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원순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07년 새해와 함께 18개월 만에 국제유가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상승세의 숨고르기를 시작하고 있다. 이는 국제시장에서 유가를 둘러싼 수급요인의 변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지난 몇 년 동안 조금씩 쉬지 않고 올라 거의 3배 가까이 올라있는 상황이라 최저치를 기록한 유가라 해도 과거에 비하면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당분간 국제정치적인 큰 변화가 없다면 50달러 대를 유지 하면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렇지만 유가의 하락은 우리경제에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유럽은 벨로루시와 우크라이나 문제로 천연가스와 석유 공급 파이프라인을 차단해 가며 시끄럽다. 과거 구소련 시절 사회주의 이념을 내세워 러시아의 우랄과 야말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동유럽 등의 주변국에 공급하기 위해 부설한 파이프라인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념을 내세웠던 만큼 송유관은 드루바(우정), 천연가스파이프라인은 브라트바(형제애)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파이프라인이 벨로루시와 우크라이나를 통과해 유럽으로 연결돼 있고 주요 소비국들이 모두 유럽이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이제까지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이들 두 나라에 공급하던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을 현실화 하는 조치들을 취했다. 그러나 이들 두 나라가 반발함에 따라 ‘형제애’건 ‘우정’이건 모두 막아 버리면서 사태가 유럽지역의 에너지 수급 갈등의 불씨가 돼 가고 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파이프라인 통과 국들에 대한 ‘길들이기’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 복잡한 에너지 안보의 구도가 존재한다. 지난해 G-8 정상회담을 통해 에너지 문제를 다루면서 유럽은 98년 발효된 ‘에너지헌장협약(Energy Charter Treaty)’를 확대 발전시킨 ‘유럽에너지헌장(European Energy Charter)’의 비준을 러시아에 요구하면서 안정적인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을 요구하여 왔다. 이에 러시아는 비준을 연기하면서 천연가스 분야의 새로운 공급카르텔의 결성가능성으로 맞서 왔고, 현재 자국 내의 최대 LNG 프로젝트인 사할린-II의 지분인수 및 경영권 확보, TNKBP사에 대한 지분확보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게다가 자국과 국경을 두고 있는 벨로루시, 우크라이나, 발트 3국, 그루지야, 아제르바이잔 등에 대해 2006년 말 일제히 천연가스와 석유 등의 공급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유럽은 러시아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대화와 외교적인 수단외에 별로 다른 대안이 없는 에너지 수급구조를 가지고 있다. 혹시 산업구조나 무역구조가 양국이 서로 얽혀있는 구조라도 된다면 이를 카드로 사용해 보겠지만 크게 연관이 없는 구조들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유럽과 대륙으로 연결된 러시아를 대체한 다른 공급선도 마땅히 없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단기적으로는 이번 사태가 해결되겠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몇가지 시사점을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러시아와 상호 보완적인 교역구조와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는 자국의 에너지 자원 개발에 있어서 필수적인 건설, 조선, 정유, 석유화학 등의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협력하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의 동북아 지역에 대한 관심은 과거에 비해 그 어느 때 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일예로 쉬토크만 유전등이 위치한 북극해 지역의 자원 수송의 문제를 해결할 거의 유일한 대안인 쇄빙유조선 건조분야에서 협력을 원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세계 최고의 쇄빙유조선 건조 기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 밖에 수많은 분야에서 러시아와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향후 단 한 방울의 러시아 산 석유와 천연가스를 쓰지 않을 의도라면 몰라도 기왕 사다 써야 한다면 이번 사태의 시사점을 면밀히 검토해 보고 상호 보완적 구조를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에너지 안보 환경과 동북아의 에너지 수급구조에서 차지하는 러시아의 전략적 역할에 대해 평가해 보아야 한다. 또한 이와 유사한 사태를 대비하는 여러 가지 측면의 문제들을 짚어봐야 한다.


‘에너지자원’ 하나만 보는 것 보다 종합적으로 조망하고 살펴보는 그야 말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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