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체질개선만이 지속성장 원동력”

조직은 살아있는 생명체…‘생각의 틀과 행동변화’ 요구
경영환경 갈수록 악화 도시가스산업 새 패러다임 절실
도시가스사업 본질은 서비스…고객만족 솔루션에 초점

[이투뉴스] 불황이라는 짙은 잿빛 구름이 드리워진 속에서 도시가스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성장가도를 달려온 도시가스산업이 경영위기의 한파를 넘기 위한 탈출구를 찾고 있으나 쉽지 않다. 각사마다 연계사업을 비롯한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으나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생활 패턴 변화와 다양한 난방열원 등장, 온난화 등 외적인 요인에 더해 가격경쟁력까지 떨어지면서 도시가스사의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 대한 현실적 대응책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는 게 희망퇴직 등 인적 구조개편을 통한 선제적 대응이다. 자구책 차원에서 진행되는 인적 구조개편은 불가피하게 갈등을 초래할 소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 선제적 대응의 실효성을 거둔 경남에너지의 행보는 눈길을 끈다. 인적 구조개편을 지휘한 정세진 대표이사(51)를 만나 용단을 내리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도시가스업계는 유례없는 실적 악화로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판매는 부진한 반면, 고객의 서비스 기대 수준은 상승하고 정부의 제도개선 요구에 따른 관련 비용은 증가하는 등 사업 전반에 걸쳐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향후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고 기업의 생존까지 위협 받을 수 있는 현 시점에서 선제적인 체질 개선만이 미래를 대비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경영체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고, 전반적인 효율개선을 통한 기업의 역량강화가 절실한 때입니다”

▲ 정세진 사장(왼쪽 4번째)과 윤종규 노조위원장이 노사협력의 상생발전 의지를 다짐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인적 구조개편을 통한 선제적 대응에 나서는 결단을 내리게 된 배경을 묻자 정세진 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희망퇴직은 물론 직군전환, 연봉제 및 호봉제 전환 등 경영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실상 개혁에 노동조합 등 직원들의 반발은 당연할 듯했다.

“노사가 많은 대화를 통해 현재의 위기상황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적극적인 체질개선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다행스럽게 합의에 이르게 됐습니다. 위기극복에 동참을 호소하는 회사의 진정성을 노조가 받아들인거죠. 이 과정에서 다수 직원들이 고통분담을 위해 급여의 일부를 자진반납 하면서까지 호봉제로 전환했으며, 회사는 직원들의 선택을 존중하여 안정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인적 구조개편과 함께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단순히 인력의 재편성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년여 사이에 46개였던 부서가 28개로 슬림화 됐습니다. 조직은 살아있는 생명체입니다. 급변하는 내·외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언제든지 효율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거죠. 경영기획부문과 안전관리부문을 신설하면서 경영과 안전의 균형 있는 발전과 각 부문장의 권한 강화를 통한 업무관리 시스템 효율화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또한 안전기술본부를 신설해 도시가스사업의 기본인 안전관리에 더 집중하고, 안정적 공급을 위한 배관망 해석 등 전문적인 안전관리 기술업무에 대한 체계적인 데이터 축적 및 관리기반을 견고히 했습니다. 향후 이러한 자료들은 빅 데이터로써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지난해 매출 둔화 속에서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갈수록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목표달성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를 수밖에 없는 그의 각오를 물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양호한 경영실적은 전년도부터 이어진 선제적 구조개편의 성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저유가 기조에 따른 산업용 수요이탈이 가속화되고 동절기 이상고온에 따른 가정용 판매까지 급감하면서 지난 한해 판매량은 전년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LPG업계의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이 거세지고 연일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이어지는 판매 감소 현상은 올해 경영실적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경영난 타개를 위해 마케팅 패러다임 변화에 초점을 두고 현장 중심의 영업 전략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힌 정세진 사장은 LPG 등 경쟁연료로의 전환을 고민하는 산업체의 수요 이탈을 막기 위해 서비스질 개선과 함께 전사적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겠다면서 가스냉방이나 가스건조기 등 신규수요가 기대되는 가스기기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임해 올해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모든 도시가스사의 고민인 가격경쟁력 문제를 꺼냈다. 요금의 90%를 차지하는 한국가스공사의 도매요금체제와 미수금 정산 등 구조적인 문제가 엮어져 대응책이 쉽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B-C유, LPG가 가격경쟁력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로 인한 전국적인 산업용 수요 이탈 가속화로 지난해 3분기까지 산업용 판매량이 전년대비 사상 최대의 감소폭인 -16.1%를 기록했습니다. 우리 역시 그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했습니다. 문제는 지역경기 침체 및 기존 수용가의 잠재적인 연료전환 등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감소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겁니다”

정세진 사장은 가격경쟁력 회복을 위한 자구책 마련과 함께 떨어진 국제LNG가격을 반영한 도매요금 인하 추진 등 주요 이슈의 해결방안 마련을 위해 전국의 모든 도시가스사와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십 년 쌓아온 노하우와 신뢰를 바탕으로 안전·환경·서비스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만큼 이를 극대화 시킨 고객 맞춤형 솔루션에 초점을 맞춰 고객만족을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에너지는 연계사업 일환으로 고효율 에너지 공급시스템인 연료전지, 태양광, 바이오가스사업 등에도 적극적이다.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물었다.

“도시가스사업 외에 태양광발전, 바이오가스, 스팀판매 등 여러 분야에서 수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과도 부합되는 태양광사업은 2011년 12월 준공 이후 정상적으로 상업 운전 중이며, 한국전력거래소를 통한 전력판매 및 RPS 제도를 이용한 REC 판매로 꾸준한 매출이 발생되고 있습니다. 또한 바이오가스사업은 2015년 12월 상업운전을 개시해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소화가스를 매입 후 부가공정을 거쳐 도시가스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시민들이 버린 음식쓰레기, 하수슬러지 등 폐기물을 연료화해 시민들에게 재공급하는 이른바 ‘폐자원 에너지 순환형 시스템’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 할 수 있습니다. 2013년 말부터 시작한 스팀판매사업은 생활폐기물 소각장에서 나오는 폐열을 활용해 산업체에 공급함으로써 산업체 연료절감 및 온실가스감축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경남에너지는 재가장애인 여가체험이나 빈곤가정 주거개선사업 등 어느 곳보다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주민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경영적인 측면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미가 궁금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기업 가치를 높이는 사회적 투자인 동시에 나눔을 추구하는 활동이기에 구성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여주기 위한 형식을 탈피하고 진정한 나눔의 의미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전 임직원들이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갖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사랑나눔 희망에너지’라는 슬로건 아래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실로 어려움을 함께하며 행복한 지역사회, 나아가 따듯함과 행복이 넘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갈수록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고, 그만큼 고객만족이 쉽지 않은 게 아니냐고 말을 꺼내자 정세진 사장은 ‘고객이 있기에 회사가 존재하며, 고객을 떠나 회사를 생각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도시가스사업은 본질적으로 서비스사업이기에 고객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고객만족을 위한 변화된 자세가 필요하며, 고객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모든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모바일 검침 및 고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카드수납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등 사회적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고객편의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요금경감신청 절차 간소화 등 업무프로세스 또한 사용자 중심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갈수록 경영환경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속에서 회사를 이끌어가는 수장으로서 임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을 듯했다.

“최근 저희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라는 모토를 통해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점점 악화되는 경영환경 속에서 더 나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모든 부분에서 기본과 내실을 튼튼히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저유가 기조에 따른 여파로 경기침체는 지속될 전망이며, 이는 도시가스사업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됩니다.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한 때라는 거죠. ‘생각의 틀과 행동 변화’가 회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임을 명심하면서 변화된 회사의 시스템을 안정화 시키고 다양한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한 기업경쟁력 회복을 위해 임직원 모두가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랍니다”

[WHO]
정세진 사장은 1966년 생으로 부산고등학교, 동아대학교와 부산대학교 국제통상대학원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다.
1997년 대양산업 상무이사, 1999년 경남테크 대표이사 2007년 마이비 대표이사, 2011년 코아인더스 대표이사를 지냈다. 경남에너지와는 2013년 상임감사로 인연을 맺은 후 2014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재임하고 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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