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지속…골드만삭스 "국제유가 배럴당 20달러까지 하락"
석탄에서 천연가스발전으로 전환, 저유가로 산유국 내정 불안도

[이투뉴스] 올 한 해도 글로벌 석유산업은 힘겨운 한 해를 보낼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40~50달러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12월 최저점인 3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국제유가 하락의 주된 이유는 공급 과잉으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국제 원유 시장의 과잉 공급량은 하루 200만 배럴 정도다. 세계 생산량의 2%에 맞먹는 양이다. OPEC 회원국들이 합의한 생산량보다 더 많이 생산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미국도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고 IEA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내년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하락하는 초저유가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석유산업은 수익성 악화로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내에서 생산 중인 유전 갯수 역시 최근 급증해 시장을 압박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 원유시장 서비스 업체인 <베이커 휴>의 보도에 따르면, 유전 갯수가 17개 증가(가스 유전 갯수 하락에 의해 상쇄됨)했으며, 이는 시장의 약세 신호로 읽혀지고 있다. 유가가 바닥을 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추자들이 시추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가와 유전 갯수의 시간적 차이가 있으며, 이런 숫자가 시장 상태를 완벽하게 측정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 갯수 증가는 시장에 충격을 가하면서 유가가 36.04 달러로 11년만에 최저점을 찍게했다. 심지어 2009년 경제 위기(배럴당 36.20달러) 당시 보다 더 낮은 유가를 기록했다. 골드만 삭스는 "우리는 2016년 4분기 시장의 재조정 이전까지 과잉 공급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 석유기업 자금난, 태양광기업은 주가 상승
물론 적잖은 시장 전문가들이 2016년 말부터 시장이 호전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있지만, 시장을 낙관할 수 있는 근거는 그리 많지 않다.  반면 현재 석유 시장의 불안한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업계의 움직임은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미국의 석유 대기업인 코노코필립스는 러시아에서 최종 철수를 발표했다. 이 회사는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석유 기업 로즈네프트와 함께한 합작 투자회사의 지분 50%를 팔았다. 폴라 라이트 합작 투자사는 산출량 하락으로 재정적 고통을 겪어왔다. 이번 지분 매각은 코노코필립스가 러시아 시장에서 완전 철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노코필립스는 1990년대 초 소련 몰락 이후 시장에 참여한 첫번째 석유 대기업이었다.

체사피크 에너지는 자금 유동성이 낮아 어려움을 겪었다. 회사는 채권 교환을 시도해왔으나 채권 가치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가도 함께 폭락했다. <로이터>통신은 교화된 채권이 심각하게 실패할 것이라고 전망 보도했다. 미국내 두번째 최대 천연가스 시추사로써 향후 더 많은 문제가 나타날 것으로 읽히고 있다.

반면 솔라시티의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 의회 예산 책정에서 태양광 산업에 대한 세금 공제가 포함되면서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15일 기준 25% 이상 상승했다. 현재 솔라시티는 네바다 주정부 공공전력위원회가 전력 요금 인하제도를 종료시킬 경우 네바다에서의 공장 운영을 폐쇄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 석탄발전소, 천연가스발전으로 속속 대체 
한편, 지난해 4월 미국 전력발전부문은 1억28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지난 25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의 배출량을 기록했다. 4월은 온화한 날씨탓에 통상적으로 연중 가장 낮은 수준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달이다. 지난 10여년간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주된 요인으로는 발전소들이 석탄을 빠르게 퇴출시키고 저렴한 천연가스로 전환하고 있는데 기인하고 있다.  천연가스는 동일한 양의 전력을 발전할때 석탄보다 71~79%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미국에서 이같은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됐다. EPA의 규제는 석탄화력발전소 운영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30년에서 50년까지의 투자 기간을 고려해볼때 미국 전력소들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반면 천연가스의 미래는 밝은 편이다. 수 십곳에서 결국 수 백곳까지 석탄발전소들이 앞으로 순차적으로 수십년간 폐쇄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온화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미국 전역에서 천연가스와 액화 연료에 대한 수요 역시 전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셰브론은 호주 LNG 용량 일부에 대해 중국의 바이어와 함께 비구속적 협약에 체결했다. 중국 훠디안 그린 에너지는 연간 100만톤의 LNG를 앞으로 10년간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셰브론이 호주 LNG 수출 시설의 80%까지 용량을 가져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LNG 시장은 아시아에서 수요 약화로 매출이 감소했다. 호주는 빠르게 LNG 수출국으로 성장하면서, 수출 시설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다. 최근 매출 감소로 일부 회사들은 투자금 회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고르곤 시설에는 540억달러가 투입됐다.

◇ 초저유가로 석유-가스 생산업자 생존게임 불가피
배럴당 40달러 이하로 유가가 유지될 경우 석유와 가스 생산자들은 생존 게임을 피할 수 없다. 2016년은 전 에너지 분야에서 매우 고통스러운 한 해로 전개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최근 에너지 산업계의 재정적 스트레스가 높아질 것으로 경고했다.

S&P는 "헤지는 2016년 전체 석유와 가스 예상 생산의 8%를 나타낸다"며 "지난해 15%에 비해 두드러진 격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저유가로 인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산유국들에게도 막대한 손실을 주고 있다. 나이지리아가 대표적인 나라다.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하고 OPEC 회원국인 나이지리아는 저유가로 인해 예산을 대폭 삭감해야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정부는 화폐가치를 평가절하해야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경제가 약화되고 외환 거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리지아의 무하만두 부하리 대통령은 나이지리아가 고정 환율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으나, 최근 통화 평가절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부하리 대통령은 중앙 은행이 '약간의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으며 자본 흐름을 독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는 달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약해진 통화는 산유국 전반에 걸쳐 문제가 된다. 남미와 아프리카, 중동과 유라시아에서 화폐가치 약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시장 움직임에 따라 자유롭게 변동하는 환시세를 가진 나라들은 지난해 환율 하락을 경험했다. 고정 환율을 가진 나라들은 그들의 고정 환율을 포기하고 통화 평가 절하의 압박을 받게될 수 있다. 나이지리아의 화폐 나이라가 다음 차례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석유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또 다른 사건은 리비아 석유로 지목되고 있다. 북아프리카 산유국인 리비아의 경쟁 파벌 간 싸움은 나라를 분열시켰으며, 석유 수출길을 막게했다. 리비아의 석유 생산량은 지난 2~3년간 하루 40만 배럴까지 줄어들었다. 카다피 시기 생산량은 하루 160만 배럴까지 많았다.

그러나 리비아에서 경쟁 파벌들은 평화 협상 절차를 밟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말 UN 중재 협약에 서명했다. 평화 거래가 이행될지는 불분명하지만 만약 폭력과 불안전성이 수그러들기 시작하면 리비아는 일부 석유 생산을 재개하고 국제 시장에 석유를 공급할 수도 있다. 초과량은 불분명하지만 만약 50만 배럴 정도가 2016년에 시장에 들어갈 경우 유가에 악재가 된다. 이는 국제시장에서 내년 미국 셰일 예상 감축량을 다시 채울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 시대 장기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산유국들과 에너지 기업들의 대응 마련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조민영 기자 =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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