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당국 개입해 열병합발전 신설억제 역할 주문 따라
'사업 활성화에 도움 vs 의사결정만 지연’ 의견 엇갈려

[이투뉴스]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마쳤지만 진전이 없어 피로감이 쌓이고 있는 그린히트 프로젝트(수도권 열네트워크 구축사업)에 중대 변수가 생겨 향후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목된다. 전력당국이 열병합발전소 신설이 어려운 곳의 열공급까지 그린히트를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특집] 지쳐가는 그린히트, 논의구조만 자꾸 확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사업타당성이 있다고 판정한 그린히트 프로젝트와 관련 빠른 시일 내에 광역망기획단 회의를 열어 예타 결과에 대한 의견교환 및 추후 사업일정 등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KDI 공공투자관리센터는 지난 연말 산업부와 한국지역난방공사에 그린히트 프로젝트에 대한 종합평가(AHP) 결과 0.596이 나왔다고 통보했다. AHP는 0.5를 넘으면 사업타당성이 있으며, 그 이하일 경우에는 타당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에 제시했던 B/C(비용대비 편익비)와 IRR(내부수익률), PI(수익성지수) 등의 경제성 평가요인은 물론 공공성까지 모두 반영한 수치다.

예정대로라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그린히트에 대한 사업성이 검증된 만큼 추진수순을 밟아야 하겠지만 전력 및 가스관련 부서가 여기에 뛰어들면서 사정이 복합해졌다. 그린히트가 집단에너지 만의 문제가 아닌 전기와 가스까지 다양하게 얽혀 있는 만큼 공동논의를 통해 최종 정책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결국 산업부는 집단에너지를 비롯해 전력과 가스 부서가 함께 참여하는 내부 협의체를 구성, 그린히트 추진여부를 이곳에서 결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협의체 좌장은 정양호 에너지자원실장이 맡아 부서 간 이견을 조율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전력당국은 최근 산업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집단에너지용 열병합발전 신설 최소화 및 용량규제’에 따른 해법으로 그린히트가 일정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놨다. 즉 그린히트만이 아닌 전력부문을 포함한 통합적인 시각에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청라에너지를 그린히트 사업범위에 포함시키는 한편 증설하는 서울복합(당인리발전소)과도 연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그린히트+알파’ 안이 급부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김포열병합 신설불허에 따른 청라 열공급 문제 해결과 서울시가 추진하는 마곡열병합 건설도 자연스럽게 중단쪽으로 유도하겠다는 뜻을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인천지역 발전사업자인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이 공동으로 ‘열판매 SPC(특수목적법인)’를 구성하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끈다. 설비특성 등으로 인해 발전3사별로 제각각인 열 판매가격과 공급여건을 일원화시켜 비슷한 사업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같은 전력당국의 훈수에 집단에너지업계는 과도하고 일방적인 개입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열을 필요로 하는 수요처에서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포함시켜봐야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민간사업자인 청라에너지를 정부당국이 이래라 저래라 강요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비현실적 방안이라는 의견이 많다.

도시가스업계가 강력 반대하는 상황에서 전력당국까지 사실상 개입하면서 그린히트 프로젝트 추진 자체가 사실상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논의구조 확대에 따른 의사결정 지연과 함께 추가로 검토할 사안도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급전지시 감소로 LNG복합 수열가격도 초기보다 많이 올랐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집단에너지 전문가는 “전력당국 제안이 표면적으로는 그린히트 추진 및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비쳐지지만 실제로는 사업자별 추가협의 등 시간만 잡아먹으며 추진동력을 감퇴시킬 가능성도 다분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전에는 그린히트 프로젝트가 도시가스와의 정치적 해법마련이 핵심과제였다면 이제는 산업부 내 파워게임에서 누가 이길 것인지가 추진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