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요증가율 잠정 1.3%…산업용은 0.4% 역대 최저
내년까지 발전소 19GW 추가 증설, 공급과잉 해법마련 시급

2005~2015년 전력수요 및 수요증가율 추이 (15년은 잠정치)                                       ⓒ그래픽-박미경 기자

[이투뉴스] 예측은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이다. 엇나갈 수 있다. 일단 변수가 많고, 그 변수들의 불확실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국제 경제, 정치, 사회, 기술개발 등에 모두 종속돼 있는 에너지부문의 미래 전망은 한층 더 어렵다. 전 세계 경제의 신(新)기후·저탄소 체제 재편을, 국제유가의 기록적인 붕괴를 정확히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두둔할 요량은 아니지만 우리 정부의 중장기 전력수요 증가율 예측도 당장 어긋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본지가 한창 집계가 진행되고 있는 지난해 전력 판매량을 토대로 추정한 작년 수요증가율은 1.3% 안팎. 일반용(상업용)은 2.9%대로 선방했지만, 전체 수요의 절대비중(52~55%)을 차지하는 산업용이 소수점(0.4%) 아래로 미끄러져 평균값을 주저 앉혔다. 산업용 증가율은 역대 최저치다.

이는 가장 최근 수립된 7차 전력수급계획과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제시한 예측치 2.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산업용 2.6%, 상업용 2.4% 예상) 이대로 수요가 정체되면 올해 성장률은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올해와 내년 수요증가율을 각각 4.1%, 4.5%로 예측했는데, 현실은 정반대로 기우는 모양새다. 

과거 10년간 꾸준히 하방곡선을 그려온 전력수요 추이<그래프 참조>는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속단은 이르지만 현재의 가격정책과 산업구조가 지속되면 반등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 견해다. 반면 철강·정유·조선·전자 등 우리 주력산업이자 에너지다소비 업종의 불황은 향후 수요를 크게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전 관계자는 “작년 판매량 집계는 전국 지사의 데이터 수집 및 검증이 끝나야 정확한 산출이 가능하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GDP성장률 전망이나 산업동향, 한국은행 경제예측이 그리 밝지 않은데다, 최근 전력소비가 많은 제조업 대기업들이 여러 이유로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어 앞으로는 그런 영향을 크게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예측은 빗나갈 수 있다지만 문제는 여파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전력산업, 특히 대규모 발전사업은 특단의 정책 변화가 없는 한 당장 올해부터 공급력 과잉에 따른 홍역을 한바탕 앓게 될 전망이다. 전력당국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국내 발전설비 용량은 97.6GW(9764만kW)로 1년전보다 4.4GW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와 내년 물량과 비교하면 약과다.

올해만 신보령화력 등 10.9GW모의 중앙급전발전기(원전·석탄화력·100MW 이상 열병합)가 추가 준공돼 가동되고, 내년에도 9.0GW규모의 발전소가 새로 상업운전을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내년말 전체 공급력은 작년말보다 19.1GW 증가한 116.7GW가 되고, 연평균 예비율도 30~40%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최대 전력수요가 매년 경신되는 추세로 볼 때 이같은 공급력 확충이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지만, 피크부하 관리나 부하평준화 시책을 통해 개선 가능하고 한 해 보름여에 불과한 피크수요 충당을 위해 연중 예비력을 높게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공급력 과잉은 전력시장내 적정균형 유지와 신산업 창출, 투자효율 제고 측면에서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각적인 정책접근을 통해 수급 불균형 문제의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A 시장전문가는 "최대 전력은 예상대로 상승했지만 판매량이 제자리라는 것은 전력부하 특성이 선진국처럼 변했다는 뜻으로, 우리 시장여건에선 해외와 달리 발전사들의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다"면서 "누진제 완화 등을 통해 줄어든 산업용만큼 주택용 소비를 진작하는 한편 궁극적으론 탄소감축을 고려해 기저전원과 첨두전원의 이용률을 적정하게 조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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