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전기요금을 손대지 못해서 안달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최근 당정협의를 갖고 전기요금 연체료율을 인하하고 올해 말로 종료되는 전통시장과 전철사업자 요금 할인 혜택기간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한발짝 더 나아가 아직 겨울인데도 내년 여름에도 올해와 같이 한시적으로 가정용 전기요금을 인하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명분은 한국전력공사의 영업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 여당이 포퓰리즘적 전기요금 정책을 쓰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작년 전기요금 인상에다 한전의 절약 경영으로 한전이 만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전의 올 상반기 현재 부채총계는 113조원을 웃돌고 있다. 이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천문학적 규모. 금리가 크게 내려갔지만 하루에 이자로 100억원 이상을 쓰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사정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정부와 여당이 전기요금 인하카드를 매만지고 있는 것은 말로는 서민경제를 위한다고 하나 속셈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를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한 야트막한 전략이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내려서는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직도 전력요금이 원가의 8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원가 미달의 전력요금 정책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싼 전기를 쓰고 있으며 산업계는 국민의 보이지 않는 지원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외국의 내로라하는 포털 공룡이 우리나라에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터넷 데이터 센터를 세우려고 하는 판이다. 

특히 정부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나 신재생에너지 등 융복합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한다고 외치고 있으나 원가이하의 전기요금 유지 정책은 이들 산업을 키우는데 오히려 역작용을 불러일으킬 것이 뻔하다.

원가이하의 전기요금이 가져오는 또 다른 부작용은 전기의 효율적 이용은 물론이고 절약을 위한 기술개발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자연스레 관련 업계의 국제경쟁력 저하로 연결되고 있다.

명색이 선진국 대열에 금방 들어설 듯하면서 전기요금을 비롯한 에너지 요금을 원가보상제라는 시장 원리에 맡기지 않고 정치가 개입하려는 것도 고질적인 문제다.

더욱이 한전은 당장 투자해야할 분야가 많다. 우리나라는 전력생산은 충분할 정도로 이뤄져 있지만 전기를 수송하는 송전망은 낡은데다 새로 구축하는 데는 민원 유발 등 어려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송전망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는 형편이다.

송전망 구축과 전력설비 개보수 및 전력설비 고도화(HVDC) 등을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데 정치권은 한전이 반짝 경영이 개선됐다고 해서 인심이나 쓰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마지막으로 공공요금은 내리기는 쉬우나 다시 올리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정부 여당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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