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에 논란 가중…업계 vs 정부간 갈등 표면
OECD 국가 중 하위권…“업계만 희생양” 주장도

[이투뉴스] 추락하는 기름값에 날개는 없는 걸까. 생수와 콜라와 비교되는 기름값 논란이 예사롭지 않다. 2015년을 떠나보내고 2016년을 맞이하는 이때, 유류세 논란으로 주유소시장이 뜨겁다. 연일 떨어지는 국제유가와는 달리 국내 기름값의 하락세는 피부에 크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논란이 거세지면서 정부와 업계의 갈등도 깊어가는 분위기다.

세수 확보를 위한 유류세 정책으로 인해 주유소의 매출 규모는 부풀려지지만 이에 대한 각종 혜택은 사라지고 오히려 의무만 늘어나게 됐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업계와 달리 미동조차 없는 정부. 유류세를 둘러싼 전쟁의 서막이 서서히 고개를 드는 지금 2016년 주유소업계는 어떤 변화를 앞두고 있을까.

◆ OECD 국가 중 ‘하위권’ vs “과도한 건 문제”

▲ 휘발유(왼쪽)와 경유의 가격 구성(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 제공).

유류세는 크게 내국세와 수입 관세‧수입부과금의 두 가지로 나뉜다. 내국세는 다시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자동차 주행에 대한 자동차세, 부가가치세로 구분된다.

휘발유 리터당 529원, 경유 375원인 교통에너지환경세는 기름값에 부과되는 세금 중 가장 비중이 큰 동시에 나머지 내국세의 규모를 결정짓는다. 교육세와 주행세는 각각 교통에너지환경세의 15%, 26%로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리터당 10원 인상될 경우 자동차 주행에 대한 자동차세는 2.6원, 교육세는 1.5원, 부가가치세는 1.4원이 올라 총 15.6원이 인상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수입 관세와 수입부과금의 경우 관세는 수입가격의 3%, 수입부과금은 리터당 16원이다. 그 외에도 품질검사수수료가 있다.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유류세는 정유사 공급가격의 2배에 육박한다. 한 마디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저유가가 시작된 2014년 하반기부터 유류세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으나 당시에는 “세금정책은 여론에 따라 금방 판을 뒤엎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정부의 반박도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30달러 선까지 떨어지고 “20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향후 70%까지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국내 유류세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 국가별 유류세액.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유류세 수준이 OECD 국가 중 중하위권이라고 설명한다. 석유공사의 관계자는 “지난해 2분기 기준 휘발유 유류세가 리터당 881원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 조사대상 32개국 중 19위로 중하위권”이라며 “648원인 경유 유류세는 25위로 하위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매력과 물가상승을 반영할 경우 국내 소비자들이 유류세에 대해 느끼는 부담은 다른 나라에 비해 작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중산층만이 자동차를 소유한 시절에는 유류세를 통한 세수 확보가 적합했다”며 “서민들도 자동차가 필수품인 요즘, 소득 규모에 상관없이 똑같이 적용되는 대표적인 간접세인 유류세에는 매스를 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돈도 만져보지 못했는데 매출만 부풀려”
기름값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류세 때문에 주유소업계의 짐은 한층 무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방침에 따라 연매출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은 기존 1.5%에서 0.8%로, 2~3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2.0%에서 1.3%로 수수료를 인하한다고 밝혔다. 1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도 기존보다 평균 0.3%p 수수료를 내렸다.

하지만 연매출 10억원이 넘는 대형 가맹점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연평균 매출액이 30억원에 달하는 주유소 역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문제는 주유소의 연평균 매출액이 21억원이지만, 여기서 유류세를 제외할 경우 9억원으로 급락하는 점이다. 유류세가 매출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카드 수수료 인하 혜택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다. 그러나 유류세가 발목을 잡았다.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 적용 대상에서 ‘매출액 10억원 이상 사업자’를 제외하는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이 지난달 1일 국회에 의결되면서 업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기존 납세에 협력한 개인사업자의 세부담 경감을 목적으로 도입된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를 통해 카드매출액에 대한 세금을 연간 500만원 한도로 공제해 줬으나, 기획재정부가 2016년 세법개정안에서 매출액 10억원 이상 사업자를 공제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주유소 업계는 유류세 때문에 몸집만 부풀어진 결과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카드 매출세액공제 대상에서도 10억원 이상 사업자가 제외되는 부가가치세법 개정으로 인해 연 500만원 한도의 세액공제도 받을 수 없게 됐다”며 “유류세가 매출액에 포함되는 한 10억원 미만 가맹점에 해당하는 주유소는 단 한 곳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따라 협회는 지난달 21일 소비자를 대상으로 ‘과도한 유류세 바로 알리기 운동’을 일선 주유소에서 시작했다. 한 마디로 유류세가 ‘과도한 동시에 부당하다’는 것이다.

김문식 주유소협회장은 “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1월 넷째주 기준 휘발유 1리터에 부과된 세금 총액은 879.5원으로 휘발유 5만원 주유 시 세금은 3만원”이라며 “주유소가 기름값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에 대한 카드수수료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과도한 유류세에 대해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신용카드 거부운동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세수목적이라는 정부의 입장을 비판하기가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사업자들이 만져보지도 못하는 세금으로 인해 매출이 부풀려져 각종 혜택에서는 제외되는 점은 문제라는 지적은 점점 거세지는 양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류세가 전체 매출액 중 10~20% 정도를 차지할 경우는 몰라도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문제”라며 “세수 확보라는 명분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친 처사”라고 꼬집었다.

오피넷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106.58달러였던 2014년 6월 셋째주 국내 휘발유 공급가격은 1756.33원(유통마진 및 비용 제외), 유류세는 905.56원으로 기름값의 51.6%를 차지했다. 반면 WTI가 배럴당 36.94달러였던 지난달 둘째주 1313.77원을 기록한 국내 휘발유 공급가격은 유류세가 865.32원으로 기름값의 65.8%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70달러 가까이 떨어졌으나 기름값은 442.56원 낮아졌고 유류세는 고작 40.24원 하락한 동시에 기름값에서의 비중은 오히려 14% 증가했다. 주유소업계로선 과연 유류세가 부당하지 않고 체계적으로 걷히고 있는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사회 전체 이익 극대화 목적…업계 이익만 고려 ‘위험’
▲ 한국주유소협회가 지난 12월 21일 시작한 '유류세 바로 알리기 운동' 표어.
유류세를 둘러싼 갈등과 논란은 최소한 저유가 현상이 어느 정도 진정될 때까지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유류세가 사회 전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과되는 세금인 만큼 사익이나 일부 업계의 이익만을 고려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유류소비량, 환경에 대한 영향, 나라 살림, 에너지 정책 등 종합적인 고려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세금이 바르게 걷히고 쓰이는지에 대한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석유사업자들이 탈세나 편법 없이 세금을 정당하게 내는지, 정부와 지자체가 유류세를 교통, 에너지, 환경,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합리적으로 집행하는지 등에 의혹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류세로 인한 논란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이의 정책을 담당하는 기재부 환경에너지세제과는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재부의 관계자는 “종량세인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유류세는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는 2009년 이후 인상분이 없다”며 “논란이 이어지는 것은 알지만 당장은 유류세를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일각에서 세금 사용이 투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반대로 세금을 줄일 경우 이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 석유산업과 역시 “세제정책은 기재부 소관인 만큼 산업부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기 힘들다”며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이영화 주유소협회 경기지회장은 “과도한 유류세를 소비자에게 알림으로써 정부를 압박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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