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전 직원 본격 적용 … 일부직원 "업무부담 증가" 불평

지난 2일 오후 11시 정부 과천종합청사 산업자원부 사무실. 자정이 가까워 오는 시간이지만 산자부는 '불야성'이다. 대부분의 직원은 오후 8시를 전후로 퇴근길에 나섰지만 잔무가 남았거나 사안이 급한 일부 직원들은 여전히 듬성듬성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통적으로 산자부는 근면하기로 소문난 부처 중의 하나다. 저녁식사 시간에 때맞춰 청사식당을 배회하는 직원들이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오죽하면 이달 초 퇴임한 정세균 전 장관은 "우리 사무실은 밤을 잊은 것 같다. 어느 누구보다 근면하고 성실한 직원들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는 말을 남겼을까.

 

이런 산자부 직원들이 최근 통합형 성과관리 시스템(업무관리시스템)이 가동되면서 신종 '성과관리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정부 들어 강화되기 시작한 이 시스템은 올해부터 온라인을 기반으로 전 직원이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 시스템은 쉽게 이해해 각 직원의 '업무계획서'이자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업무평정서'다. 과거 승진심사나 기관평가 때 업무성과를 일일이 사후 취합해야 했던 폐단을 줄이고 개개인의 업무 추진성과를 평소 객관적인 자료로 남겨두고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산자부 전 직원은 일과시간에 대한 업무계획이나 주요일정을 아침에 시스템에 등록시켜 놓고 퇴근 전 추진된 업무사항을 일기를 쓰듯 일일이 기재해야 한다. 이렇게 입력된 결과는 업무 이력 관리시스템과 연계돼 상급자가 평가자가 된다.

 

예를 들면 사무관이나 주무관은 팀장이 평가자가 되고 팀장의 경우 국장이나 본부장급이 평가자가 돼 추진성과를 보고하고 온라인상 결제까지 받을 수 있다. 특히 일부 기능에 따라 온라인상 회의를 주재하거나 개인별로 쪽지를 주고 받을 수도 있다.

 

권기성 산자부 성과관리고객만족팀 사무관은 "성과관리시스템은 정부의 행정개혁 일정에 따라 지난 2004년 도입된 이후 그간 온라인 평가시스템을 구축한 뒤 올해부터는 각 부처가 자율적인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들 업무가 몸에 익지 않아 대부분의 직원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무원 사회에 회자하던 '혁신 스트레스'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반응이다.

 

산자부의 한 직원은 "혁신이야 업무를 효율적으로, 능률적으로 하자는 얘기지만 성과관리는 모든 업무를 직접 기록하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만만치 않다"면서 "담당 업무를 처리하기도 빠듯한 시간인데 성과관리에 매달려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산자부 내부에선 최근 일부 직원들 사이에 성과관리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외부서 직원들과 함께 만난 모 사무관은 "업무 부하가 더욱 늘어난 것 같다"면서 "외부선 '철밥통'이라고 비아냥거리지만 업무에 성과관리에 시달리는 우리로선 공무원 못 해먹겠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불평했다.

 

이에 대해 성과관리고객만족팀의 한 관계자는 "시스템을 개인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으로 본다"면서 "현재는 시스템이 정착돼 가는 과도기로 제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성과관리 시스템의 본래 취지는 상관의 주관에 따라 주먹구구식이던 인사평가와 근거가 미약했던 이력 부문을 통계나 사실에 기반해 마련하기 위해서였다"며 "일부 문제점을 지적되는 부문을 보완해 나가고 경력개발제도와 연계해 부처의 특성까지 반영된다면 이 같은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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