등으로 발생하는 전력부문의 손실이 열부문으로 전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전력시장 제도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에너지이용효율 제고와 환경오염 저감, 분산전원 효과 등 집단에너지 편익을 적절하게 보상하기 위해서는 열병합발전을 현재의 CBP체제에서 떼어내 별도 계약제도(Agreement on Power Supplied by CHP, APS)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었다.

특히 산업부가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분산전원의 범위(500MW 이하)에 집단에너지를 명시한 것은 물론 CP(용량요금) 우대 등의 지원책까지 거론함으로써 집단에너지 편익 내재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도 나왔다. 또 그동안 푸대접을 면치 못했던 구역전기사업(CES)에 대해서도 정부가 에너지신산업 차원에서 회생에 나서겠다고 약속한 것도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개선방안도, 뚜렷한 추진의지도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전력예비율이 넘치면서 다수의 LNG복합 가동률이 형편없이 떨어지자 입장을 싹 바꾸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분산전원을 늘리고 집단에너지 편익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나서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외면하는 양상이다.

당장 집단에너지 열제약운전 시 보상체계 개선 등의 요구에 대해 추가검토가 필요하다며 살살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열과 전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따질 것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최근 전력당국은 ‘전력수급상황을 고려한 집단에너지 허가’를 내세워 신규 열병합발전소를 짓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나서 향후 집단에너지 정책방향이 어디로 갈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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