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기후체제 협상 하루넘겨 극적 타결…파리협정 채택
5년마다 진전된 INDC 제출, 기술·재정지원 등은 합의

[이투뉴스] 예정됐던 마감일을 하루 넘겨서야 파리협정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2020년 이후의 기후변화 대응을 담은 신기후체제가 본격 출범한 셈이다. 다만 각국이 제출한 INDC(자발적 감축목표)에 부여하려던 국제법상의 구속력은 결국 빠지고 각국의 자율적인 노력에 맡기도록 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2주간에 걸친 협상 끝에 신기후체제 합의문인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을 채택하고, 12일 폐막했다. 신기후체제는 2020년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를 대체, 2020년 이후의 기후변화 대응을 담은 국제협약이다.

파리총회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차등화된 의무를 비롯해 재정지원 규모 및 방식, 글로벌 감축목표 설정 및 검증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이 대립하면서 결국 마감시한을 하루 연기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새벽까지 이어지는 각료급 비공식 협의회에서 격론을 벌인 끝에 최종적으로 당사국간 합의가 이뤄졌다.

합의문 도출 과정에서 개도국은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들어 선진·개도국 이분법 체계가 지속되어야 하며, 개도국의 감축 참여에 상응하는 재정 지원 및 기술이전 의무강화를 강조했다. 반면 선진국은 개도국의 책임증가를 강조하고, 감축목표의 강력한 이행 및 점검체제 구축을 주장했다.

◆산업화 대비 지구온도 1.5도 상승제한 노력 추구
이번에 타결된 파리협정을 통해 국제사회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 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함과 동시에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한다는 장기목표를 설정했다.

감축 국가별 기여방안(INDC)은 스스로 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매 5년마다 상향된 목표를 제출하되 공통의 차별화된 책임 및 국별 여건을 감안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모든 국가가 차기 감축목표 제출시 이전 수준보다 진전된 목표를 제시하고, 최고 의욕수준을 반영해야 한다는 진전 원칙도 규정했다.

감축목표 유형과 관련해서는 선진국은 절대량 방식을 유지하며, 개도국에게는 국별 여건을 감안해 부문별 감축 목표가 아닌 경제 전반을 포괄하는 감축 목표를 점진적으로 채택하도록 허용했다. 또 모든 국가가 장기 저탄소 개발 전략을 마련, 이를 2020년까지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효과적 달성을 위해 UN 기후변화협약 중심의 시장 이외에도 당사국 간의 자발적인 협력도 인정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국제 탄소시장 매커니즘 설립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논란이 컸던 이행점검에 대해서는 5년 단위로 파리협정 이행 전반에 대한 국제사회 공동의 종합적인 이행점검(Global Stocktaking)을 도입, 2023년에 최초로 실시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행점검을 위한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와 감축목표 달성경과 보고가 의무화된다.

아울러 온실가스 감축 뿐 아니라 기후변화 적응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기후변화의 역효과로 인한 ‘손실과 피해’ 문제도 별도 조항으로 규정했다. 이를 위해 모든 국가는 국가적응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보고서를 제출해 정보를 공유할 것을 명시했다.

개도국의 이행지원을 위한 기후재원과 관련해서는 선진국의 재원공급 의무를 공식적으로 규정함과 동시에 선진국 이외 국가들에겐 자발적 기여를 장려키로 했다. 여기에 재원조성에서 선진국의 선도적인 노력을 강조하고, 이전보다 진전된 재원조성 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추가했다.

신기후체제에 개도국이 감축의무에 동참하는 것은 이에 필요한 기후기술 지원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과 기술개발 및 이전에 관한 국가들 간의 협력이 확대, 강화하는 조항도 새롭게 규정됐다. 특히 기술협력이 기술메커니즘(기술집행위원회 및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사항도 명문화했다.

◆ 내년 4월 미국 뉴욕서 UN차원 협정 서명식
파리협약은 기존 교토의정서와 달리 선진·개도국이 모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장기목표 역시 이전 ‘2도 이내’에서 ‘1.5도 이내 노력’으로 강화시켰다는 점에서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또 ‘후퇴금지 원칙’보다 한 단계 나아간 ‘진전 원칙(후퇴금지+최상노력)’을 채용해 각국의 INDC를 5년마다 점검키로 한 약속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각국의 기여방안 제출은 의무로 하되, 이행은 각국이 국내적으로 노력키로 합의함에 따라 ‘국제법적 구속력’은 결국 부여하지 못했다. 보고내용과 이행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절차는 강화하되, 개도국에게는 유연성을 허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진국은 절대량 방식으로, 개도국은 국별 여건을 감안해 경제 전반을 포괄하는 감축 목표를 채택하도록 한 것도 비슷한 의미다.

합의문에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이라는 외교적 수사가 많이 들어간 것도 특징이다. INDC의 이행의무 및 확인, 재정지원 등에서 선진국의 의무는 명시하면서도 개도국에 대해서는 참여노력을 유도하는 형태 등 이원화 전략이 곳곳에서 눈에 띠기 때문이다. 의무와 책임을 부여하는 듯 하지만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도 그만큼 많다는 평가다.

파리 협정은 55개 국가 이상이 비준하거나,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총합 비중 55% 이상에 해당하는 국가가 비준하는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하면 발효된다. 내년 4월 미국 뉴욕에서 유엔사무총장 주재로 파리협정에 대한 고위급 협정 서명식을 개최키로 함에 따라 사실상 이 때부터 발효하는 일정으로 각국이 준비에 나설 전망이다.

파리협정 타결에 따른 후속조치 논의를 위해 ‘파리협정 특별작업반(APA)’을 신설하고, 내년부터 부속기구회의(SB)와 연계한 APA 회의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밖에 INDC 미제출국은 22차 당사국총회(2016년 11월, 모로코) 이전에 조속히 제출할 것을 촉구했으며, UNFCCC 사무국에서 이를 반영한 ‘INDC 종합보고서’를 5월에 발표키로 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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