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筆)&필(Feel)] 신기후체제, 두 개의 시선
[필(筆)&필(Feel)] 신기후체제, 두 개의 시선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6.01.01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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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1] COP21의 신기후체제는 에너지정책의 변화를 요구한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부 교수
[시선 2] 화석연료를 ‘지옥의 연료’라고 함부로 탓하지 말라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이투뉴스 특집]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참석한 전 세계 195개국이 만장일치로 파리협정을 통과시켰다. 전 세계는 협정에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도 이내로 억제하고, 가능하면 1.5도 이내까지 낮추기로 했다. 이로써 2020년 만료되는 기존 교토의정서는 파리협정으로 대체되고, 지구촌 에너지·산업·경제 질서는 신기후체제로 재편되게 됐다. 명사칼럼 '筆&Feel' 코너를 통해 COP21을 바라보는 두가지 시선을 나란히 지면에 옮긴다.     

<시선 1>
COP21의 신기후체제는 에너지정책의 변화를 요구한다 
-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파리에서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기후협정이 만들어졌다. 전 세계의 140여개 국가의 정상이 참여하는 초대형 국제이벤트를 통해 어렵게 합의하게 되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각국의 정책담당자가 모여 지구의 미래가 달린 기후문제를 논의한 결과이기도 하다. 사실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들이 모여 협약을 통하여 기후변화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정치적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협약은 만들어지기도 어렵고, 지켜지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늘 그래 왔었기 때문에 이번 협정의 의미는 각별하다.

이번 당사국 총회(COP21)에서는 지금까지 뒷짐만 지고 있던 미국과 중국이 과거와 달리 적극성을 보였기 있기 때문에 신기후체제를 마련할 수 있었다. 물론 합의의 수준이 구속력이 거의 없는 것이며, 역할의 구체적인 내용도 명시하지 못한 매우 느슨한 선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 당사국 총회에서 합의하더라고 이로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신기후체제는 앞으로 오랜 기간 동안 구체적인 협약의 내용을 합의하여 도출하고, 선진국들이 필요한 재원을 내놓도록 하는 일을 마쳐야 한다. 또한 각 국가별로 비준을 하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기후변화협약이 과거의 선진국과 개도국의 이분법적인 구도에서 변화하고 있다. 신기후체제에서는 개도국의 동참과 선진국들의 재정적 부담에 대한 협의가 주된 관점이 되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에서 우리나라는 늘 애매한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교토의정서에서도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국이 아니었지만 에너지 다소비 국가이면서 에너지 소비의 증가율이 세계최고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개도국의 범주에 있지도 않았고 선진국들과 같이 보조를 맞출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이러한 어려운 위치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6월에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의미하는 INDC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2030년을 기준으로 하여 BAU 대비 37%를 감축하겠다는 매우 야심찬 수치를 제시하였다.

신기후체제가 시작되고 우리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INDC를 지키려면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측면에서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현재의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 및 거래, 그리고 소비하는 형태는 여전히 개발연대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지속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감하게 저탄소형 경제가 나아가기도 쉽지 않다. 성장속도가 둔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에너지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고 있는 선진국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신기후체제 하에서는 빠르게 에너지 산업을 바꾸어나가야 한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되 국민생활에서의 급격한 변화를 피해나가고 산업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는 방법은 매우 고통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첫 번째는 에너지 가격을 높여 소비를 줄이는 길이다. 에너지를 소비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가격에 전가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환경비용의 내재화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에너지 정책 목표가 낮은 에너지 공급가격이었다면 앞으로는 그 기조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두 번째는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에너지 소비를 선택하는 방법이다. 이른바 연료전환이다.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는 방법은 신재생에너지나 원전의 비중을 높이는 방법을 들고 있지만 목표연도가 15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을 고려하면 가능하지 않거나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는 수단은 석탄의 사용을 줄이고 청정연료라고 할 수 있는 천연가스의 비중을 높이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천연가스의 공급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가적 단위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하고 당사자들에게 할당하며, 이를 지키도록 감독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나 이해관계의 조정, 그리고 배출권 거래와 같은 시장메커니즘을 만들어내는 지난한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에너지수급 기본계획의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몇 해는 인류가 기상을 기록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고 있다. 기후변화가 사실이라면 인간이 만든 역사상 가장 위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과학적인 결과만으로는 확신하기도 어렵지만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런 과학적인 사실에 대한 논쟁 보다 더 중요하고 긴박한 일은 협약은 만들어졌고, 신기후체제라는 대세는 점차 모양을 잡아간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약속한 2030년은 불과 15년 후의 일이며 에너지소비의 변화를 구현해 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시선 2> 화석연료를 ‘지옥의 연료’라고 함부로 탓하지 말라 
 -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석탄·석유·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에 의한 전 지구적 온난화가 기후를 변화시키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대량의 화석연료 때문에 국제 경제와 정치가 엉망으로 뒤엉키기도 한다. 화석연료의 생산이 줄어들어도 문제가 되고, 넘쳐도 문제가 된다. 그래서 화석연료를 ‘지옥의 연료’라고 부르는 전문가도 있다. 파리에서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도 지옥의 연료에 의한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화석연료는 대략 3억 년 전 지구상에 살던 생물이 한꺼번에 땅 속에 묻혀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가 지구환경을 망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내뿜었던 적도 없었고, 심각한 사고를 일으켰던 적도 없었다. 물론 화석연료가 스스로 나서서 국제 정치와 경제를 뒤흔들어놓았던 적도 없었다. 대부분의 화석연료는 지하 깊은 곳에 평온한 상태로 조용히 묻혀 있었을 뿐이다. 적어도 산업혁명이 시작된 18세기 후반까지는 대체로 그랬다.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산업혁명의 핵심은 석탄을 기반으로 하는 연료의 혁명이었다. 그러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일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채취·운반·저장도 어려웠고, 연료를 연소시키는 일도 쉽지 않았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일은 석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다. 석유의 경우에는 대규모 정제 시설도 필요했다.

화석연료가 처음부터 골칫거리였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류 문명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은 원동력이었다. 석탄을 사용하는 증기기관 덕분에 교통과 생산의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인력이나 가축의 힘에 의존하던 농경 사회에 산업화의 열풍이 불어 닥쳤다.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인구가 늘어나고, 삶의 질이 몰라보게 향상되었다.  오늘날 70억의 인구가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편리하고, 안전하고, 건강하고, 평등한 삶을 살게 된 것은 온전하게 화석연료의 덕분이었다.

그런 화석연료가 골칫덩어리로 변해버린 것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였다. 1952년 ‘런던 대(大)스모그’가 최초의 사건이었다. 사실 런던은 14세기부터 석탄 검댕에 의한 스모그로 몸살을 앓아왔다. 석탄 연료의 사용을 금지하려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체 연료를 찾을 수가 없었다. 1952년에는 나흘 동안에 무려 4000여 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화석연료에 대한 비난이 도를 넘어서기도 한다.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빠뜨려버린 중동발 테러도 화석연료 때문이라는 어느 언론학자의 지적이 대표적이다. 복면으로 자신의 정체를 가린 이슬람국가(IS)가 전 세계를 무대로 복면을 쓰고 반(反)인륜적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석유 탓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지적은 중동의 불안한 정세를 극도로 왜곡하는 것이다. 2000년 이상 묵은 중동의 종교적·인종적·정치적 갈등은 석유와 무관한 것이다.

화석연료에 의한 환경 파괴 등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글로벌 이슈는 사실 화석연료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공연히 화석연료를 의인화시켜서 책임을 떠넘긴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환경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졌어야 했고, 화석연료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했어야만 했다. 화석연료의 무절제한 남용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진작 깨닫지 못했던 무지를 탓해야 한다.

태양광·풍력·수소·바이오매스와 같은 대체 연료에 대한 인식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신재생에너지가 ‘천국의 연료’라는 환상은 경계해야 한다. 환경에 아무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영원히 지속가능한 연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태양광 패널을 제작하고, 설치해서 발전을 하는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와 자원의 양은 결코 무시할 수 없고, 수소는 전기와 같은 수준의 에너지 전달 수단이지 진정한 의미의 연료가 될 수 없다. 심지어 어렵게 개발한 원자력도 안심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문제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화석연료를 쉽게 포기할 수는 있는 것도 아니다.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대체 연료를 개발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합성섬유·합성수지·합성고무와 같은 화학제품 생산에 필요한 대체 소재도 개발해야 한다. 대체 연료의 개발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물론 포기할 수는 없다. 대체 연료와 대체 소재를 개발하는 일에 훨씬 더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에는 화석연료의 소비의 절약과 효율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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