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에 원료비 절감…수출 저조 우려도
상반기 에틸렌·휘발유 공급부족 전망 제기

[이투뉴스] 저유가에 원료비 절감이라는 수혜를 입은 석유화학분야가 최근 표정이 달라졌다. 지난달 미국 원유 수출 금지법 해제, 올해 초 이란의 원유 수출 확대 등을 이유로 저유가 속도에 가속이 붙자 수출실적 악화 우려로 압박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미국 선물·옵션시장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올해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최대 15달러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는 예측을 내놓자 연관 산업 관계자들의 낯빛이 서서히 변하게 된 것이다. 저유가의 바닥을 아직 단정할 수는 없지만 원유가격 행보에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도 있는 연관 산업들은 혹시 모를 악재에 대비하고 있다. 정유업 위주였던 과거에서 석유화학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국내 정유사들도 이에 대한 준비를 갖추는 모양새다.

◆ 정유업에 목메던 정유사, 석화산업으로 무게 옮겨

▲ gs칼텍스 중질유 분해시설.
지난해 정유사들은 저유가에도 불구, 분기별 실적 개선 소식을 전하며 건재함을 드러냈다. 과거 정유업 중심이었던 정유사들이 석유화학부문에 투자를 늘려 정유업과 석화산업 간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유업에서 본 손실을 석화산업에서 메우는 등 어려움을 극복해가고 있다.

그 예로 지난해 3분기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GS칼텍스는 정유부문에서 발생한 손실을 BTX(방향족, 벤젠.톨루엔.자일렌)와 PP(폴리프로필렌)이 주력인 석유화학과 윤활유분야에서 만회했다. GS칼텍스는 지속적인 증설을 통해 연산 135만톤의 파라자일렌 생산시설을 비롯해 한해 280만톤에 이르는 BTX 생산능력을 갖췄다.

단일 방향족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 수준의 생산능력과 경쟁력을 지녔다. PP는 GS칼텍스가 1988년 ‘하이프린’ 생산을 시작한 이래 지속적인 증설로 연산 18만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PP의 원료인 프로필렌은 RFCC(중질유분해시설) 공정으로부터 전량 자체 조달해 제품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윤활기 용기용 원료, 생수병용 원료, 발포용 원료 등을 국내 최초로 개발, 국내 기술을 한 단계 향상시켰다는 평가다.

에쓰오일은 1991년 4월 나프타 개질시설과 BTX생산시설을 상업 가동함으로써 석유화학부문으로 사업다각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2011년 4월에 합성섬유의 기초원료인 파라자일렌을 생산하는 제2자일렌센터와 원유 정제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를 개질해 BTX를 생산하는 아로마이징 시설 등으로 구성된 제2아로마틱 콤플렉스를 완공했다.

이를 통해 에쓰오일은 생산능력이 2배 이상 증가해 연산 170만톤 규모의 파라자일렌 생산시설과 연산 60만톤 규모의 벤젠 생산시설을 갖추게 됐다.

1989년 중질유 분해시설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현대오일뱅크는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 있는 제2고도화시설을 통해 제2BTX설비로 석유화학사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이다.

2009년 일본 코스모석유와 합작으로 설립한 현대코스모에서는 제1BTX설비와 제2BTX설비를 통해 파라자일렌과 벤젠을 연간 140만톤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제2BTX는 합작사인 코스모석유가 생산하는 혼합자일렌을 주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국제 원자재 가격 변화에 능동적인 대처도 가능하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상업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 MX제조사업을 통해 BTX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고 경쟁력을 증대시킨다는 계획이다.

◆ 상반기 에틸렌·휘발유 공급부족 전망도

▲ 에틸렌 마진 추이.

하나금융투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정유업계는 저유가로 인한 복합 정제마진이 서서히 약세를 나타내면서도 견조함을 유지했다. 휘발유와 납사 마진은 상승세를 탄 반면 등유와 경유의 마진은 하락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016년 상반기 휘발유의 공급 부족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인도의 휘발유 수요 증가 가능성에 따라 글로벌 공급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유가가 진정세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올해 가장 큰 설비 증설은 인도 국영석유기업의 파라딥(Paradip) 설비로, 여기서 생산하는 휘발유는 일산 8만 배럴 수준인 반면 인도의 지난해 휘발유 수요는 48만7000배럴로 전년대비 증가율(YoY) 보다 15%가 더해지는 매우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만약 올해 인도 휘발유 수요가 증가할 경우 아시아에 의미 있게 추가될 휘발유 공급 증분이 약 3만 배럴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인도를 비롯한 글로벌 휘발유 수요 성장세가 지난해와 같이 유지될 경우, 글로벌 휘발유 공급 부족 현상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납사 마진도 높은 수준에서 견조하게 유지될 전망이다.

▲ 휘발유, 납사 마진 추이.

동기간 석유화학 제품은 전반적으로 약세를 지속했다. 특히 에틸렌과 프로필렌의 3주 연속 상승세가 눈에 띈 대목이다.

에틸렌 마진이 최근 재차 회복하기 시작해 지난달에는 5년 만에 최고 수준의 마진을 기록하며 타이트한 수급 상황을 대변했다. 올해 상반기 성수기를 전후해 재차 에틸렌의 공급 부족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에쓰오일은 유가 하락에도 정제마진 강세를 지속해 정유부문 실적 개선이 전망됐다. 윤활기유 스프레드 상승, 석유화학 정기보수 종료 등으로 비정유 부문도 선전이 예상됐다.

◆ 끝 모를 유가 추락, 석화산업 괜찮나?
최근 제기되는 국제유가 전망치가 예사롭지 않다. 하반기에는 15달러까지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저유가로 수요 증대와 비용 절감으로 영업익이 큰 폭으로 개선된 석유화학분야에는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전세계 경제악화가 수출 증대를 주춤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놓는 곳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저유가 현상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느냐, 부정적으로 전망하느냐의 시각 차이도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유가 예측이 한치 앞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저유가는 위기로 인식되지만 한편으로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화학사들의 경영실적 개선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석유화학부문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23일 ‘2016년 산업전망’을 통해 올해 석유화학 분야 수출이 지난해보다 0.4%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입은 106만7000MT로 2.1% 증가해 지난해의 증가세를 이어가는 반면 생산이 2128만 MT로 0.3% 성장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내수도 전년대비 0.9% 증가에 그친 1044만4000MT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예상은 전세계 수급부진으로 석유화학부문의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나마 국내 경제성장률 회복 및 건설투자 증가 등으로 내수가 소폭 증가해 전년 생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쓰오일은 울산 온산공장에 산화프로필렌(PO) 신공장 증설을 현재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월 스미토모화학과 PP와 PO제조기술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생산 증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토탈은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부터 폴리에틸렌(PE), PP 등 합성수지, 파라자일렌(PX), 스타이렌모노머(SM) 등 화성제품(Base Chemical)까지 다양한 종류의 석유화학제품을 생산 중이다. 지난해 방향족 2공장과 CFU(컨덴세이트 분해설비)를 포함한 증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공했다.

화학사들은 지난해 예상보다 저조한 매출액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증가하면서 올해도 크게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가를 둘러싼 다양한 시나리오와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석유화학산업은 늘어난 영업이익에도 속 시원히 웃지 못하고 있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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