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제약 대상 발전기로 지정된 호남화력 사고위험 무릅쓰고 가동
계통여건·수급안정·경제성 고려 고이용률 기저발전으로 대체 시급

▲ 여수국가산업단지내 345kv 송전선로 현황. (파란색 점선으로 표기된 노선은 확정노선이 아닌 계통 연결 개념도)

[이투뉴스] 전력수요 대비 발전소와 송전선로가 부족해 전력계통 위험지역으로 분류돼 있는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가 44년이나 가동한 극노후 화력발전소에 수급 일부를 의존하고 있어 대형 정전사고 발생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17일 전력당국과 발전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중화학 산업단지로 국가수출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여수산단은 전력수요 대비 지역내 자체 공급력이 부족한데다 송전망까지 포화돼 전국에서 전력계통이 가장 불안한 지역중 한 곳으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계통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전력거래소는 임시방편으로 154kV 송전선로를 용성계와 여천계로 분리해 여천노선에선 호남화력 1,2호기가, 용성노선에선 율촌복합과 여수화력 2호기가 각각 의무 가동되도록 하는 발전제약을 걸어둔 상태다.

현재 여수산단의 전력수요는 2100MW에 달하지만 공급력(발전력)은 1700MW로 400MW가 부족하다. 전력당국은 만일의 계통사고가 광역정전으로 파급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광양~여수산단간 기존 345kV 노선에 SPS(고장파급방지장치) 2대를 운용하고 있다.

아울러 송전선로 건설·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한전은 2020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광양복합에서 여수화력을 잇는 약 15Km 길이의 추가 345kV 송전선로 건설을 추진중이다. <그래픽 참조>

문제는 365일 가동돼야 하는 발전제약 발전기중 한 곳인 호남화력의 노후화 정도는 심각한데 아직 구체적인 대체 발전소 건설계획이 확정되지 않고 있고, 한전이 추진하는 추가 송전선로 건설사업 역시 적기 준공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우선 호남화력은 1973년 준공된 국내 최고령 화력발전소로 상시 고장·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설비수명이 한계에 도달해 최근 들어 설비고장이 부쩍 늘고 있고, 발전소 정지로 이어지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호남화력은 여수산단 전력수요의 약 30%를 공급하는 중추 발전소다. 

▲ 올해로 44년째 가동중인 호남화력 발전소 전경. 설비 극노후화로 잦은 고장·정지가 발생하고 있지만 발전제약 대상 발전기여서 의무가동해야 한다. 

호남화력 관계자는 “보통 터빈수명을 30년으로 보는데, 호남화력은 이미 43년을 돌려 기본적인 재질상태가 한계수명에 도달한 상태”라면서 “언제 어떤 형태의 대형사고가 발생할지 몰라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눈에 보이는 설비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미 내구연한이 다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케이블이라든지 수많은 보조설비들의 불시 고장까지 막을 순 없지 않냐”면서 “얼마 전에도 터빈보호용 윤활시스템이 고장을 일으켜 발전소 가동이 중단된 사례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전의 추가 345kV 송전선로 확충사업이 제때 완료될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도 여수산단의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여수 일대는 과거 율촉복합 송전선로 건설 당시에도 강한 지역민원이 발생해 갈등이 빚어진 지역이다.

한전은 광양복합에서 광양만 해저(또는 해상)를 가로질러 여수화력까지 새 송전선로를 가설한다는 계획인데, 이미 지난해 여수지역 주민이 포함된 송전탑건설반대 단체는 헌법재판소에 송주법 및 전기사업법에 대한 헌법소원까지 제기하며 사업저지에 나선 상태다.

만약 이대로 위태로운 노후화력 운영을 강행하다가 전력피크 기간에 발전소 고장이나 전력계통 고장·사고가 발생하면, 국가산단내 대형 중화학공장에 전력공급이 중단돼 입주기업들이 추정 불가능한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여수산단에는 GS칼텍스를 비롯해 LG화학·남해화학·한화케미칼·롯데케미칼·삼남석유화학·오리온카본 등 120여개 대형 정유-석유화학-비료 업체가 입주해 있고, 노후 전력설비와 발전소 고장으로 2~3년마다 정전사고가 터지고 있다.

2006년부터 6차례에 걸쳐 발생한 정전사고로 입주기업들이 입은 피해액만 1827억원에 달한다. 앞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여수산단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기존 발전소 부지와 송전선로를 활용하는 안정적 공급원으로 호남화력을 대체건설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해 확정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환경성 개선을 전제로 40년 이상 장기가동한 화력발전소의 대체 건설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올해로 44년째 가동중인 호남화력의 대체건설 여건이 마련됐지만 아직 정부차원의 세부지침이 없어 후속일정 착수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일단 발전사 측은 여수산단의 계통상황과 전력공급의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용률은 높고 공급단가는 저렴한 기저부하 발전소를 현 여유부지에 건설, 기존 발전소 폐지와 동시에 새 발전소를 대체 가동하는 조치가 합리적이란 입장이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여수산단의 전력공급 신뢰도 제고를 위해서는 LNG발전소보다 항시 운전될 수 있는 고이용률 화력발전소 건설이 필요하며 최신 고효율 기종으로 건설 시 환경성과 경제성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당장 시작하더라도 환경영향평가나 인·허가에만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시급한 정책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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